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1사단 2여단 22대대, 평창전지훈련

입력 2025. 12. 16   17:20
업데이트 2025. 12.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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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다… 설한/  생활공간·작전지역 낯설지 않게
증명하다… 무적/ 언제·어디든 말없이 싸워 이기는

포항 주둔 해병대 설한지 환경 극복 위해
평창군 황병산 훈련장으로 작전지역 옮겨
장진호전투 모티브 삼아 야전 지휘능력 강화

 

겨울산은 해병들을 강하게 단련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16일 강원 평창군 황병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펼쳐진 해병대1사단 2여단의 대대급 전지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조수연/사진=이윤청 기자

 

16일 강원 평창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열린 대대 전술훈련 중 해병대1사단 22대대 장병들이 대형을 이뤄 공격하고 있다.
16일 강원 평창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열린 대대 전술훈련 중 해병대1사단 22대대 장병들이 대형을 이뤄 공격하고 있다.

 

 

등산화를 신었지만 눈과 얼음이 뒤섞인 산길은 좀처럼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몇 걸음만 옮겨도 미끄러져 중심을 잃기 일쑤였고, 고지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극한의 환경이었다. 

힘겹게 산 중턱에 오르자 나뭇가지와 나뭇잎, 흙을 긁어모아 전투지형을 모사한 사판이 눈에 들어왔다. 임승묵(소령) 대대 작전과장은 실제 지형을 그대로 축소한 사판을 가리키며 공격작전을 설명하고 있었다. 적이 있는 고지를 확보하고 통제하는 것이 훈련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첩보 자산이 허락하면 위성사진을 활용해 정보를 보완하고, 추가 전력 편성으로 작전을 완성한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소대장도 사판을 짚어가며 병력 배치와 기동로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소대장은 명령 하달 후 소대원들에게 작전 내용을 다시 묻고, 각자의 임무를 직접 설명하게 하며 명령이 정확히 전달됐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현장을 찾은 시점까지 해병들은 이미 수일째 평창 산악지대 막사에서 먹고 자며 훈련을 이어오고 있었다. 포항 주둔 부대가 설한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생활 공간부터 작전 지역까지 모두 옮겨온 것이다. 이동수(중령) 대대장은 훈련 상황을 지켜보며 연신 “훈련이 잘된 부대”라며 대원들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방어 임무를 맡은 장병이 전우의 엄호를 받으며 연막탄을 던지고 있다.
방어 임무를 맡은 장병이 전우의 엄호를 받으며 연막탄을 던지고 있다.
장병들이 연막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장병들이 연막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한 장병이 구축한 비트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한 장병이 구축한 비트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이번 평창 전지훈련의 모티브는 장진호전투다. 이 대대장은 “장진호전투가 바로 이맘때 벌어졌고, 당시 미 해병대는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싸웠다”며 “동계 산악지형에서의 야전 지휘능력을 배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포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이번 훈련의 의미는 더욱 분명했다.

대대는 산악과 동계 적설이라는 어려운 작전환경 속에서 전술의 기본단위인 대대가 각종 제약을 극복하고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훈련의 초점을 맞췄다.

공격 개시 신호와 함께 흰 설원 위로 붉은 연막탄이 터졌다. 장병들은 미끄러운 경사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전투 대형을 유지한 채 움직였다. 눈과 흙이 뒤섞인 참호에서는 나뭇잎과 가지로 위장한 병력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서 보지 않으면 땅속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훈련 환경은 가혹했지만 멈춤 없이 조용히 이어졌다. 눈 덮인 평창에서의 훈련은 해병들이 언제, 어디서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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