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어 준 손 잊지 않고…도움의 손 내밀다 공군의 품격

입력 2026. 04. 13   17:04
업데이트 2026. 04.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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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에 보답하는 국민의 군대

제부도 양식장서 작업 중이던 스리랑카 근로자

추락하는 공군 F-4E 전투기 발견 조종사 구조
최근 미등록 체류 신분으로 추방될 위기 맞자
공군, 공로 증언으로 법무부 체류 허가 이바지

2022년 8월 12일 루완 씨를 비롯해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들이 비상탈출한 조종사를 배로 구조한 모습. 안산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제공
2022년 8월 12일 루완 씨를 비롯해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들이 비상탈출한 조종사를 배로 구조한 모습. 안산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제공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조종사를 구했던 이방인의 도움을 대한민국 공군은 잊지 않았다. 전투기에서 탈출한 우리 조종사들을 구조했던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가 추방 위기에 처하자 그가 다시 한국에서 삶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공군이 직접 나서 제도적 구제를 받도록 한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공군에 따르면 2022년 8월 12일 서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공군 F-4E 전투기 한 대가 비행 중 엔진 화재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 2명은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기수를 해안으로 돌린 뒤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방석 조종사는 깊은 수심과 부상, 엉킨 낙하산 줄에 갇혀 자력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

그때 경기 화성시 제부도 인근 김양식장에서 작업 중이던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루완 씨와 동료들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전투기를 목격했고, 비상탈출 직후 바다로 추락하는 낙하산을 보고 곧바로 배를 몰았다. 이들은 양식장 도구를 이용해 낙하산과 김양식장 밧줄을 끊어 조종사를 신속히 구조하고, 조종사의 요청에 따라 조종복 안에 있던 연막탄을 찾아 헬기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사실상 초기 구조 전 과정을 맡았다.

사고 당시 이들의 활약은 바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고 “낯선 나라에서 생명을 먼저 생각한 의로운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 표창 등 지역 차원의 감사 표시가 있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루완 씨의 이름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갔다. 그사이 그에게는 가혹한 시련이 찾아왔다.

체류기간 만료로 미등록 체류 신분이 된 데다 건강 악화로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 직장에서마저 퇴사조치를 당해 생계 기반까지 무너졌다. 경북 영천시의 한국스리랑카불교사원에서 임시로 머물며 ‘추방’과 ‘생계 단절’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사연이 뒤늦게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공군10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이 조종사를 구조한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10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이 조종사를 구조한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2년 9월 4일 조종사를 구한 공로로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장 표창장을 받은 루완(가운데) 씨와 동료들.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 제공
2022년 9월 4일 조종사를 구한 공로로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장 표창장을 받은 루완(가운데) 씨와 동료들.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 제공



안타까운 소식을 공군본부 정훈실 역시 포착했다. 관련 보도를 접한 정훈실은 ‘조종사를 구한 스리랑카인’ 루완 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즉각 확인하고, 이를 공군본부 법무실 인권나래센터로 전달해 도움을 줄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공군은 루완 씨가 다시 한국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신속하게 움직였다. 법무실 최소담 소령은 사고 당시 구조된 전방석 조종사 이주한 예비역 소령의 인터뷰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취합해 법무부 출입국관리 담당자에게 공식 의견서를 발송했다.

단순히 “도와달라”는 수준을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자로서 루완 씨의 공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구제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특히 군사보안 규정상 ‘사고 조사 결과’ 원본을 외부 기관에 보여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된 조종사의 생생한 증언과 관련 언론 보도를 제공해 루완 씨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이러한 공군의 적극적인 노력은 법무부의 긍정적 결정을 이끌어 내는 데 이바지했다. 지난 10일 열린 제32회 외국인 인권 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에서 법무부가 루완 씨의 지원방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 것.

심의 결과 법무부는 위급한 상황에서 공군 조종사를 구조한 루완 씨의 특별한 공로를 인정해 미등록 체류에 따른 범칙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체류자격(G-1) 변경을 거쳐 합법적인 체류를 허가했으며, 본인이 희망할 경우 ‘체류자격 외 활동 허가’를 부여해 국내 취업까지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루완 씨는 국방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어려움에 처한 군인들을 도울 수 있어 오히려 행복했다”며 “도움을 바라고 구한 것은 아니지만 공군과 한국 국민이 저를 위해 나서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딸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에 도울 일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돕고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연은 ‘국가의 품격’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보여 준다는 평가다. 생사의 기로에서 조종사를 구한 이방인이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할 위기 앞에서 공군은 ‘제도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두 팔을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헌신한 이는 누구든 결코 잊지 않는다”는 공군의 이번 메시지는 향후 위기 현장에서 우리 장병과 국민을 도울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을 향한 국가 차원의 굳건한 약속이라고 볼 수 있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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