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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로 ‘대적관’ 무장 부대 단결의 출발점

입력 2025. 03. 25   16:25
업데이트 2025. 03. 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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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원식 국방정신전력원장

軍서 끊이지 않아야 할 셋 ‘총성·함성·군가’ 

전투력 향상 도움 되는 ‘군가 활성화’ 절실
지난달 ‘군악 특기 전문교육과정’ 신설 
국방일보 정신교육 자료 가창요령 소개도
평상시 습관화, 군대문화 자리잡아야

흔히 군대에서는 ‘3성(聲)’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총성’과 ‘함성’, ‘군가’가 그것이다. 특히 병영 내 울려 퍼지는 군가는 군인의 패기와 전투의지를 상징한다. 또한 부대 단결과 일체감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국방정신전력원(정전원)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야전부대를 대상으로 군가 가창 실태조사를 했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군가를 잘 부르지 않는다’ ‘군가 방송을 하고 있지 않다’ ‘아는 군가가 별로 없다’는 응답이 상당수를 차지했던 것. 이후 정전원은 군가 가창을 생활화·정례화하는 등 군가가 병영문화의 하나로 정착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24일 윤원식 정전원장에게 군가와 정신전력의 연관성, 군가의 유래 등을 들어봤다. 조아미 기자

윤원식 국방정신전력원장
윤원식 국방정신전력원장



“군가는 한마디로 부대 단결과 전투력의 출발점입니다. 군가가 울려 퍼지는 부대는 사기가 충천한 부대이자 단결력이 강한 부대입니다.”

윤 원장은 군가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부대 사기를 진작하고,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선 군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는 “군가는 부대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단결력을 높여 주며 궁극적으로는 전투력 향상에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군가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경우에 군가가 유용할까. 윤 원장은 “특정 상황에서는 군가가 불안과 공포를 떨쳐 내고 장병 개인의 의지와 투지를 강하게 해 준다”며 “평소엔 부대와 조직에 소속감과 일체감을 갖도록 해 주는 매개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군가와 정신전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윤 원장의 주장이다.

“무형전력인 정신전력은 장병 개인의 정신전력과 부대 전체의 정신전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대 정신전력의 핵심 요소는 군기, 사기, 단결, 자부심 등이죠. 즉 부대 전체 구성원의 결속력과 유대감, 일체감, 공동체 의식 등이 부대 차원의 정신전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높이는 데 군가만큼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실천하기 쉬운 수단은 없어요.”

개인의 정신전력과 부대 정신전력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전투현장에서 싸워 이기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장병 개개인의 정신전력, 즉 국가관·대적관·필승의 신념 등보다 부대 전체의 정신전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의 정신전력을 높여 주는 군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단순화해 보면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선 전투력을 높여야 하는데, 무기체계와 같은 유형전력은 예산 등의 한계가 있는 데 비해 무형전력인 정신전력은 한계가 없어 무한한 발전이 가능합니다. 부대 전체의 정신전력은 군기·사기·단결·자부심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데, 이를 고양할 때 군가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에 군가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지난 2023년도 충남 계룡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10회 육군 군가 합창대회' 리허설에서 육군3사관학교 생도들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2023년도 충남 계룡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10회 육군 군가 합창대회' 리허설에서 육군3사관학교 생도들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조종원 기자



일선 부대가 군가를 부대 정신전력 강화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전원은 지난달 정예 군악 부사관 양성을 위한 ‘군악 특기 전문교육과정’을 신설했다. 또 군대 음악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단행본 『전쟁과 음악』을 제작, 각급 부대에 배부했다. 

수요일 정신교육 때나 집중정신교육 시간에 각급 부대가 군가 가창을 생활화하도록 국방일보에 게재되는 정신전력 교육자료에 군가와 가창 요령도 소개하고 있다. 또 이런 활동을 종합평가해 올 연말 군가 가창 분야 우수부대를 선발·시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군가가 부대 단결과 전투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체계화할 방침이다.

이처럼 군의 정신전력 강화에 군가를 활용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군가는 고대 로마시대 때 군악에서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다. 고대 전투현장을 묘사한 장면을 보면 지휘관, 부대 깃발, 군악대가 항상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3가지가 전투의 중요 요소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군가가 나타난 시기는 고구려 때다. 광개토대왕 시절 전투에 나가는 군사들이 군가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는 게 윤 원장의 설명. 대한민국 국군 역사에도 군가를 연주하는 군악대가 전투에서 활동한 사례가 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전투가 대표적인 예다.

윤 원장은 “피아간 같은 고지를 12번이나 뺏고 빼앗기는 처절한 전투현장에서 육군9보병사단 군악대가 진지를 돌며 군가를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전투가 너무나 치열해 군악대원 전원이 전사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군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군가는 부대 울타리를 넘어 일반 국민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진짜 사나이’ 등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익숙한 대중가요로 정착한 군가도 많다고 소개한 윤 원장은 “군가는 4분의 2박자나 4분의 4박자의 행진곡풍이어서 부르기도 쉽다”고 그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외국의 경우 군가에서 국가(國歌)가 비롯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프랑스다. 그는 “미국 국가는 제2의 독립전쟁으로 불리는 1812년 미영전쟁 당시 볼티모어 항구의 맥헨리 요새를 방어할 때 만들어졌다”며 “영국군의 수많은 포탄 공격에도 성조기가 훼손되지 않고 펄럭이는 것을 보고 지은 시에다 곡을 붙인 게 미국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도 군가에서 출발했다. 윤 원장은 “1792년 프랑스혁명 당시 프랑스 마르세유 군단이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연합군과 싸우면서 불렀던 군가가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아 마침내 승리했고, 그 ‘마르세유 군단의 노래’가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군가는 언제 불러야 할까? 이 질문에 윤 원장은 “군가는 필요할 때만 잠깐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평소에는 안 부르다가 어떤 결정적 계기에만 한두 번 군가를 부르면 부대 사기가 올라가고 단결력이 높아지는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평상시 군가를 가창하는 게 습관화돼 자연스러운 군대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아야 결정적 시기에 전투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병영에서는 늘 군가 소리가 들려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윤 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군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군가는 시대별로 특징이 있지요. 저는 광복군 선배 전우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불렀던 ‘독립군가’가 가장 가슴에 와닿습니다. 독립군가를 들을 때마다 선배 전우들의 비장함과 결의에 찬 모습이 그려져 절로 경외심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장병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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