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기

입력 2026. 06. 24   14:46
업데이트 2026. 06. 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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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체’의 좀비들은 완전한 소통으로 연결돼 움직인다. 그 좀비를 만들어 낸 자는 사람들 간 ‘불완전한 소통에서 오는 비극’에 집중했다. 그는 완전하고 지체 없는 연결과 소통을 도모한다. ‘소통의 불완전함’과 ‘개미의 집단지성’을 연결한 점이 흥미로워 연상호 감독과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연 감독은 소통의 본질을 인간으로서 서로가 그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다가가는 과정 자체로 본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오해와 잡음이 사라진 완벽한 연결’에 의문을 품었던 터라 충분히 공감할 만한 통찰이었다. 

조직의 명운에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리더가 있다. 그는 본인이 느끼는 위기감을 구성원들에게 자주 전한다. 그의 말에 적극 호응하는 구성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구성원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더의 말에 수긍하던 구성원조차 그의 말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리더는 자신의 생각에 ‘동기화’되지 못하는 구성원들을 답답하게 여기며 불안함에 차츰 지쳐 간다. 이럴 경우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질문 한 줄이면 상황에 맞는 유려한 문장이 즉시 출력되는 시대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소통의 도구는 더욱 다양해졌는데, 조직에서 우리는 통하지 못해 버거워한다. 그 이유를 ‘소통의 불완전함’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인정해 버려 일찌감치 포기하는 데서 찾는다.

많은 리더와 구성원이 생각보다 적은 노력으로 소통에 임한다. 자신이 해석한 상황에 상대방 역시 그대로 동조할 것이라고 여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제때 공유하는 데 게으르다. 보고서 한 장, 메일 한 통으로 서로의 의도가 완벽하게 전송돼야 한다고 믿는다. 리더는 소통의 오류가 구성원의 부주의함이나 무관심 또는 무능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구성원은 리더의 독단적인 스타일 때문이라고 여긴다.

메시지는 상대의 경험과 맥락에 의해 반드시 왜곡된다. 이 당연한 한계를 부정하고 ‘한 번에 통하는 완벽함’을 기대하거나 상대에게만 소통에 필요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을 살리는 진짜 소통은 매끄럽고 완벽한 소통에 대한 허상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소통의 불완전함을 인정해 한 번에 통할 리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 서로에게 부단히 다가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는 자신이 해석하는 상황과 관련해 구성원이 잘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그들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해석만을 언급하기보다 실제 사례와 근거를 충분히 들려줘야 한다.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에 걸맞게 충실히 숲을 보되 나무에 집중된 구성원의 시선이 숲으로도 향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킬 줄 알아야 한다. 구성원은 리더가 가리킨 숲으로 시선을 둬 맥락을 짚어 가며 해석을 이해하고, 제대로 듣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재차 묻고 따질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치지 말아야 한다.

영화 ‘군체’가 보여 주는 좀비들의 세계는 완벽하게 동기화된 집단이다. 반면 인간의 세계는 불완전한 이들이 서로 부딪히며 맞춰 가는 공동체다. 조직에서 공적 말하기가 품격을 갖추는 순간은 소통의 한계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서로를 위해 들려주고 들어주려 노력을 기울일 때다.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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