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6주년] 눈물 닦은 맨주먹으로 기적 일구다

입력 2026. 06. 24   17:06
업데이트 2026. 06.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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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76년 세월 이겨낸 K방산 역전극
6·25전쟁 시기 국군은 변변한 무기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전쟁에 맞서야 했다.

육군은 해외 원조 화포로 전선을 사수했고, 해군은 국민 성금으로 마련한 백두산함으로 바다를 지켰다.

또한 공군은 훈련기에 폭탄을 싣고 출격했다. 쓰라린 전쟁의 교훈은 자주국방의 의지로 이어졌다.

 

우리 군은 독자적인 무기체계 개발에 나서며 전력을 발전시켰고 현재 K9 자주포, 이지스구축함, KF-21 전투기 등을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군으로 성장했다. 6·25전쟁 76주년을 맞아 전쟁 당시 국군의 무기체계와 활약상을 되짚어보고, 그것이 오늘날 K방산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된 과정을 살펴본다. 임채무·조수연·박상원 기자/사진=국방일보 DB

 

K9A1 자주포
K9A1 자주포

 

105㎜ 곡사포 사격 모습.
105㎜ 곡사포 사격 모습.

 

땅 지배하다… 자주포 개발로 첨단 강군 핵심 동력, 육군

대한민국 육군이 최초로 보유한 야포는 M3 105㎜ 곡사포였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육군 포병은 T34 전차를 앞세운 적의 공세를 막기 위해 M3 곡사포로 맞섰다. 경기 의정부 북방 축석령고개에서 서울로 진격하는 인민군 전차부대와 조우하자 직격탄을 퍼부어 적 전차부대 전진을 한동안 막은 포병학교 교도2대대장 김풍익 소령(사후 중령으로 추서)과 대대원들이 운용한 장비가 M3 곡사포였다.

당시 국군 포병의 핵심 화력은 미국 군사원조로 도입된 M114 155㎜ 곡사포였다. 최대 사거리 14㎞ 수준의 이 화포는 전쟁 기간 국군과 유엔군 포병 전력의 핵심 화력으로 운용됐다.

육군은 전쟁을 겪으며 강력한 화력과 기동성을 동시에 갖춘 포병 전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자주국방 정책에 따라 국산 무기체계 개발에 착수했고, 1980년대 미국 M109A2 곡사포 기술을 바탕으로 K55 자주포를 국내 생산하며 포병 전력 국산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K55 자주포는 대한민국이 처음 대량 생산한 자주포로, 견인포 중심이던 포병 전력을 기동형 화력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에는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한 K9 자주포가 등장했다. 1998년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 40㎞ 이상, 최고 시속 67㎞의 기동력과 자동화된 사격통제체계를 갖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주포로 평가받고 있다. 정지 상태에서 수십 초 이내 초탄 발사가 가능하며, 사격 직후 신속히 진지를 이탈하는 ‘사격 후 진지변환(Shoot & Scoot)’ 전술을 통해 현대전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육군은 K9 전력화 이후에도 성능개량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K9A1은 항법장치와 사격통제장치 성능을 개선하고, 최대 사거리를 50㎞ 이상으로 확대해 더욱 정밀하고 신속한 화력 지원이 가능하도록 진일보했다.

과거 미군으로부터 원조받은 M114 견인포에 의존하던 우리 육군은 70여 년 만에 K9 자주포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방산 강국으로 성장했다.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호주, 루마니아 등이 우리의 K9 자주포를 도입했다. 수출 성과 자체도 놀랍지만 무기를 원조받던 나라에서 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로 변모한 드라마틱한 위상 변화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6·25전쟁의 교훈에서 시작된 자주국방 완성의 노력은 K55를 거쳐 K9과 K9A2로 이어지며 첨단 강군 육성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3인치 포를 설치하는 백두산함.
3인치 포를 설치하는 백두산함.

 

바다 지킨다… 이지스구축함 앞세운 최고 해상 전력, 해군

6·25전쟁 발발 전, 대한민국 해군은 단 한 척의 전투함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해상 전력 공백을 타개하기 위해 장병과 가족들이 성금을 모았고, 정부 지원금을 더해 6만 달러 규모의 성금을 마련했다. 해군은 이 자금으로 미국에서 퇴역한 450톤급 구잠함(PC)을 도입했다. 이것이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 ‘PC-701 백두산함’이다.

