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으로의 특별한 여정
천년전 용이 하늘로…신화 품은 곳
고흥 제6경 영남용바위
4㎞ 기암절벽 미르마루길
고즈넉한 해안선 따라
풍어·성공 기운 북돋워줘
21세기 용이 하늘로…우주 품은 곳
나로우주센터와 약 17㎞ 거리
고흥우주발사전망대
맨눈으로 발사 순간 관측 가능
우주 향한 꿈 펼쳐져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와 우주를 향해 로켓이 솟구치는 발사대. 전남 고흥군에서는 신화와 첨단 과학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남도의 고즈넉한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1000년의 이야기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미래를 향한 열망이 펼쳐지는 곳이다. 고흥은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서며 우주과학의 중심지로 떠올랐지만, 그 주변을 감싸는 풍경만큼은 여전히 남도 특유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 드넓은 갯벌, 울창한 편백림까지. 휴가를 맞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고흥은 더없이 좋은 선택지다. 용의 기운을 얻고, 우주를 향한 꿈을 품어 보는 특별한 여정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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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용바위, 용이 하늘로 오른 자리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는 고흥 10경 중 제6경으로 손꼽히는 명소다. 이곳에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싸움이 끝나지 않자 꿈에서 계시를 받은 마을 주민 류시인이 화살을 쏴 한 마리를 물리쳤고, 나머지 한 마리가 마침내 승천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용이 바위를 디딘 채 하늘로 올랐다는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용암마을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승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내고 그 너머로 포구와 내매물도, 멀리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용의 흔적이 아니었더라도 명소가 됐을 법한 절경이다. 풍어를 기원하는 어민들, 자녀의 입시 성공을 비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소원 하나쯤 빌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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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마루길, 바다와 절벽이 만든 4㎞의 산책로
영남용바위에서 고흥우주발사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미르마루길은 고흥군이 조성한 해안 산책로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 4㎞ 길이의 이 길을 따라 걸으면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만날 수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는 길로,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게 좋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림이 걷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 낸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뽐낸다. 중간에는 싸움에서 패한 용이 숨어들었다는 용굴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10㎞ 밖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절벽 위 숲길을 지나면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돌멩이들이 구르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해변 앞에는 사자가 웅크린 모습을 닮은 사자바위가 있다.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한 용이 그를 이곳의 수호자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다. 전체 구간을 걷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면 종착점 부근에서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미르마루길 끝자락에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로켓의 궤적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맨눈으로도 발사 순간을 또렷이 관측할 수 있는 거리다. 우주발사체야말로 21세기 용과 다름없지 않은가. 7층 회전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바닥이 천천히 회전하는 덕분에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나로우주센터 방향으로 발사대 시설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나로우주센터 내부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지만, 입구에 마련된 우주과학관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 로켓 본체와 엔진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획전시실, 나로호 실물 크기 모형이 세워진 야외광장으로 구성된다. 우주 과학 관련 체험공간도 다양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좋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성인 2000원이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이다. 두 곳 모두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에는 문을 닫는다.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초록빛 쉼표
고흥군에서 가장 높은 산, 팔영산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할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8개의 봉우리를 잇는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지만, 정상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산 중턱에 자리한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에서 느긋하게 쉬어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편백림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 곳곳에는 명상공간, 선베드, 아이들을 위한 숲 어드벤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은은한 피톤치드 향기를 맡으며 걷다 보면 일상의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좀 더 체계적인 힐링을 원한다면 사전예약 후 참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커피농장 산티아고, 국산 원두의 새로운 맛
열대지방에서나 자란다고 알려진 커피나무가 고흥에서도 재배된다. 커피농장 산티아고는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산 원두를 생산하는 선도적인 농장이다. 이곳에선 고흥산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산미가 낮으면서 풍부한 보디감, 고소한 향이 특징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유자와인커피’다. 콜드브루커피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시럽이나 과당 없이 오로지 발효만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다른 곳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풍미다. 고흥산 원두 케이커피는 1만2000원, 유자와인커피는 7000원이다. 온실투어와 커피 내리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방문 전 문의해 볼 것.
중산일몰전망대, 하루를 마무리하는 황금빛 풍경
고흥여행의 마침표는 중산일몰전망대에서 찍는 것이 좋겠다. 고흥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에선 계단식 논밭과 갯벌, 바다, 섬들의 군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기울어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 낸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전망대에는 주차장이 있어 편안하게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용의 기운과 우주를 향한 꿈을 품었던 하루를 되새겨 보자.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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