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군을 선택한 이유

입력 2026. 02. 19   14:42
업데이트 2026. 02. 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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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5년 1월 6일 입대해 2016년 10월 5일까지 9보병사단 포병연대 30포병대대에서 21개월 군 생활을 했다. 그해 여름, 지금도 잊히지 않는 하루가 있다. 2015년 8월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남측에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해 우리 군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DMZ 목함지뢰 도발사건이다.

그날 아침 평소처럼 병영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식판을 내려놓을 새도 없이 상황이 전파됐고 우리는 긴급히 포상으로 투입됐다. 포상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포상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실사격 대비를 위해 고폭탄에 신관을 결합하는 임무가 당시 2번 포수인 내게 주어졌고, 나는 훈련용 모의신관이 아닌 실제 신관을 결합해야 했다. 여러 차례 교육과 반복훈련으로 절차는 숙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전 상황에 놓이자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포반장이던 간부가 조용히 다가왔다. 다그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을 잡고 차분하게 절차를 다시 짚어주었다. 그의 침착한 태도에 흔들리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결국, 임무는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수일간 포상에서 대기했고,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긴장이 더 크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간부’라는 존재를 다르게 보게 됐다.

간부는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책임을 짊어지고, 그 상황을 감당하는 사람이었다. 손이 떨리는 병사를 붙잡아주던 그 모습을 기억한 채 만기전역했다.

전역 후 나는 대학에 복학했고, 사회생활도 경험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그날 포상에서 보았던 솔선수범한 간부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결국 나는 2021년 군으로 돌아와 예비역 부사관으로 재입대했고, 2024년에는 간부사관제도를 통해 장교로 임관했다.

군은 체계와 장비로 유지되지만 위기의 순간을 버티게 하는 것은 결국 간부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는 병사 앞에서 먼저 흔들림을 멈추는 사람, 그 역할을 나는 그날 처음 봤고, 그 모습은 내가 다시 군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목함지뢰 도발사건 당시 포상에서 본 간부의 모습처럼 나 또한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간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에 처음 입대한 지 11년이 흐르고 새해가 다시 돌아온 지금, 나는 전남 서남권을 수호하는 31보병사단 횃불여단 정훈장교로서 장병들과 마주하고 있다. 교육 자료 속 문장보다 먼저 떠올리는 것은 손이 떨리던 병사와 그 곁에 서 있던 간부의 모습이다.

김태민 중위 육군31보병사단 횃불여단
김태민 중위 육군31보병사단 횃불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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