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시작과 끝… 이 손 안에 있소
技막힌 장인의 솜씨
技운 센 장병의 탄생
하나. 아군의 길을 열고
둘. 적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셋. 생존성 보장이 바로 공병의 임무다
1948년 창설 이후 약 76만 명 공병 배출
국가기술자격 최상위 등급 기술사 3명
최고 숙련도·전문성 갖춘 기능장 10명 근무
훈련장 공사·교량전차 정비 등 현장 교육·후배 양성 힘써
전장에서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병과 ‘공병(工兵)’. 아군의 길을 열고, 적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생존성을 보장하는 공병의 임무는 숙련된 기술과 섬세한 판단을 요구하는 정밀 작업이다.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장인(工)’이라는 별명이 꼭 들어맞는 병과이기도 하다. 1948년 창설 이후 약 76만 명의 공병을 배출한 육군공병학교가 25일 창설 77주년을 맞았다. 장인의 힘으로 정예공병 요람 역할을 하는 공병학교를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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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가 이끄는 공병교육의 깊이
지난 18일 찾은 전남 장성군 상무대 육군공병학교. 취재진을 맞이한 임덕기(중령) 공병장비교육대대장이 학교 안에 있는 도하훈련장 입구로 안내했다. 한때 울창한 수풀에 둘러싸여 있던 이곳은 최근 정비를 마쳐 부대원과 교육생이 훈련 중 잠시 ‘물멍’을 즐기는 명소가 됐다.
도하훈련장 옆에서는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 훈련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야전 공병여단에 전력화된 수룡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으로 활용될 예정인데, 이 시설의 공사감독관은 다름 아닌 임 대대장이다.
임 대대장이 감독관 역할을 맡은 배경에는 군 장교로는 흔치 않게 ‘건축시공기술사’ 자격 취득이 있다. 건축시공기술사란 건축 시공 분야 최고 전문자격이다. 건축 현장의 기술·품질·공정·안전·관리 전반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주어진다. 민간에서는 건설 현장소장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자격으로 알려져 있다.
임 대대장은 기술사 자격을 바탕으로 국방대학교 이전, 로카우스 호텔 신축 등 각종 국방시설 사업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합격률이 5%대에 불과해 쉽지 않은 시험입니다. 선배 권유로 10년 차에 도전해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국가기술자격법의 최상위 등급인 기술사를 취득하기 위해선 적게는 4년, 많게는 9년 이상의 실무 경력이 필요하다.
공병학교에는 임 대대장을 포함해 총 3명의 기술사가 근무하고 있다. 공낙원(전문군무경력관) 건축시공 교관도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목진혁(전문군무경력관) 토목시공 교관은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목 교관은 육군공병장교로 10년을 복무한 뒤 민간 건설회사를 거쳐 다시 군으로 돌아왔다. 건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군에서 발휘하고자 하는 마음에 복귀했고, 올해로 6년째 공병학교에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교관이 되고 나서 매일 출근할 때마다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교육생을 만날까?’ ‘무슨 내용을 어떻게 흥미롭게 알려줄까?’ 하고 말이죠. 토목시공이 생소한 과목이다 보니 처음엔 표정이 어두운 교육생이 많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그들이 교육에 흥미를 갖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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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장이 만드는 현장의 힘
공병학교에는 기능장도 10명이나 있다. 기능장은 해당 분야 최고 숙련도와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에게 부여되는 자격이다. 기술사가 고도의 지식을 갖춘 기술 전문가라면 기능장은 실무에서 활약하는 현장 전문가다.
10명의 기능장은 공병장비 교육 현장에서 활약하며 실전형 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독보적인 사람은 최진웅 준위로, 국내 유일의 교량전차(AVLB) 전문 교관이다. 야전에서 공병장비를 운용하며 쌓은 전문성을 디딤돌 삼아 준사관으로 임관, 공병학교에서 4년째 근무하며 교량전차 조종·정비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최 준위는 무려 23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장인 중 장인이다. 임무와 직결되는 자동차정비기능장은 물론 과거 행정보급관 임무를 수행하며 취득한 한식조리 자격증도 있다.
“교관으로서 저의 한마디, 한마디가 교육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막중한 책임감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공병장비로만 한 우물을 팠으니(웃음), 앞으로도 관련 자격증을 더 취득할 계획입니다.”
