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중복·분산 투자 비효율 개혁 적기
합동성 강화하고 연합방위 주역 키운다
통합 이유… 상비병력·학령인구 감소와 전쟁 환경 변화에 대비
주요 내용… 4년제 첨단 사관학교 만들고 교수 절반 민간인으로
향후 계획… 공청회·설명회 개최 국회와 논의해 후속 과정 진행
당정 협의… 국방개혁의 첫 단추, 스마트 강군 육성 뒷받침할 것
‘지상·해상·공중 전 영역을 통합할 수 있는 인재 육성’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 후 한미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정예 장교 양성’. 국방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에서는 변화하는 전장환경과 안보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고심이 읽힌다. 현 육·해·공군사관학교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대전 자운대에 ‘최고 수준의 4년제 첨단사관학교’를 만들고, 군과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국가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청사진도 내비쳤다. 조용학·최한영·조수연 기자
|
상비병력 감소, 전쟁양상 변화 등 고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이 사관학교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3군 사관학교가 병립 운용되면서 자원이 중복·분산 투자되는 비효율을 대표 도전 과제로 꼽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3군 사관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생도 수는 학교마다 700명에서 1000명 수준이다. 육·해·공사에 재학 중인 2900여 명의 생도를 양성하기 위해 3명의 3성 장군을 포함한 장성 7명, 교수진 등 3000여 명의 지원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시설을 한 곳으로 합치고, 각 사관학교 교수진과 인력을 통합 운용해 ‘국가인재 양성을 위한 커다란 그릇’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상비병력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표되는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국방부는 2040년 우리 군 상비병력이 35만~4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구조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인구절벽’ 문제로 인해 민간 대학도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사관학교도 예외가 아니며, 현재 운영체계로는 대비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3개(육·해·공군) 사관학교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일반 대학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라며 “앞으로 학령인구가 더 감소하면 이(구조조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전쟁양상 변화를 고려한 교육체계 변화도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이유로 꼽는다. 현대전 양상이 지·해·공의 경계를 넘나듦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스펙트럼까지 포괄하는 다영역작전(MDO) 환경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사관학교 교육을 미래전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돼 왔다. 국방부는 “기본소양 교육과 함께 인공지능(AI), 드론, 양자 등 급변하는 과학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화된 각 군 특성화 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동성 강화도 국군사관학교 주요 근거
이는 우리 군의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이어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군의 합동성 수준을 통합 시너지가 창출되는 5단계로 평가하는 반면, 한국군은 협조 수준인 2단계에 불과하다”며 “전력 증강 과정에서 각 군 간 경쟁도 심각하다”고 자평했다. 인구절벽과 미래전 대비 외에도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예 장교 양성을 위해 사관학교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 ‘합동성이 사관학교 시기가 아니라 임관 후 영관 장교 시절부터 체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군이라는 정체성이 서 있어야 각 군의 합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국군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1·2학년 생도들에게 전 영역 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각 군에 맞는 교육을 하는 개념이다.
전작권 회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한미 국방당국은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고, 올해 10월 전후로 열릴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회복 연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과 우리 군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군사관학교에서 양성한 장교를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주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설계에서도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 장병을 주도할 수 있는 국제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방부는 “미래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장교 양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체계, 우수한 교수진, 최첨단 교육환경이 꼭 필요하다”며 “지금은 사관학교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한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과학기술 심장부 자운대서 시너지 기대
국방부는 이날 국방사관학교 위치를 자운대로 계획한 이유도 밝혔다. 자운대가 있는 대전은 KAIST를 비롯한 주요 대학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에 국군사관학교를 조성해 최첨단 스마트캠퍼스를 신축해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 전문성, 기술 감수성을 갖춘 장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분산된 시설을 하나로 모으는 만큼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국방부는 내비쳤다. 장기적으로는 이미 자운대에 있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을 계획 중인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 등 타 장교 양성과정까지 수용하는 국방교육 허브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시설 이전과 함께 생도 교육에 필요한 우수 교수진을 확충하는 것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현재 약 24% 수준에 불과한 사관학교 내 민간 교수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국립대 수준의 처우 보장을 약속했다. 현역 신분인 교수들을 충분히 예우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각계 의견 수렴 지속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계획안을 토대로 각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그동안 민·관·군 교육개혁 분과위원회를 운영했고, 안규백 장관도 3군 사관학교 현장 토의와 고위 정책 간담회 등을 하며 주요 직위자들과 소통해 왔다”며 “오늘 발표 이후에도 공청회·정책설명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국회와 논의해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이 제정되면 이를 근거로 후속 과정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군 관련 시설의 재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현재 자운대에 있는 육·해·공군대학은 공군사관학교로 옮겨 합동군사대학교와 재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육군교육사령부는 육군 병과 학교들이 있는 상무대로 옮겨 육군 교육의 허브로 같이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국군사관학교 설립 때 아파트 건축 등의 가능성이 제기됐던 육군사관학교 부지는 박물관 등 다른 형태로 계속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군 창설지 등으로 대표되는 ‘호국의 성지’라는 중요성을 고려해서다. 안 장관도 “기존 사관학교의 상징적 가치가 있는 시설과 기념 공간을 보존·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관련 법 제정과 예산 확보 적극 지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국방부와 진행한 ‘스마트 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안 당정 협의회’에서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적극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현대전은 AI와 드론, 사이버전을 넘어 우주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군종 간 전통적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다영역 작전을 유능하게 수행할 통합형 지휘관·육각형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별 파편화된 기존 양성 시스템으로는 통합 전장을 아우를 군사 엘리트 육성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유능한 통합 인재·스마트 강군을 이끌 미래 국방 리더를 양성할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명품 사관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특히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신속히 처리해 제도적 기반을 닦고, 신규 교육 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도 적기에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전작권 회복 시기가 가시화됨에 따라 우리 군 장교들이 합동성을 기반으로 한미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교육환경 마련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며 “이러한 국방개혁의 첫 단추가 각 군 사관학교의 통합”이라고 지지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최고의 교수진을 비롯한 첨단 교육시설, 연구시설 확충 등 대규모 예산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국군사관학교가 만들어지도록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며 “2027년 예산 반영 등으로 대한민국 스마트 첨단 강군 육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