국가 첫 관문이 열리면 안전은 더 굳게 잠긴다
CCT 요원까지 ‘최정예 총출동’
김해기지 도착 항공기·버스 피탈 상황
테러범 제압·인질 구출 오차 없이 성공
완벽 첫인상 위해 ‘뜨거운 땀방울’
철새 이동 잦은 지역…감시·퇴치 총력
주기장 재포장하고 운항실도 새단장
딱 3초. 사람이 첫인상을 결정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 짧은 순간, 우리는 상대의 외양과 분위기를 종합해 무의식적인 판단을 내린다.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으며, 이후의 모든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공군5공중기동비행단(5비)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귀빈들이 맨 처음 대한민국에 도착하는 곳, 김해국제공항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APEC이 일주일여 남은 가운데 대한민국의 첫인상을 만들고 있는 5비의 준비 현장을 들여다봤다. 글=임채무/사진=이윤청 기자
|
실전처럼, 완벽하게… 철통대비태세
22일 오후 공군 김해기지 주기장. 평온한 분위기를 깨고 날카로운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2025 APEC 정상회의 주 무대인 경주로 이동하려던 각국 대표단 항공기와 버스가 테러범에게 피탈된 상황을 가정한 대테러 종합훈련이 시작된 것. “상황 발생! 상황 발생!”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순식간에 현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상황을 접수한 5비는 즉시 유관기관에 이를 전파하고 24시간 대기 중이던 대테러 초동조치전력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장병들은 김해공항 보안팀과 주기장에 차단선을 구축하는 동시에 모든 출입문을 폐쇄했다.
지역협상팀의 협상이 결렬되자 신속한 상황 판단으로 무력 진압이 결정됐다. 명령을 받은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 항공특수통제사(CCT) 요원들이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섬광탄을 투척해 테러범들의 행동을 마비시키는 동시에 신속하게 항공기와 버스로 진입한 요원들은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인질을 구출했다. 모든 과정은 한 치 오차도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5비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처리반(EOD)이 투입돼 추가 위협 요소를 정찰했다. 정찰 결과 기내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자 공군과 김해공항 EOD 합동팀이 신속하게 폭발물을 안전지대로 옮겨 해체하며 첫 번째 상황은 마무리됐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두 번째 상황이 이어졌다. 다른 대표단의 항공기가 착륙을 시도하는 순간 비인가 드론이 탐지 장비에 포착된 상황이 부여됐다. 5비는 즉각 항공기 이착륙을 통제하고 ‘대드론통합체계’를 가동했다. 드론 발진 지점이 인근 맥도생태공원으로 특정되자 정보를 공유받은 육군과 경찰 기동대가 즉시 출동해 조종자를 검거하며 훈련은 막을 내렸다. 가상 시나리오였지만 장병들의 눈빛에서는 ‘APEC의 안전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강한 의지가 타올랐다.
현장을 지휘한 박성빈(대령·진) 기지방호전대장은 “APEC 정상회의 출발점인 김해공항의 안전을 위해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
|
|
보이지 않는 곳까지… “국격 높인다”
훈련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주기장에서 김윤오(대위) 5비 지원단 총괄장교의 안내로 준비 현장을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늘 보신 훈련은 지난 수개월간 반복해 온 노력의 일부일 뿐입니다. 완벽한 행사 지원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대위의 차분한 설명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의 안내를 따라 부대 곳곳을 둘러보자 ‘완벽’이라는 단어가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항공기 이착륙의 기본이 되는 주기장 관리였다. 김 대위는 “이번 APEC에는 B747-8i?와 같은 F급 대형 항공기도 다수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비해 주기장 재포장과 강도 평가를 마쳤고, 공항공사 및 지상조업사와의 협력 체계도 완벽히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상들에게 완벽한 첫인상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은 부대 곳곳에 묻어났다. 그 중심에는 대표단들이 대한민국 땅에 첫발을 내딛는 운항실 ‘나래마루’가 있다.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첫인상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20년 만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국가급 행사를 치르기에 손색 없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나래마루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김상협(중령·진) 운항관제대대장은 나래마루가 단순한 대기 공간을 넘어 대한민국 국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나래마루를 살펴보니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복도에 게시된 KF-21?보라매 전투기의 공중급유 장면과 5비 항공전력의 비행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은 대한민국의 발전된 항공우주력을 자연스럽게 선보이며 대표단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신속하고 편리한 입출국 지원을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5비는 별도의 임시 세관·출입국·검역소(CIQ) 시설을 마련하고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 경호와 출입 통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문 초소에 대형 차양막을 설치하고, 노후화된 전용 게이트를 보수·확장했다. 김 대위는 “정문 주차 공간을 2배 이상 확충하고, 이동 경로 전반에 걸쳐 환경미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며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모여 완벽한 첫인상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핵심이다… 전력 보강도 이뤄져
“성공적인 행사 지원의 성공은 결국 사람이 좌우합니다.”
구자빈(소령) 정훈실장은 빈틈없는 지원을 위한 전력 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비는 공군본부와의 협조 아래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통역 장교들을 지원받은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어학 능력이 뛰어난 병사들을 선발해 안내·의전 요원으로 편성했다.
항공기 안전 운항의 최대 위협 요소인 조류퇴치활동(BAT)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구 실장은 “김해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철새 이동이 잦아 조류 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라며 “이를 위해 공항공사, 낙동강유역환경청 등과 협업팀을 구성하고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24시간 감시·퇴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외에 5비는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화생방신속대응팀(CRRT) 24시간 운영 체계 구축, 군의관 및 응급구조사 등 의무요원 증원을 통해 어떠한 우발상황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지원한 경험은 5비의 가장 큰 자산이다. 수개월간의 땀과 노력으로 다져진 완벽한 대비태세 위에 과거의 성공 경험을 더한 5비 장병들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준비를 모두 마쳤다.
|
인터뷰 강근신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
“ 군복 입은 외교관으로서 대한민국 위상 높일 것”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준비한 것들을 선보이며 우발상황에 대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관문을 책임지는 강근신(준장)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의 목소리에는 국격을 높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강 단장은 이번 임무의 핵심을 ‘첫인상’으로 규정했다. “경호·안전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특히 우리는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에게 대한민국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군복 입은 외교관’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비행단을 찾는 대표단에게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아랍에미리트(UAE) 파견 조종사들의 교관 시절, 그는 비행 교육뿐만 아니라 주말마다 이들을 가족과 함께 국내 명승지로 안내하고, 명절에는 집에 초대해 윷놀이를 알려주는 등 외교관 역할을 자처했다. 강 단장은 “그때부터 몸에 밴 ‘내가 대한민국 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관과의 협업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강 단장은 “여러 기관이 얽혀 있다 보니 누군가는 먼저 나서서 일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도 안 하면 우리가 한다’ ‘어차피 할 거면 잘해서 칭찬받자’는 두 가지 원칙으로 정면 돌파했다. 5비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레 준비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강 단장은 그 과정에서 부대원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밤낮없이 임무에 전념하는 부대원들을 보면서 그는 지휘관으로서 이들을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리더십은 부대원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인터뷰를 마치며 강 단장은 “이제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볼 시간”이라며 “부대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