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

입력 2025. 11. 27   14:22
업데이트 2025. 11. 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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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2009년 사업이 무너졌을 때 삶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하루 2만 원을 어머니께 받아 가까스로 버티던 시절, 서울역에서 마주한 노숙자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고 그들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 보였다.

기차에 올라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펼쳤다. “거지는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형편이 조금 나은 다른 거지를 부러워한다.” 이 한 문장이 뒤통수를 때렸다. 그때 누구를 부러워하고 있었던가. 대기업 회장도, 유명인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이어 가며 월급을 받고, 저녁이면 가족과 식탁을 마주하는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사람’이 부러웠던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던지는 질문의 크기가 사고의 높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당시 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였다. 절박한 상황에선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이는 늘 발밑만 보게 만들었다. 당장의 생존을 해결하는 데만 시선이 고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야가 낮아지면 사고도 낮아지고, 사고가 낮아지면 해결책은 언제나 단기적이 된다.

그때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해야 내 생각이 비싸질까?”

이 질문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열었다. 이전의 질문이 ‘내일을 버티는 방법’을 찾는 데 머물렀다면, 새로운 질문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로 이어졌다. 문제의 층위가 바뀌니 사고 구조도 재편되기 시작했다. 같은 현실을 살고 있었지만, 사고의 고도가 달라지니 인생의 방향 자체가 달라졌다.

질문 하나가 시야의 각도를 바꾼다. 시야가 바뀌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결국 삶의 궤적이 바뀐다. 중요한 건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다. 그 문제를 어떤 높이에서 바라보느냐, 즉 관점의 고도다.

직장인은 흔히 묻는다. “이번 프로젝트를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필요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은 과제 중심의 사고로 나를 가둔다. 관점을 한 단계 올리면 질문이 바뀐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돼야 프로젝트가 달라질까?” 이 순간부터는 역량, 태도, 지식, 습관을 포함한 ‘일의 구조’를 고민하게 된다. 바닥을 보던 시야가 위로 올라가면 문제의 흐름이 보인다.

개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은 늘 원망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꾸는 순간, 문제는 짐이 아니라 재료가 된다. 문제를 바라보는 고도가 바뀌어서다.

러셀의 문장은 이런 메시지를 품고 있다. 나보다 조금 나은 사람만 바라보면 시야는 수평선에서 멈춘다. 그러나 시선을 위로 올리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문제의 구조가 보이고 갈 길이 보인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사실 기술이나 재능보다 ‘질문의 고도’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문제 해결력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문제의 바깥으로 나를 끌어올리는 질문은 더 중요하다. 질문이 바뀌어야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어야 삶이 다른 궤도에 올라선다. 기차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마주했던 그날처럼, 누구에게나 생각의 고도를 바꾸는 질문은 있다.

결국 우리가 오늘 던지는 질문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지금의 나를 만든 질문이 과거에 있었다면 앞으로의 나를 만들 질문은 오늘 새롭게 던져야 한다. 질문을 바꾸는 일은 단순한 언어의 변주가 아니라 사고의 차원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변화는 종종 거대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가끔은 질문 하나가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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