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현장 육군1보병사단 의료봉사
통일촌 절반가량 고령층…일일병원 발길 이어져
치과 진료 받고 경로당서 물리치료·건강상담까지
“혈압·혈당 재고 침도 맞으니 참 좋습니다” 감사 인사
사단, 월 1회 정례화…이비인후과 등 과목 확대 계획
올해로 조성 53주년을 맞은 통일촌은 군사분계선 남방 4.5㎞ 지점,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1972년 민통선 북방종합개발 정책에 따라 조성됐다. 긴 역사만큼 이곳도 다른 농촌 마을처럼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해 통일촌 인구는 401명으로, 그중 60세 이상이 186명이다. 육군1보병사단 의무대대가 민·군 화합을 도모하고, 어르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8일 통일촌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의료봉사’ 현장을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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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벌리세요~! 아~!”
통일촌 경로당 앞에 주차된 ‘치과 버스’ 내부. 치과 진료에 필요한 시설·장비가 갖춰진 이곳에선 치과군의관 정원석 대위가 마을 주민들을 정성스럽게 진료하고 있었다.
“음식물을 힘줘 씹으셨는지 오른쪽 맨 뒤 어금니가 깨졌어요. 당장 조치가 필요하진 않은데, 다음에 치과 가셔서 치료받으세요. 잇몸은 괜찮아요, 어르신.”
세심한 진료를 받은 지역주민들은 고맙다는 말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진료를 마치고 나가는 지역주민들 손엔 의무대대에서 준비한 치약·칫솔이 꼭 쥐여 있었다. 냉기가 감도는 겨울날, 작은 온정이 피어나는 모습이었다.
사단 의무대대는 이날 통일촌 경로당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의료봉사를 전개했다. 군의관·간호장교 등 전문 의료진을 투입해 치과, 한방과, 물리치료, 건강상담 등 진료과목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치과 진료는 이동형 치과 버스에서, 한방과와 물리치료는 경로당 1층에서, 혈압·혈당 측정 및 건강상담은 경로당 2층에서 각각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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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료소를 찾은 주민들 대다수는 고령층이었다. 허리 통증으로 한방치료를 받으러 온 어르신부터 고혈압 등 지병으로 건강상담을 하러 온 어르신까지 방문 목적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래도 의료봉사를 위해 민통선 너머를 한걸음에 달려와 준 장병들에 대한 고마움은 모두가 매한가지였다.
한 어르신은 “마을 이장이 며칠 전부터 ‘군인들이 의료봉사하러 오니 건강상담을 받아보라’고 집집마다 방송했다”면서 “실제로 와보니 혈압·혈당도 잴 수 있고, 침도 맞을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통일촌뿐 아니라 인접한 해마루촌·대성동마을 주민도 진료를 받았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대성동마을은 최근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한 방음공사가 완료되며 한시름 놓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군의관을 비롯한 장병들은 대성동마을을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하루빨리 기력과 건강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성심껏 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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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군의관 이준행 대위는 “의료대란으로 보건소 인력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어 보람찼다”며 “짧게나마 봉사하면서 접경지역 주민에게 더 많은 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장병들도 헌신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낀 건 마찬가지였다. 현장 안내를 맡은 홍인혁 하사는 “진료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최대한 많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꼼꼼히 설명해 드렸다”며 “처음 해보는 임무라 애로사항도 있었는데, 다음 의료봉사에선 이를 개선해 더 완벽히 지원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사단은 이번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접경지역 마을을 매달 1차례씩 찾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진료 수요가 많은 한방과, 치과, 물리치료 등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이비인후과, 정신과 등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사단 관계자는 “민북마을 첫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국민 건강지킴이’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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