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일상을 지키는 여정

입력 2026. 08. 24   15:38
업데이트 2026. 08. 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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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주무관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청

최근 극장가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화제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장면도 눈길을 끌지만, 그 중심에는 한 인간의 간절한 ‘귀환’이 있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10년에 걸친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향한다. 전쟁에서 살아남았으니 이제 가족에게 돌아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았지만, 진짜 시련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매년 8월 실시하는 ‘을지연습’이 떠올랐다. 전혀 다른 두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돌아오기 위해 준비한다’?는 것이다. 을지연습을 전쟁 대비 훈련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목적을 한 걸음 더 들여다보면 전쟁이나 국가적 위기에도 정부 기능을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평범한 일상을 지켜 내기 위한 연습이다.

올해 을지연습은 지난 21일까지 전국 약 4000개 기관에서 실시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군·경찰·소방, 공공기관 등이 함께했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위협도 달라졌다.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드론 공격, 사이버 위협, 국가중요시설 피해 등 국민의 일상을 순식간에 흔들 수 있는 복합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비상소집과 상황조치, 주민 대피 등 다양한 상황을 반복해 연습한다. 누군가에겐 매년 되풀이되는 익숙한 절차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연습처럼 순서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오디세우스 역시 자신의 귀향길에 어떤 시련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마다 상황을 판단하고 동료들과 힘을 합치며 한 걸음씩 고향을 향했다. 국가 비상대비도 마찬가지다.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기에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을지연습의 끝에는 결국 ‘국민’이 있다. 아침이면 아이가 학교에 가고 부모는 직장으로 향한다. 저녁이면 가족들이 다시 한 식탁에 둘러앉는다. 너무나 당연해 소중함을 잊기 쉬운 이 평범한 하루야말로 안보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가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고향이었다면 우리에게 지켜야 할 이타카는 대한민국 국민의 평범한 일상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습하고 준비한다. 그 준비가 쌓여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가 어떤 폭풍을 만나더라도 다시 안전한 항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된다.

을지연습은 위기를 기다리는 연습이 아니다. 어떤 위기에도 국민을 지키고,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약속이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가는 ‘대한민국의 오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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