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즐거움, 익사이팅 경주

입력 2025. 10. 23   17:03
업데이트 2025. 10.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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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의 새 얼굴, 짜릿한 재미의 도시

신비로운 유적·연못에 비치는 누각의 불빛
전통적인 명소에 더한 핫플레이스 곳곳에
세계인 관심 쏠린 옛 도시 새 모습 찾아가볼까

 불국사, 대릉원, 첨성대…. 경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다. 하지만 경주에는 역사 유적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연인들이 짜릿한 순간을 함께 만들며, 온 가족이 웃음꽃을 피우는 액티비티 공간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로 경주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때, 천년고도가 품은 색다른 얼굴을 만나러 떠나 보자.

경주월드의 대표적인 롤러코스터 '드라켄'. 사진=필자 제공
경주월드의 대표적인 롤러코스터 '드라켄'. 사진=필자 제공


‘도파민 천국’ 경주월드


‘신라의 천년고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보문관광단지는 현대적이고 이색적인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경주월드’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롤러코스터 라인업을 앞세운 이곳은 스릴을 즐기는 여행자 사이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다. 올해로 개장 4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신규 어트랙션 ‘타임라이더’를 추가해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기까지 하다.

‘타임라이더’는 국내 최초의 스윙 관람차로, 빠르게 움직이는 캐빈이 특징이다.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로 불리는 ‘픽사 팔어라운드’와 동일 모델이다. 고정 캐빈인 노란색 ‘타임키퍼’와 이동 캐빈인 보라색 ‘타임트래블러’ 2가지 타입이 하나의 관람차에 설치돼 있다. 짜릿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타임트래블러’를, 고요한 분위기에서 보문호를 감상하고 싶다면 ‘타임키퍼’를 선택하자.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겐 타임라이더만으론 부족하다. 경주월드의 자랑인 롤러코스터 시리즈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다 같은 롤러코스터가 아니냐고? 그럴 리가. 롤러코스터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라 저마다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장 대표적인 롤러코스터는 ‘드라켄’이다. 국내 최초 다이브 코스터로 하강 직전 약 5초간 멈췄다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간이 백미다. 63m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는 순간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된다.

‘파에톤’은 레일이 좌석 위쪽에 달려 있어 다리가 공중에 매달린 채 트랙을 질주하는 인버티드 롤러코스터다. 최고 시속 90㎞이며 360도 회전하는 구간에선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닥이 없는 상태로 공중 부양하는 듯한 느낌은 상상 이상이다. ‘발키리’는 중간에 역주행하는 게 특징. 전진하다가 갑자기 후진하는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이 매력이다. ‘스콜 & 하티’는 국내 최초 싱글레일 코스터로, 단 하나의 얇은 레일 위를 달린다. 미국 RMC사에서 제작한 희소 기종으로 전 세계에 몇 대 없는 귀한 롤러코스터다. 급격한 회전과 방향 전환이 가능해 마치 모터사이클을 타는 듯한 스릴을 선사한다.


경주동궁원 사진=필자 제공
경주동궁원 사진=필자 제공


신라 유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주동궁원

『삼국사기』에는 안압지(‘동궁과 월지’의 옛 이름)에 진귀한 화초와 동식물을 모아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경주동궁원은 이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조성한 공간이다. 이곳은 여러 식물을 모아 둔 본관과 2관, 앵무를 비롯한 여러 조류를 풀어 기르는 버드파크로 구성돼 있다.

신라시대 한옥 구조로 지어진 본관은 천마도상, 재매정, 안압지 등 경주의 상징을 활용한 5가지 테마정원을 꾸며 뒀다. 야자수와 바나나나무가 자라는 열대온실, 선인장이 가득한 사막관, 토종식물을 전시한 자생식물관까지. 신라의 왕족·귀족이 동궁과 월지에서 누렸을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2관은 힐링 식물과 현대적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허브류는 물론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같은 희귀 관엽식물이 가득하다.

경주동궁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버드파크 구역이다. 5000㎡ 규모의 거대한 새 둥지 모양 온실에 250여 종, 3000여 마리의 새가 산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형형색색 금강앵무, 홍금강앵무가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넨다. 새 모이를 구매하면 새들과 교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바라기씨를 손에 올려놓으면 왕관앵무가 날아와 어깨에 앉고, 사랑앵무는 머리 위에서 재롱을 부린다. 플라밍고가 유유히 거니는 연못에서는 우아한 자태에 넋을 놓게 된다. 펭귄들이 뒤뚱거리며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다.


