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평생 노력해도 바꿀 수 있는 성격은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인물은 벤저민 하디다. 그의 주장은 유전적·생물학적 영향이 성격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는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조직심리학자이자 인플루언서로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에서 성격의 85%는 타고난 본성이며, 15%만이 후천적 노력으로 변화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변화 가능한 15%를 집중 개발하자고 얘기하는데, 필자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그 에너지를 굳이 같은 1%를 개선하는 데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드는 부족한 본성에 투자해야 할까? 오래된 철도 레일을 교체하는 건 돈이 덜 든다. 이미 깔린 자갈이 있고, 새로 매입해야 할 부지도 없고 역사(驛舍)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없던 곳에 새로 철로를 깔아보라. 얼마나 많은 돈이 더 들겠는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20년 수사관을 지낸 앤 버지스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람을 바꾸려다 자기 인생까지 망치지 마라. 지인 중에 사이코패스가 있으면 바꾸려 하기보다 떠나라. 그게 가족이라면 가족에게서 내 보내라. 아니면 가족이 떠나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안 바뀐다는 것을 전제로 앤 버지스는 자신의 경험과 FBI 내에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적 성향은 유전적 기질에 많이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앤 버지스는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일종의 마케팅이라고 본다. 작은 가능성을 두고 침소봉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토머스 부사드 교수의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는 이 분야의 획기적 연구로 손꼽힌다. 태어난 직후 분리돼 서로 다른 가정에서 양육된 100쌍의 쌍둥이에 관한 연구였다. 인간행동과 특성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를 조사한 결과 지능(IQ)의 경우 약 70%가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격 및 기질도 직업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등 심리적 특성에서는 따로 성장한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 함께 자란 쌍둥이만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키, 몸무게 등 신체적 특성과 질병 경향성, 생활방식 또한 유전적 경향이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돼 그동안 심리학계에서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 중 어떤 것이 인간에게 더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오랜 논쟁을 ‘선천적 요인’이 더 강하다는 데로 기울게 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떤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따로 자랐는데, 둘이 처음 만났을 때 직업과 수염 기른 외모까지 같았고, 심지어는 옷도 같은 패션으로 입고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 다른 쌍둥이는 한쪽은 피아니스트였지만 다른 한쪽은 피아노는 전혀 모르고 자랐다. 그래서 조사팀이 강사료를 지불하며 성인이 된 사람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본인도 자기 능력에 놀랄 정도로 빠르게 높은 수준의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기회에서 희박한 가능성을 두고 배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자기 합리화다. ‘다른 사람은 못 해도 나는 한다, 될 거야, 하늘이 나를 도우실 거야’ 같은 자기 주문을 외면서 말이다.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그러나 그 노력을 자기가 타고난 기질을 활용하는 데 쓴다면 훨씬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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