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3함대, 손상통제훈련팀 교관화 과정 현장을 가다
실전적인…함형별 맞춤으로
취사장 화재 상황부터 유류 폭발 위험 높은 기관실까지 완벽 숙달…환자 이송 절차도 익혀
압도적 규모 방수 훈련장, 최대 15도 기울어지며 강한 수압의 바닷물 뿜자 필사적으로 파손 막아내
체계적인…친환경 첨단으로
각 함정 손상통제훈련팀 숙련도 맞는 훈련 강도로 생존성 확보·전투력 강화
레이저 포인터 노즐 등 친환경 첨단 기법도 눈길
망망대해에서 적의 피격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함정에 화재·침수가 발생했을 때, 함정과 승조원을 오롯이 지킬 수 있는 길은 ‘손상통제’뿐이다. 과거 육상에서 소화·방수 절차를 숙달하는 데 그쳤던 손상통제훈련이 이제는 최대 15도까지 기울어져 요동치는 모의 함정과 친환경 첨단 레이저 훈련 장비를 통해 실전적·체계적으로 진화했다. 함정의 생존성 향상과 전투력 강화를 위해 구슬땀 흘리는 해군3함대 장병들의 치열한 훈련 현장을 취재했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첨단 시스템으로 사투를 벌이는 화재 훈련
“화재 발생! 현 시간부로 전 승조원 손상통제 대응 실시!”
지난 16일 찾은 해군3함대 손상통제훈련장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다급한 지시 방송이 울려 퍼졌다. 지난 13일 시작해 17일까지 계속된 ‘손상통제훈련팀(DCTT) 교관화 과정’ 현장이다.
해군의 각 함정에는 손상통제 분야의 전문지식을 보유하거나 직무 관련성이 높은 장교·부사관으로 편성된 DCTT가 존재한다. 이들은 함정이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당직사관이 주관하는 자체 손상통제훈련에서 교관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그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실제 함정의 격실과 똑같이 구현된 훈련장 내부는 순식간에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장병들은 조건반사적으로 각자의 위치로 뛰어가 신속히 방화복과 산소통 등 소방장구류를 착용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2개소로 나뉜 화재 훈련장이었다. 비교적 중·소형 화재가 발생하는 취사장 가스레인지 화재 상황부터, 유류를 많이 사용하고 고열이 발생해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매우 높은 기관실 상황까지 완벽하게 재현됐다.
“모든 화재는 5분 안에 진압해야 합니다. 5분을 넘기면 폭발적인 연소 현상인 ‘플래시오버(Flashover)’가 발생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훈련 현장을 통제하던 교관의 설명처럼 장병들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단 5분. 전부(前部) 격벽부터 후부 격벽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번지는 복합 상황 속에서 장병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연기를 뚫고 현장에 투입됐다.
장병들은 불을 끄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50~65㎏에 달하는 육중한 환자 더미(모형)를 들고 좁고 어두운 격실을 넘어 안전지대로 이송하는 인명 구조 절차까지 완벽하게 숙달하고 있었다. 방염복과 함상복을 갖춰 입은 더미는 실제 승조원과 같은 무게감을 주어 실전성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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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로 기울어지는 함정 속 사투
방수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유동형 방수훈련장비’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다 위 항해 중인 함정의 롤링을 그대로 구현한 이곳은 최대 15도까지 기울어진다. 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요동치는 함정 내부 12개소의 격벽과 24개소의 파이프에서는 엄청난 수압의 바닷물이 뿜어져 나왔다.
“침실, 기관실, 보기실 동시다발적 침수 및 화재 발생!” 복합 상황이 부여되자 장병들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필사적으로 파손 부위를 틀어막았다.
육상에서도 힘든 방수 작업을 끊임없이 흔들리는 환경에서 수행하는 것은 엄청난 체력과 팀워크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장병들은 각자의 특기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쐐기와 지주를 활용해 쏟아지는 물줄기를 막아내며 기어코 함정의 생존성을 확보해냈다.
흠뻑 젖은 훈련복 상태로 나타난 황기진(대위·진) 광주함 주기실장은 “실제 함정 및 해상 환경과 유사한 공간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개인의 손상통제능력은 물론 승조원들 간의 팀워크를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며 “상비필승의 마음가짐으로 함정 전투력을 최고도로 유지해 국민을 지키는 정예해군을 구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에서 훈련을 종합 통제한 이상규(원사) 관찰관은 “손상통제와 관련한 이론과 실습을 반복 숙달함과 더불어, 실제 상황에 대한 노하우를 교육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3함대 모든 함정 승조원이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바로 옆 전우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강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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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참가로 팀워크 끌어올린 광주함
이번 훈련의 특징은 단순히 소화·방수 절차를 익히는 훈련에서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이다. 2024년 준공된 훈련장은 실제 함정의 격실을 똑같이 구현하고, 첨단 제어 기능을 대거 도입해 ‘실전 같은’ 환경을 완성했다. 핵심은 중앙 통제실 기반의 ‘실시간 통합 제어 시스템’. 훈련장 내 모든 상황은 중앙 통제실과 훈련 개소별 관찰실에서 통제된다. 통제관들은 함정의 롤링(좌우 움직임) 각도를 조정하며 화재의 세기, 쏟아지는 물의 양, 연기 농도까지 원격 조작해 장병들의 숙련도에 맞춘 맞춤형 훈련 강도를 부여한다.
특히 방수 훈련장의 ‘유동형 방수훈련장비’는 거친 바다 위 함정의 움직임을 그대로 묘사한다. 모의 함정은 최대 15도까지 기울어지며 배가 요동치는 극한의 환경을 만든다. 동시에 12개소의 격벽과 24개소의 파이프에서 엄청난 수압의 바닷물이 뿜어져 나오도록 설계해, 침수 및 화재 복합 상황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화재 훈련장 역시 친환경 첨단 기법으로 진화했다. 실제 유류를 태우는 방식을 개선해 ‘레이저 포인터 노즐’을 도입했다. 소화 호스에서 발사되는 레이저를 화점에 명중시키면 시스템과 연동돼 불길이 줄어든다. 연기 배출 시스템도 정밀하게 가동되는 등 디테일을 살렸다.
이번 훈련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2500톤급 호위함(FFG) 광주함 장병들이 단독으로 참가했다는 것이다. 함형별 맞춤 훈련으로 진행돼 장병들은 자신들이 실제 생활하고 전투를 수행하는 광주함의 구조에 맞춰 더욱 수월하고 집중력 있게 훈련에 몰입할 수 있었다.
교육을 주관한 이상훈(중령) 3훈련대대장은 “장병들이 실전 상황에 직면했을 때 흔들림 없이 손상통제능력을 발휘해 함정의 생존성을 보장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스마트 훈련 체계를 바탕으로 장병들의 생존 능력과 전투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장에서 함정의 피격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5분의 골든타임 속에서 흔들리는 배를 부여잡고 화마와 거친 해수에 맞서는 장병들의 손상통제능력은 그 어떤 첨단 무기 체계보다 강력한 ‘방패’다. 거센 물살과 화마에 맞서 함정의 전투력을 복구해내는 3함대 장병들이 굳건한 해양 수호의 초석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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