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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견장일기] 선배 전우들의 뒤를 이어가는 길

기사입력 2020. 11. 26   16:35 입력 2020. 11. 26   1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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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육군3사단 진백골연대 백혼대대·중위

GOP 경계작전은 항시 실탄으로 무장한 상태로 이뤄진다. 또한 DMZ를 비롯한 대대 작전지역은 6·25 전쟁 당시의 유실 지뢰나 포탄들이 남아 있어 인명사고 우려가 있는 곳이다. 얼마 전 군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본 육군 장병과 그 가족을 돕는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대해 알게 됐다. 이 기금에 첫 GOP 근무수당에 조금 더 보태 100만 원을 기부했다.

분단 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선배 전우들은 지금보다 험난하고 열악한 환경과 적의 위협 속에서 경계작전을 해냈다. 국가를 지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선배 전우들의 헌신과 희생에 보답하고 싶었다. 선배 전우들이 계셔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기에 기부에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임관 전부터 ‘GOP 소초장’이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군인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최전방에서 국가를 수호하고 싶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높은 철책 앞 독립된 소초에서 소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눈앞의 적을 상대로 경계작전을 펼치는 임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기에 그 마음은 간절했다.

보직되기 전 상상했던 낭만적인 소초장의 일상은 잠시였다. DMZ의 짙은 녹음을 닮은 소초장의 녹색 견장은 예상보다 그 무게가 무거웠다. 적 침투, 총격도발, 월북 등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해 소대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소대원들이 오늘 당장 싸워도 적을 이길 수 있도록 교육 훈련하는 데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소초장이 바로 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매일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소대원들의 군장 검사를 하며 ‘나는 반드시 내 앞으로 적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중부전선 최전방을 수호하겠다!’라는 경계작전 신조를 외친다. 우리는 매 순간 적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며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가운데 연초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비군사적 위협, 봄에는 산불,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경계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계작전은 계속됐다. 신체적·정신적 피로도는 계속 높아졌으나 모두가 경계작전에 대한 책임감과 그 중요함을 알기에, 묵묵히 선배 전우들의 뒤를 따라갔다.

전통에 빛나는 3사단 진백골연대는 필사즉생(必死則生),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는 백골정신으로 수차례에 걸친 DMZ 완전작전을 수행했고, 선배 전우들의 기운을 이어받아 영광스러운 이곳에서 계속해서 묵묵히 경계작전을 하고 있다.

우리가 어쩌면 당연히 여기는 이 평화는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고, 선배 전우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일궈낸 것이다. 나 또한 선배 전우들의 뒤를 멋지게 이어가고 싶다. 그들이 걸어왔고 내가 걸어갈 그 길은 쉽지는 않겠지만 명예로울 것이고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선배 전우들과 지금도 경계작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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