보문호반길 사진=필자 제공
보문호반길 사진=필자 제공


호수를 품은 산책로, 보문호반길

차분하게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보문호반길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보문호를 한 바퀴 도는 보문호반길은 경주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산책 코스다. 1978년 조성된 인공호수인 보문호는 둘레 약 10㎞, 면적 200만㎡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다. 호반길 전체를 걷는 데는 2~3시간 정도 걸리지만, 구간별로 나눠 즐기면 부담이 없다.

물너울교에서 선재교까지 이어지는 2.5㎞ 구간이 가장 인기다. 번갈아 나타나는 평탄한 데크길과 흙길로 호수와 가장 가까이 걸을 수 있다. 봄에는 왕벚나무가 만든 벚꽃터널이 장관이고 가을엔 붉은 단풍과 황금빛 은행나무가 어우러진다. 특히 일몰시간대에는 호수 위로 번지는 노을빛이 환상적이다.

자전거를 이용해 보문호반길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곳곳에서 1인용(시간당 5000 원)부터 4인용 가족 자전거(시간당 2만 원)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전동자전거(시간당 1만 원)도 있어 체력 부담 없이 호수 일주가 가능하다. 호반길 중간중간 설치된 쉼터에는 벤치와 정자가 있어 쉬어 가기에 좋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사진=필자 제공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사진=필자 제공


대중음악의 시간여행, 한국대중음악박물관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보관·전시하는 LP만 해도 3만여 장에 달하는 것은 물론 음향기기 1000여 점, 공연 포스터 5000여 점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건물 전체가 ‘음악’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여 있어 음악 애호가에게는 성지로 손꼽힌다.

1층에선 시대순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변천사를 따라간다. 1920년대 ‘희망가’를 부른 윤심덕의 유성기 음반부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 만요, 광복 후 미 8군 무대, 1960년대 그룹사운드의 등장, 1970년대 통기타 포크, 1980년대 발라드 전성기,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혁명, 2000년대 아이돌 시대,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K팝까지 망라한다.

2층 체험존에서는 직접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다. DJ 부스에선 실제 방송국 장비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기도 한다. 뮤직비디오 촬영 스튜디오에선 크로마키 배경에서 춤추며 나만의 영상을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 가장 인기 있는 ‘타임머신 주크박스’는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태어난 해 최고 히트곡 10곡을 들려준다. 가족과 함께 왔다면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 세대를 넘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삼릉숲 사진=필자 제공
삼릉숲 사진=필자 제공


1000년 숲의 힐링, 삼릉숲길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이 잠든 삼릉. 이곳으로 가는 2㎞ 숲길은 경주의 숨은 보석이다. 수백 년 된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이 숲은 도심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신비롭다. 조선시대부터 왕릉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이 소나무숲은 곧게 자란 미인송으로 유명하다. 평균 높이 20m, 지름 40㎝가 넘는 적송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솔잎 소리와 은은한 솔향기만이 우리를 감싼다. 다른 유적지에 비해 방문객이 적은 편이어서 언제든 고요한 분위기에서 거닐어 볼 수 있다.


월정교 야경. 사진=필자 제공
월정교 야경. 사진=필자 제공


낮과는 다른 매력, 경주의 밤

해가 지면 경주는 빛의 도시로 변신한다. 경주 주요 관광지와 유적지에 야간 경관 조명시설을 설치, 색다른 경주의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뒀다. 동궁과 월지는 꼭 방문해 볼 것. 이곳의 야경은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 봐야 할 곳’에 오를 만큼 아름답다. 연못에 비친 누각의 불빛이 물결에 일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월정교는 시간대별로 7가지 색으로 변하는 LED 조명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문호 수상공연장에선 주말마다 음악분수쇼가 펼쳐지기도 한다. 클래식, 팝, K팝에 맞춰 50m 높이까지 치솟는 분수와 레이저가 30분간 화려한 쇼를 선보인다. 황리단길의 루프탑 바와 한옥카페에서 보는 대릉원 야경도 놓칠 수 없는 경주의 밤 풍경이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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