인수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백두산함은 귀항 중 하와이에 기항해 3인치 주포와 12.7㎜ 기관총을 자체적으로 장착하며 전투함으로 재무장했다. 이는 해군이 임시변통의 무장이 아닌 정규 함포를 탑재해 온전한 교전 능력을 갖춘, 전투함 전력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전쟁 발발 당일인 1950년 6월 25일 밤, 동해안을 초계 중이던 백두산함은 대한해협에서 무장병력 600여 명을 태우고 부산항 기습 점령을 노리던 북한군 1000톤급 무장수송선을 발견했다. 지근거리 포격전 끝에 백두산함은 26일 새벽, 3인치 함포로 적함을 격침했다.

당시 해상 작전에는 백두산함 외에도 소해정, 구형 상륙함, 어뢰정 등 소수의 중고 함정이 투입돼 기뢰 탐색, 연안 경비, 해상 봉쇄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외산 구형 함정에 의존한 운용은 한계가 명확했고, 이는 작전 환경에 맞는 독자적 함정 체계 소요 제기로 이어졌다. 1970년대 연안 경비정 국내 건조를 시작한 해군은 호위함과 초계함의 국내 설계 및 양산으로 본격적인 발전을 이뤘다.

우리 해군은 이제 최고 수준의 이지스함을 앞세워 연합 해상 전력을 지휘하고, 첨단 잠수함 수출을 타진하는 방산 강국으로 도약했다. 현재 해군은 독자 건함 기술을 기반으로 최첨단 전력을 운용 중이다. 전략적 억제 능력을 갖춘 이지스구축함을 넘어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보유한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을 성공적으로 전력화했다. 그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은 2026년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참가해 한국 해군 최초로 다국적 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를 지휘하는 핵심 전력으로 활동 중이다.

수중 전력의 발전 역시 방산 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증명한다. 전쟁 당시 전무했던 잠수함 전력도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해 운용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와 세계 최고 수준의 연속 잠항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며 국산 무기체계의 수출 영역을 심해로 넓히고 있다.

 

 

KF-21 보라매
KF-21 보라매

 

T-6 연습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T-6 연습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하늘 누빈다… 유 무인 복합전투체계 박차 가하는, 공군

6·25전쟁 당시 전투기가 없어 훈련기에서 맨손으로 폭탄을 투하했던 우리 공군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를 시작으로 T-50 항공기와 최첨단 KF-21 전투기,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양산이라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1950년 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력은 ‘건국기’라 불리는 T-6 연습기 등 20여 대의 경항공기가 전부였다. 무장도 제한돼 적진 위를 비행하며 뒷좌석에서 맨손으로 폭탄을 투하해야 했다. 1952년 1월 미 공군이 약 500소티(sortie) 이상 출격하고도 파괴하지 못한 북한군 핵심 보급로인 평양 인근의 ‘승호리 철교’를 우리 조종사들이 단 14소티 만에 폭파해 낸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조종사들은 적의 극심한 대공포화를 뚫고 1500피트 초저공비행으로 작전을 성공시켰다.

6·25전쟁 중 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을 달성한 참전 영웅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은 “대공포탄이 스칠 정도로 저공비행해 폭탄을 집어 던졌다”며 “현대화된 공군의 무기체계에서 과거처럼 죽음을 불사하는 조종사들의 각오만 있다면 우리 영공은 끄떡없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러한 뼈저린 경험은 자주국방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전쟁 직후 1953년 10월 경남 사천기지 정비교육대 교관들은 독자 기술로 조립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경비행기를 탄생시켰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이 다시 일어난다는 염원을 담은 ‘부활호’였다. 우리 손으로 영공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의 발현이자 K방산 항공 기술의 첫 단추가 됐다.

그리고 7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첨단 전투기와 무인기를 자체 개발·생산하는 나라로 도약했다. 지난 3월 KF-21 양산 1호기가, 4월에는 10~12㎞ 상공에서 적진을 24시간 실시간 감시하는 MUAV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KF-21의 성공은 방산 강국과 당당히 경쟁할 새 동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며 자주국방 완성의 역사적 의의를 역설했다.

공군은 미래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파일럿 기술을 적용한 무인기가 조종사를 보좌해 적진에 먼저 침투·타격하는 세대 공중전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다. 맨손에 수류탄을 쥐고 비행하던 선배 전우들의 희생은 이제 하늘과 우주를 누비는 굳건한 첨단 국방력으로 진화해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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