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충성에서 군인다운 충성으로

입력 2026. 02. 04   15:07
업데이트 2026. 02. 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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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최종 2주를 남겨 두고 입대를 신청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후회 없는 2주를 보내야지 다짐하며 입대를 준비했다.

대망의 입대 날 아침,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을 눈물을 참으며 억지로 삼켰다. 할머니·할아버지께 큰절을 올리고, 부모님과 함께 충남 논산시로 향했다. 입영행사장에서 부모님과 마지막 포옹을 하고 운동장에 집합했다. 처음 해 보는 부모님을 향한 어색한 ‘경례’,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들려드리는 ‘충성’. 이제부터 나는 진짜 군인이다.

생활관에 들어서니 어색한 동기와 낯선 배경, 빨간 모자를 쓴 조교까지 군 생활의 튜토리얼이 시작됐다. 첫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집이 그리웠다. 기상나팔 소리가 나를 깨웠다. 군복과 개인화기를 받았다. “이 군복이 곧 수의이고, 이 작은 총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양손 가득 느껴지는 묵직함에 나도 모르게 긴장됐다. 하지만 TV에서 보던 군인처럼 장전 손잡이도 당겨 보고 조준도 해 보니 왠지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는 3주 차가 됐다. 영점사격을 하러 훈련장으로 향했다. 엄청난 이동거리, 전투조끼에 총까지. 무겁고 또 힘들었다. 안전교육을 받고 배정된 사로에 들어갔다. 한 발, 두 발, 세 발. 가늠자를 수정한 후 다시 세 발. 총 아홉 발을 쏘고 내려갔다. 실제 총을 쏘니 진짜 군인이 됐다는 실감이 절로 났다. 다음 기초사격은 만발에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총 열다섯 발로 합격은 했지만 아쉬웠다.

주말에는 생애 처음으로 교회에 가 보기도 했다. 열정적인 찬양과 율동, 목사님의 말씀, 달콤한 간식까지 모든 순간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훈련소의 절제된 환경에서 처음 느껴 보는 즐거움이었고 해방감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청껏 외쳐 봤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했다. 전우들과 복귀하는 순간에도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매서운 화생방, 땅이 울리는 수류탄, 팔꿈치에 피멍이 들었던 각개전투까지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마지막 훈련, 행군이 남았다. 어깨가 짓눌리고 허리는 끊어질 듯했다. 다리도 저렸다. 포기하고 싶었다.

“거의 다 왔어.” 옆에서 나지막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5주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지금 딛는 한 발 한 발은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500명의 동기와 조교, 교관님들과 함께 가는 길이란 것을 깨달았다.

행군이 끝난 뒤 샤워를 하며 인식표를 봤다. 이제 진짜 군인이다. 수료식 날, 부모님께 엉성한 충성이 아닌 군인다운 충성을 보여 드릴 것이다.

구준영 이병 육군훈련소 26교육연대
구준영 이병 육군훈련소 26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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