공병학교 교육은 △공병중대장 및 여단급 이하 제대 참모장교 직무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한 대위 지휘 참모과정 △공병소대장 및 대대급 참모장교 전투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한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 △부소대장·행정보급관·정비반장 등의 임무수행 능력 구비를 위한 초급·중급·고급리더 부사관 과정 △다양한 전투수행 능력을 목표로 하는 특기병 과정 및 군무원 과정 등으로 나뉜다.
최 준위를 비롯해 정현석·양동보 교관은 자동차정비기능장, 김창혼·이해윤 교관은 건설기계정비기능장, 전원영 교관은 에너지관리기능장, 안기철 교관은 전기기능장이다. 한태일·한동구 교관은 자동차정비기능장과 건설기계정비기능장을, 조성영 교관은 에너지관리기능장과 배관기능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능장은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정예공병을 육성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77년을 넘어 미래를 꿈꾼다
공병학교는 창설 77주년을 맞아 장인의 힘을 바탕으로 교육훈련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전투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선진화된 교육환경을 구축하고, 야전과 연결된 교육체계와 첨단·과학화된 장비를 활용해 특기병부터 영관장교에 이르기까지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한다는 것.
공병학교는 공병 병과의 미래 설계에도 힘쓰고 있다. 현존전력 극대화와 미래 전력 창출을 위한 전투발전 세미나, 전투실험, 교범 작성 등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한미 연합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 교육, 한미 한반도 공병회의, 무기체계 소개회 등으로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하면서 미래 전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원격운용통제탄, 자주도하장비, 차기전술교랑, 장애물개척전차 등 미래 전력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야전에서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한 전투형 강군 육성을 선도하고 있다.
인터뷰 강영미(준장) 육군공병학교장
기술·정보·기동 중심
미래전 대비 위해
최정예 공병전력 배출할 것
“7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 공병의 토대를 쌓은 선후배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육군공병학교는 창설 이래 ‘희생, 화목, 단결’이라는 공병정신을 실천하며 육군 전투력의 핵심인 전문 공병인(人)을 양성해 나갈 것입니다.”
강영미(준장) 육군공병학교장은 취임 이후 학교교육 방향성과 체계를 확립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 야전에서 곧바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 양성을 위해 기존 강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행동화 실습 중심 체계로 전환을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가장 먼저 ‘야전에서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한 공병전사 육성’을 목표로 교육체계를 정비했습니다. 강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기동·생존능력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했습니다.”
특히 장애물 극복, 돌발 임무 수행, 장비 긴급 운용능력 평가 등 공병학교의 실전적 훈련이 전투지휘 능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 학교장은 설명했다. 공병학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미래 공병전력 창출이라는 과제 달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 학교장은 전투발전 소요 창출, 연구 활동, 기술 교류 확대 등을 통해 미래전에 대응하는 공병전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투발전추진협의회와 공병연구소 연구 활동으로 전투발전 소요를 지속 창출하고, 산·학·연과의 기술 교류회로 공병이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분석해 적용 가능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드론 기반 공병작전 체계화 및 무인·원격화 장비 운용, 전투실험·시뮬레이션 체계 정립 등에 중점을 두고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공병 미래 전력 창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병학교는 ‘희생, 화목, 단결’이라는 공병정신을 실천하는 밝고 활기찬 병영문화 조성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장병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공병 인재 양성의 기반이라는 생각에서다.
“병영도서관과 체육관 리모델링,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장병들의 학습 여건과 취미 생활을 보장하며 활력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 전·중·후 정비, 현장 안전순찰, 위험성 평가 등 사고예방 활동을 강화해 악성 사고 가능성을 대폭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강 학교장은 미래전에서 공병이 맡게 될 새로운 역할 비전을 명확히 했다. 단순히 장애물을 극복하고 시설을 구축하는 병과를 넘어 전장 지형을 읽고, 기동을 보장하며 작전을 설계하는 ‘전장 지휘자’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전은 기술, 속도, 정밀성이 전투 결과를 결정합니다. 이에 맞춰 미래 공병학교의 발전상을 기술·정보·기동 중심의 다기능 공병전력 발전으로 규정했습니다. 공병학교장으로서 교육환경과 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미래전에 부합하는 최정예 공병전력을 배출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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