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언박싱
5. 군대가 ‘스펙 맛집’? 공군에 가면 자격증이 생긴다
캘리그래피부터 바리스타·다도까지…
10명 이상만 모이면 동아리 요건 충족
100개 넘는 동아리 활발하게 활동
장병들 정서 함양·부대 단결력도 향상
스트레스 날리고, 인생 스펙 레벨 업
‘군 복무는 경력 단절’이라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히려 군 생활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자 인생의 도약대가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상자 속 제품을 열어보듯 공군의 병영 생활을 언박싱(unboxing)해 보니,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동아리 활동’에 있었다. 에어포스 언박싱, 여섯 번째 이야기는 장병들의 군 복무기간을 ‘인생 스펙’으로 바꿔주는 공군의 자기계발 현장이다. 임채무 기자
공군은 첨단기술과 전문인력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과학기술군이다. 따라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곧 전투력과 직결된다. 공군이 장병들의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아리 활동을 단순히 정서를 함양하고 단결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체득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보통 군내 동아리는 장병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나 운영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군은 이를 본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어 관리·운영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공군본부 정훈실에 문의한 결과 공군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바탕으로 장병들의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있었다. 담당 부서인 공본 정훈실 문화홍보과는 반기별로 예하 부대 동아리 활동 계획서와 필요 예산을 제출받아 면밀히 검토 후 ‘동아리활동지원비’를 지급한다. 원활한 동아리 활동을 위해 매년 예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는 게 공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마음이 맞는 동료들만 있다면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기도 쉽다. 대표 간부를 포함해 10명 이상의 인원만 모이면 언제든 동아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연하고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현재 공군에는 각급 부대별로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10개, 총 100개가 넘는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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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본부 정훈실 조요진(중령) 문화홍보과장은 “장병들의 정서 함양 및 단결심 고취를 위한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동아리 활동은 장병들의 자발적인 문화예술활동 참여를 통한 정서 순화와 사기 진작을 도모하고 스트레스 해소 및 부대 단결력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중령은 “앞으로도 공군은 동아리 활동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공군의 적극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각 부대에서는 특색 있는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군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의 여성인력으로 구성된 문화동아리 ‘WCC(Woman Communication Club)’가 대표적이다. WCC는 자기계발과 소통에 중점을 두고 매년 새로운 목표를 정해 이를 달성하고 있다. 올해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 10명의 동아리원 모두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부대 동아리 ‘파라업(PARAUP)’은 폐낙하산 줄을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파라코드(paracord) 액세서리를 만드는 이색 공예 동아리다. 이 동아리가 특별한 것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공군스페이스챌린지 등에 부스를 열고 공군 홍보에 지원 사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열린 국회부산도서관 개관 3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군과 사회를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1전투비행단 ‘드로잉과 캘리그라피’ 동아리는 미술을 전공한 군 가족의 재능기부를 통해 매주 부채와 캘리그래피 문구작품 등을 만들며 붓끝으로 감성을 나눈다.
16전투비행단 밴드 동아리 ‘공WER’는 20여 명의 부대원이 동아리실에 모여 합주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화음을 맞춘다.
MZ 장병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동아리도 있다. 39비행단 131정비대는 다도 동아리 ‘다락방’을 운영하고 있다. 다락방은 차(茶) 문화에 관한 이론을 배우고 체험활동 등을 하며 MZ장병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진주죽향차문화원과 연계해 전문강사 강의도 마련해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활동이 단순히 취미를 넘어 실질적인 ‘스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장병들은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꾸준히 기량을 갈고닦아 개인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군수사 60전대 WCC와 18전비 커피캘리공예동아리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 복무 기간을 멈춤이 아닌 성장의 시간으로 만드는 공군의 똑똑한 정책은 장병들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추고 있다. ‘오늘의 취미’가 ‘내일의 경쟁력’이 되는 곳, 장병 한 명 한 명의 성장이 곧 전투력이 되는 곳. 공군에 장병과 부대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병영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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