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 첫 여성 군무원 K200 계열 장갑차 조종면허 취득

입력 2025. 11. 14   15:59
업데이트 2025. 11. 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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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8사단 박지민 군무주무관


적 부대·장비 특성 분석 책자 제작 순회교육까지 
적 기갑/기계화부대 분석 지원 임무 수행
‘사단 내 유일한 담당자’ 책임감에 업무 매진

육군8기동사단 정보참모처 박지민 군무주무관이 K200 장갑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정기철 상사
육군8기동사단 정보참모처 박지민 군무주무관이 K200 장갑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정기철 상사


제정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는 정치·군사 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유럽의 발전된 모습을 배우기 위해 평민으로 위장, 네덜란드 조선소에서 배 만드는 법을 배웠다. 영국에서는 해군 훈련법과 천문학·항해술을 익혔다. 표트르 대제가 보인 다방면의 노력은 러시아가 근대 국가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 군 장병·군무원 중에서도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K200 계열 장갑차 조종면허를 취득한 육군8기동사단 정보참모처 박지민(군무주무관) 기갑/기계화 분석 담당이 그중 하나다. 최한영 기자

박 군무주무관은 2022년 12월 군무원으로 임용됐다. 평소 군사정보에 관심이 많던 그는 지인 조언에 힘입어 도전했고, 시험에 합격했다. 박 군무주무관이 맡은 기갑/기계화 분석 담당 업무는 적 기동부대의 전투력, 운용상태, 기동성, 위협 평가 등을 종합 분석해 지원하는 것이다. 임용 후 처음 접한 분야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사단 내 유일한 담당자라는 책임감으로 업무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적 기동장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장비 제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사단이 보유한 K200 계열 장갑차를 직접 조종하며 특성을 파악하면 업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박 군무주무관은 “부서 간담회에서 류연호(대령) 참모장님이 조종면허 취득을 제안하신 것도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K200 계열 장갑차 조종면허를 따기 위해선 1차(필기), 2차(기능·주행 실기)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박 군무주무관은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 공부한 끝에 1차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2차 실기시험도 가뿐히 통과했다. 나란히 선 ‘라바콘’ 19개를 건드리지 않고 정해진 영내 도로 코스를 주행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습에 매진한 결과다.

사단에서 궤도차량 조종이나 정비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여성 군무원이 자발적으로 관련 면허를 취득한 것은 박 군무주무관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에 함께 연습하며 면허를 딴 정보참모처 조철민 상사님, 작전참모처 김성진 상사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더운 날씨 속 조종 기술을 쉽고 재밌게 알려주신 곽환수 교관님을 비롯해 면허 취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주고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군무주무관은 이번 면허 취득이 앞으로 적 기갑/기계화부대와 장비 분석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호국훈련에서는 우리 군이 보유한 전차와 장갑차를 운용하며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 한다”며 “K200 계열 장갑차 조종면허를 취득해 새롭게 알게 된 장비 특성을 토대로 구별 능력을 키운 것은 지휘관의 판단·결심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CCTV 관제 능력 향상’ 영상정보관리사 자격증도 취득

박 군무주무관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군사정보 관련 자격증을 최대한 많이 취득해 임무수행 능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영상정보관리사 자격증을 딴 것이 대표적이다. 대침투훈련 시 주변 특이점이나 인원 파악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CCTV 관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항공사진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박 군무주무관은 “항공기에서 찍은 사진들을 분석, 판독하는 능력은 기갑 분석업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책자·영상 후 예하 부대 순회교육도 ‘호평’

박 군무주무관이 주위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얼마 전 부서원들과 적 기갑/기계화부대와 장비를 분석한 책자와 참고 영상을 제작해 예하 부대 순회교육을 했다. 기동사단 장병이라면 적 부대·장비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교육자료는 대대급까지 전파해 필요시 계속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교육 후 설문조사에서 ‘적 전술 교육을 들으며 유사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어 유익했다’ ‘영상을 보니 적의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이 나와 보람을 느꼈다.

박 군무주무관의 다방면에 걸친 노력은 사단 전투력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임용 후 지금까지 사단장급 이상 표창을 일곱 차례 수상한 것도 그가 우리 군 전투력 발전을 위해 헌신한 결과다. 인터뷰 말미, 박 군무주무관은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업무능력을 높일 방법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종면허는 조종자만, CCTV 관제 능력은 관련 담당자만’과 같은 고정관념을 깬다면 누구나 맡은 직책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한 열정이 있다면 주변에서 도와줄 든든한 조력자가 분명히 생길 것입니다. 저 또한 앞으로도 자기계발을 계속해 사단이 우리 군 최강 기동부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 군무주무관의 다짐은 우리 군 장병·군무원들이 마음속에 품어야 할 표상(表象)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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