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3주년, 새로운 예비군의 역할을 묻는다

입력 2026. 07. 24   16:38
업데이트 2026. 07. 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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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군무사무관 육군5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김광호 군무사무관 육군5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6·25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73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분단된 땅에 살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최근의 두 전쟁이 보여 준 진실은 익숙하지만 낯설다. 전쟁은 더 이상 군인만 치르는 게 아니고 전선도 전방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발전소, 변전소, 데이터센터, 교량, 병원, 항만, 산업시설 등 모든 것이 전장의 표적이 됐다. 500달러짜리 드론이 수십억 원짜리 전차를 격파했고, 발전소 타격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됐다. 군인들이 전선에서 싸우는 동안 도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민간 기반시설이 전장이 되면서 전쟁은 순식간에 경제전쟁·에너지전쟁·민생전쟁으로 번졌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수도권 변전망·통신허브·금융전산망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면 누가 이를 복구할 것인가? 우리 예비군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얼마나 대비돼 있을까? 

현 예비군제도는 1968년 창설 이래 ‘전선 보충·후방 경계’라는 두 개의 틀 안에서 운용돼 왔다. 과거의 작전환경에서는 분명 적합한 구조였지만, 이제 전쟁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지역예비군의 최일선에서 동대장으로서 변화한 전장환경에 맞게 예비전력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해 새로운 예비군의 역할을 제안한다.

첫째, 기반시설 복구 예비군이다. 전기·통신·토목·의료·정보기술(IT) 전문가를 중심으로 편성하되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민방위대와 함께 2022년 법제화된 비상근예비군제도를 활용하면 평소 국가기반시설 관리에 참여하고 기술을 유지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이 역할은 전시뿐 아니라 지진·홍수·대형 산불 같은 재난에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국가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둘째, 사회 안정화 예비군이다. 지역예비군이 경찰·소방·지자체와 사전에 역할을 나눠 피난민 통제, 취약계층 보호, 허위조작정보 차단을 조직적으로 맡는 체계다. 미사일 공격 대응, 화생방 방호, 수색구조, 피난민 지원 등 사회 안정화 목적의 예비전력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셋째, 드론 운용 예비군이다. 드론 조종 자격자, 항공 전자공학 전공자, 전파·통신전문가가 이미 수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려 이들을 드론 예비전력으로 편성하면 정찰·감시, 대드론 방어, 전시 물자 수송, 통신 중개 드론 운용 등 다양한 용도의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쟁 방식이 바뀌었기에 예비군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전쟁이 사회 전체를 전장으로 삼는 시대라면 그 방어 역시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지금 우리가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에 자유와 평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예비군지휘관으로서 확신한다. 평화는 준비된 자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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