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복무여건 개선, 약속에서 현실로
(상) 초급간부 (중)중견간부 (하)부사관
국방부가 ‘군의 허리’인 중견간부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가동한 ‘5대 밀착형 복무여건 개선책’이 현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지원책은 중견간부의 복무 지속 의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을 정조준한 것이 특징이다. 숙원이었던 소령 계급 정년 연장을 비롯해 중요직무급 수당 및 직책수행경비 신설, 근속휴가 확대, 이사화물비 현실화, 군인자녀 대상 자율형공립고 개교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는 ‘직업군인 생애주기’ 전반을 관통하는 개선책을 확대·보완해 우수 인력 확보와 간부 이탈 방지를 동시에 꾀하면서 전력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해령 기자/사진=국방일보 DB
중견간부 이탈 막아 전투력 지킨다
5대 밀착형 복무여건 개선책 시행, 안보 역량 유지
“숙련도 높은 대위, 소령, 상사 한 명이 빠져나가면 그들이 10년 넘게 체득한 전술적 직관과 부대 관리 노하우도 함께 증발합니다. 첨단 무기체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고 부하들을 이끄는 것은 이들 ‘중견간부’입니다.”
상시 최고도의 작전태세를 유지하는 육군 ○○사단 김○○대령은 중견간부 이탈의 심각성을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몇 년간 군 안팎에서는 초급간부 충원 문제 못잖게 ‘중견간부들의 조용한 이탈’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대위·소령, 중·상사의 희망 전역자 수는 2024년 3006명으로 3년 전인 2021년(1237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명감 하나로 10년 이상 군복을 입었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힌 것이다. 잦은 이사로 인한 가족의 희생과 40대 중반이면 전역을 준비해야 하는 직업적 불안정성, 과중한 임무에 비해 부족한 경제적 보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방부는 중견간부 이탈 방지가 곧 국가 안보 역량을 유지하는 핵심 과제라는 판단 아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5대 밀착형 복무여건 개선책’을 시행했다.
김성준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미 군에 헌신하고 있는 핵심 인재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이제는 애국심에만 의존해 개인과 가족의 희생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중견간부들이 전투와 부대 지휘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삶의 여건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령 계급 정년 50세 연장
20년 이상 복무…안정적 군인연금 수급 기반 마련
전방 육군 ○○보병사단 작전과장으로 복무 중인 김○○ 소령은 40대에 접어들자 진급 부담에 임무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웠다. 진급에서 한 차례만 누락돼도 전역 후 생계 불안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야전 실무를 책임지는 영관장교들이 가장 역량을 발휘할 시기에 전직을 고민해야 하는 뼈아픈 현실이었다.
‘소령 정년 50세 보장’ 조치는 이러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계기가 됐다.
김 소령은 “이제는 오직 적과 싸워 이기는 전술과 부대원 교육·훈련에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며 “영관장교들이 진급에 얽매이지 않고 야전 부대의 최고 전술 전문가로서 묵묵히 헌신하는 성숙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길 희망한다”고 변화를 반겼다.
군 조직의 중추로서 가장 왕성하게 작전·기획을 주도해야 할 소령들에게 가장 큰 족쇄는 ‘45세 연령 정년’이었다. 청춘을 오롯이 국가에 바쳤음에도 45세라는 이른 나이에 군복을 벗어야 하는 현실은 소령들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왔다. 특히 이 시기는 자녀의 중·고등학교 진학 등으로 가계 지출이 정점에 이르는 생애주기와 맞물리며 부담을 더욱 키웠다. 진급 압박에 더해 나이가 들수록 전역 이후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현실까지 겹치면서, 차라리 이른 시기에 전역해 민간기업으로 진출하려는 인원도 적지 않았다.
국방부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 1월부로 소령 정년을 50세로 연장했다. 5년 연장을 넘어, 20년 이상 복무해야 수급할 수 있는 군인연금을 중견간부들이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요직무급 수당·직책수행경비 신설
직책 무게 걸맞은 합당한 보상으로 자긍심 회복
해군 ○○함 부장 박○○ 소령은 함정 근무 특유의 고강도 책임과 그에 비해 부족했던 보상체계를 짚었다.
