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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주인공] “드론, 어디서 띄우고 뭘 관측할지…펼치면 다 있어요”

입력 2025. 03. 31   15:58
업데이트 2025. 03. 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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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주인공
『근거리정찰드론 운용지침서』 발간 육군수기사 정용현 소령

지금은 시작입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첫 지침이라는 건 기준이 된다는 의미
이 기준 위에 더 나은 작전 방식과
기술이 쌓이기를 기대합니다

4개월간 기획·연구 끝에 
단순 조작 매뉴얼 넘어
전술 중심 운용 지침서 완성
장비 정비·통신두절 시 대응 요령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
미래 기계화 전투 새 기준 제시

첨단기술이 전장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특히 드론은 단순 감시 장비를 넘어 전술적 우위를 결정짓는 ‘날개 달린 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은 31일, 군 최초로 『근거리정찰드론 운용지침서』를 발간하며 미래 기계화 전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용현(소령) 수집계획장교의 역할이 컸다. 그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군 전체를 위한 새로운 기준 정립’이라는 책임감으로 시작했다. 정 소령을 만나 우리 군이 만들어낸 작지만 큰 변화의 의미를 들어봤다. 글=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정용현(소령) 수기사 수집계획장교가 발간한 『근거리정찰드론 운용지침서』와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현(소령) 수기사 수집계획장교가 발간한 『근거리정찰드론 운용지침서』와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기계화부대 작전 특성상 드론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실질적인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정 소령은 지침서 발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술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운용자 중심의 실용적 지침 마련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기계화부대는 기동력과 화력은 뛰어나지만 실시간 전장 정보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적이 매복하거나 소규모로 침투하는 상황에선 눈앞 전투 이외의 상황을 장악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병력을 전방에 노출해 정찰해야 했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 수집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를 체계적으로 운용할 기준이 없었습니다.”

정 소령은 4개월간의 기획과 연구 끝에 단순 조작 매뉴얼을 넘어 전술 중심의 운용 지침서를 완성했다. 지침서에는 △작전 유형별 운용법 △비상 대응 절차 △기계화부대와의 연계 △장비 유지·관리 △안전관리 등 드론이 투입될 수 있는 전술 상황 전반이 담겼다.

“적을 드론으로 확인했다고 작전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적 위치를 보고받은 중대장은 이후 기동 방향과 화력 집중 지점을 판단해야 하죠. 이번 지침서는 그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훈련 단계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단순한 ‘비행 방법’이 아니라 ‘작전 운용 개념’이 담겨 있습니다.”

기존에는 부대마다 숙련도에 따라 드론 운용 결과가 달랐다. 같은 드론을 운용해도 결과가 제각각 달랐다. 기계화부대는 전차와 장갑차가 고속으로 기동하며 작전을 펼치는 만큼 정찰 자산도 이에 맞춰 빠르고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번 지침서는 이러한 기동전 특성을 고려했다.


정용현(맨 왼쪽) 소령을 비롯한 수기사 정보참모처 장병들이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정용현(맨 왼쪽) 소령을 비롯한 수기사 정보참모처 장병들이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기계화 작전에서 정찰은 단순히 적을 식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정보가 곧 작전 결심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어디서 띄우고, 무엇을 관측하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지침서에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비행만 잘하는 드론병이 아니라 전장을 읽는 정찰병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지침서에는 안전 관리와 장비 정비에 관한 실무 조언도 빠짐없이 담겼다. 낙하·충격 대비 취급 요령, 통신두절·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오류 발생 시 대응 매뉴얼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정 소령은 “현장에서 바로 펼쳐보고, 훈련에 곧장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수기사는 향후 드론 기술 발전과 새로운 기체 도입, 운용자의 피드백 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지침을 개정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시작입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첫 지침이라는 건 곧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준 위에 더 나은 작전 방식과 기술이 쌓이기를 기대합니다.”

지침서 제작에는 김상현(대위) 기갑·기계화분석장교, 김준식(상사) 수집관리부사관, 지상작전사령부 드론안전관리과 등 실무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정 소령은 “사단장, 참모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의 조언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혼자 한 일이 아니라 모두의 군사 전문성과 책임감이 담긴 공동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간은 수기사의 드론 전력화 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우리 군 전체에 새로운 전술 운용 방향을 제시한 ‘기준의 출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별도의 지시는 없었지만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자발적으로 드론 운용의 지침을 제시한 한 장교의 헌신이 결국 전장을 바꾸는 첫 단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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