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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미국·중남미 관계 동향-③ 미국의 베네수엘라 압박 행보와 정책적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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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진영은 환호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서면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그녀의 정치적 공적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노벨 평화상은 마차도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동시에 지난해 7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녀를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변화를 갈망했던 수백만 국민에게도 의미가 크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유력 야권후보인 마차도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초래했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된 대선 직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전국적인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여기에 독립된 선거 검증 결과 야권 후보자의 압도적 승리로 판명나면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마두로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두 나라의 갈등 구도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졌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마두로와의 거래적 접근법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본토 안보 관점에서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했다. 지난 8월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의 배후로 규정하면서 그의 체포를 위한 정보 제공 현상금을 5000만 달러로 인상했다. 여기에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에서의 군사력 전개를 통해 마두로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지시했다. 이에 미국은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연안 전투함, 그리고 항공모함 전단 등 해군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푸에르토리코에는 F-35 전투기가 배치됐다. 이러한 대규모의 군사력 배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과 함께 자신의 명령에 따라 미군이 미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에 ‘무력 타격(kinetic strike)’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군사작전을 통해 11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군사적 압박 행보에 따른 첫 번째 격침 사례였다.
이를 계기로 미 정보당국이 불법 마약 밀수에 연루됐다고 판단한 선박에 대한 미군의 격침 작전이 계속됐다. 특히 10월 21일 격침 작전은 카리브해가 아니라 태평양에서의 작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피터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매를 수행 중인 선박에 치명적인 물리적 공격을 가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해안에 독극물을 들여오려는 마약 테러리스트는 어디에서도 안전한 피난처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미국의 격침 작전으로 국제법적 논란도 초래됐다. 마약 밀수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의 선원들을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하면서 공습으로 즉결 처분할 권한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민주당은 행정부의 군사력 남용 여부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연방의회 하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일련의 격침 작전에 관한 법적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지도 않았으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마약 카르텔의 목록조차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당 선박이나 그들의 활동이 미국에 즉각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가했다는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을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미국이 향후 고려할 수 있는 첫 번째 정책적 선택지로는 베네수엘라 군부 내 불만 세력과 야당 주도의 시위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마두로에 대한 반란을 후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적 압박과 내부적 반란을 통해 마두로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베네수엘라 야권은 군부에 마두로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불복종 운동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군부가 호응하면서 내부 반란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은 정보 제공과 물류 지원 등의 방식으로 조력하는 역할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내부의 반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대선 이후 마두로 정부의 가혹한 탄압으로 야권의 구심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마차도가 숨어지내는 가운데 대선 야권후보였던 에드문두 곤살레스 역시 해외로 피신하면서 베네수엘라의 내부 반란을 추동할 정치적 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여기에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야당도 무기력한 모습이다.
미국의 두 번째 선택지는 마두로 정권 교체를 목표로 베네수엘라 본토를 공격하는 방안이다. 이는 1989년 당시 파나마를 침공해 독재 권력을 행사해 온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한 선례를 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군이 베네수엘라 본토를 침공·타격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베네수엘라군이 나름의 효율적인 대공 방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따라서 미군의 공습 시 이러한 시스템 무력화가 관건으로 부상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군대와의 교전에 따른 부담과 함께 교전의 파급효과로 초래될 수 있는 폭력사태 확산도 우려된다. 이러한 제약 요인에 따라 베네수엘라 본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세 번째의 정책적 선택지로 주목되는 방안은 미국이 마두로 정부와 협상하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공고하다는 점이 명백해질 경우 미국이 협상을 추진하면서 타협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대사인 리처드 그레넬과 마두로 정부 간 연락 채널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 채널을 통해 에너지, 이민, 지역 안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와 새로운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익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마두로 정부를 사실상 묵인하는 방식의 거래적 접근법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는 가장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트럼프 집권 1기 구상한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전환 로드맵을 현 상황에 맞게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점진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안에 따른 미국의 정책 추진이 가시화될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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