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대한민국 군인으로

입력 2025. 11. 27   14:23
업데이트 2025. 11.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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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 병장 해군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이희주 병장 해군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나는 아르헨티나 국적의 어머니와 대한민국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자녀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과 남다른 시선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 사이에서 혼혈인이란 말은 종종 상처가 됐다. 때로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이런 배경이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아픔과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줬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돼 국방의 의무를 앞두고 국적 선택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 두 나라 중 어디에 소속돼야 하는가’라는 고민은 쉽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선 늘 대한민국를 향한 애정과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평소 군인이라는 직업에 큰 존경심을 품고 있었기에 긴 시간을 고민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했다. 이후 해군병 입대를 결심하게 됐다.

막상 군 생활을 시작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규율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단체생활, 여전히 따라붙는 혼혈인이라는 시선이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승조원들과 함께 땀 흘리며 임무를 수행하고, 힘든 순간마다 서로 의지하면서 ‘협동’의 진정한 의미를 배워 나갔다. 그렇게 조금씩 군 생활에 적응하면서 보람과 자긍심을 느꼈고, 입대 전 고민 끝에 선택했던 결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미래와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군 생활에서 느낀 애국심과 군인으로서 보람은 나를 다시 인생의 큰 전환점으로 이끌었다. 대한민국의 해군이자 국민으로서 해군 부사관의 길에 들어서고자 한다.

다문화가정의 아들로서 편견과 남다른 시선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찾아 방황했던 과거를 딛고, 이젠 한국을 수호하는 해군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살아가고 싶은 꿈을 품고 있다.

지금껏 걸어온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사명감을 안겨 줬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대한민국 해군의 일원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다.

편견을 극복하고 애국심과 사명감을 품은 채 해군 부사관의 길을 걷게 될 내 모습이 후배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더 이상 혼혈이란 이유로 방황하던 청년이 아니다. 이제는 오롯이 대한민국 해군으로서, 또한 부사관으로서 바다를 비추는 든든한 등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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