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평행의 역사, 독립기념관에서 느낀 울림

입력 2025. 04. 23   15:29
업데이트 2025. 04. 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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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샤라트 카말 국방대학교 인도 해군대령
레디 샤라트 카말 국방대학교 인도 해군대령


자유·정의 위해 목숨 걸었던
한·인도의 독립운동 역사
시기와 방식은 달랐지만
시대 초월한 저항정신 공유

 

현재 대한민국 국방대 안보과정을 수학 중인 인도 해군대령이다. 

15개국에서 온 장교들과 함께 한국 사회와 안보 이슈를 깊이 있게 배우는 뜻깊은 과정 중 역사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외국군과 그 가족 등 30여 명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3월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국인에게 3월은 나라의 자주독립을 향한 열망이 발현된 3·1운동의 달이기 때문이다. 민중이 일제의 식민 통치에 맞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날은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다. 그런 역사적 의미를 품은 시기에 독립기념관을 찾은 것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이 있었다.

기념관의 웅장한 입구를 지나며 마주한 ‘겨레의 탑’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독립정신과 민족 의지를 상징하는 이 탑은 압도적 존재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자유를 향한 굳은 의지를 조형물로 표현한 모습은 마치 인도의 식민 저항사를 떠올리게 하며 국경을 넘어선 공감이 밀려왔다.

전시관 안에선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일제강점기 시기의 치열한 저항 이야기가 연대기처럼 펼쳐졌다. 특히 3·1운동을 다룬 전시는 마하트마 간디가 주도한 인도의 비폭력운동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비폭력시위, 독립을 향한 불타는 투쟁은 두 나라가 공유한 정신이었다.

‘항일무장투쟁관’에서는 일제의 억압에 맞서 무기를 든 독립군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인도의 바갓 싱, 찬드라셰카르 아자드, 수바스 찬드라 보스 같은 독립투사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한국과 인도 모두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독립운동가들의 유품이 전시된 곳이었다. 편지, 낡은 수감복, 옛 필름 속 시위 장면은 인도의 포트블레어에 위치한 셀룰러감옥에서 고문을 견디며 투쟁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를 연상시켰다.

그곳에 투옥됐던 인도 독립운동가들 역시 같은 고통을 견디며 자유를 꿈꿨다. 한국과 인도의 독립운동은 국경을 넘어 공감되는 인류 보편의 이야기였다.

여성과 학생들의 항일운동을 조명한 전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관순 열사는 어린 나이에도 꺾이지 않는 신념의 상징이었다. 이름 없이 싸웠던 수많은 청년과 여성의 용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자유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전시의 마지막은 광복 이후 한국의 발전을 다루고 있었다. 폐허 속에서 민주주의국가로 성장한 여정은 놀라웠다. 그 배경에는 국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자 한 강한 의지가 있었다. 과거의 고난이 오늘날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었음을 느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한국과 인도의 독립운동은 시기와 방식은 달랐지만 자유와 정의를 향한 염원은 다르지 않았다.

민족을 넘어선 연대, 시대를 초월한 저항정신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이런 뜻깊은 체험 기회를 마련해 준 대한민국 군과 국방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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