함정 근무 특성상 출동 시 지휘관이 수십 명의 생명을 책임지며 24시간 작전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 부담은 오롯이 개인의 사명감에 의존해 온 측면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중요직무급 수당과 직책수행경비 신설은 국가가 지휘관의 헌신을 정당하게 예우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박 소령은 “과거에는 막중한 책임감과 직책의 무게에 비례하지 않는 처우로 씁쓸함과 상대적 박탈감도 컸다”며 “중요직무급 수당과 직책수행경비 신설 같은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전 군에 정착돼 후배 간부들이 지휘관 직위를 피하는 게 아니라 서로 명예롭게 맡길 바라는 건강한 위계질서가 확립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군 조직의 특수성을 지탱하는 핵심 가치는 위계와 지휘권, 책임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견간부들이 짊어지는 무거운 책임에 비해 실질적인 금전적 보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묵묵히 헌신해 온 지휘관들의 명예와 자존심 저하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방부는 보수 구조의 사각지대가 지휘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제도 보완에 나섰다. 전방 경계부대 등에서 핵심 임무를 수행하며 작전을 주도하는 영관장교들에게 월 20만 원의 ‘중요직무급 수당’을 신설해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부서원 격려와 부대 관리 과정에서 사비 지출이 불가피했던 부서장 및 단독 직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직책수행경비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부서장에게는 월 5만 원, 단독직위자에게는 월 3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직책 무게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을 통해 지휘관들의 자긍심을 회복하려는 조치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휴식권 보장 위한 ‘확대된 근속휴가’ 시행
근속 기간 따라 휴가 세분화 재충전 시간 의무 보장
공군○전투비행단에서 장기간 정비 특기로 임무 수행해온 박○○ 상사는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전역까지 고민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 15년간 비행단 일정에 맞춰 새벽과 야간, 주말을 가리지 않고 활주로에서 정비 임무를 수행해 왔다”며 “가족들과 온전한 휴가를 보내기 어려웠고, 누적된 피로로 10년 차를 넘길 즈음에는 민간 항공사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근속휴가 제도는 업무 부담을 덜어주며 조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박 상사는 “15년 차 근속휴가 5일을 받아 가족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고, 국가가 오랜 헌신을 잊지 않고 챙겨준다는 사실에 뭉클했다”며 “앞으로 근속휴가 제도가 부대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정착돼 중견 부사관들이 지치지 않고 장기간 전투력 유지의 근간으로 활약하길 기원한다”고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바랐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경계작전과 고강도 훈련 속에서 중견간부들의 누적된 피로와 번아웃은 군 전투력을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민간 기업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온 것과 달리, 군의 휴가제도는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존에는 20년 이상 장기 근속해야 재직기간 중 단 한 차례, 7일 이내의 위로 휴가가 주어지는 데 그쳤다. 중간 연차 간부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혀 없었던 셈이다.
국방부는 중견간부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근속휴가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사 이상 전 간부를 대상으로 근속기간에 따라 휴가를 세분화해 5년 이상 10년 미만은 3일,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5일, 20년 이상은 7일의 재충전 시간을 의무적으로 보장한다.
이사화물비 현실화 노력
사다리차 이용료 최대 36만 원까지 국고 지원
군수지원부대 소속 정○○ 소령은 부대를 옮길 때마다 이사 비용으로 사다리차 비용 포함 50만 원 이상의 사비를 지급해 왔다. 1~2년 주기로 전·후방을 오가는 과정에서 가족이 함께 감당해야 할 비용도 점차 커졌고, 거처를 옮길 때마다 가계에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사다리차 비용까지 실비 정산이 가능해지면서 이사철 경제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정 소령은 “주거 이동 및 정착 지원 제도가 점점 고도화돼서 군인들이 국가가 부르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 임무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직업군인과 가족들에게 1~2년마다 반복되는 전속과 이사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이 뒤따랐다. 기존 이사 지원금은 물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기준에 머물러 있었고, 이로 인해 간부들은 포장이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임무 수행을 위한 잦은 이동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인사이동 시기마다 군인가족들의 어려움이 반복돼 왔다.
국방부는 임무 수행을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군인들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이사화물비 지원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 이사 시 필수적인 사다리차 이용료를 최대 36만 원까지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다.
‘자율형공립고’ 추가 지정을 통한 교육 불안 해소
영천고 필두, 경기 송담고·강원 화천고 개교 예정
해군 ○함대 소속 최○○ 상사의 자녀는 초등학교 시절에만 네 차례 전학을 겪었다. 아버지의 잦은 해상 근무와 인사 발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주지를 옮겨야 했던 까닭이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를 지켜보며, 최 상사 부부는 ‘부모의 직업 때문에 자녀가 희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전역까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그간의 고민과 부담을 덜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자녀가 최근 우수한 교육 여건을 갖춘 경북 영천고등학교에 기숙사생으로 입학하면서다.
최 상사의 아내는 “웬만한 특목고에 뒤지지 않는 교육 환경을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며 남편의 군복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졌다”며 “자율형공립고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군인가족이라는 이유로 자녀 교육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고,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고 감회를 전했다.
군 복무 중 겪는 수많은 어려움 가운데, 중견간부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고충은 ‘자녀교육’ 문제다.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시기가 되면 잦은 전학으로 인한 학업 단절과 교우 관계의 어려움을 더는 지켜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감수하거나, 군을 떠나는 선택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국방부는 직업군인의 특수한 주거 환경이 자녀의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교육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군인자녀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숙형 ‘자율형공립고’를 연이어 지정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달 개교해 우수한 기숙 환경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영천고를 필두로, 2028년 경기 송담고, 2030년 강원 화천고가 순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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