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골목 속으로 ③ 남미의 숨은 보석, 리마
해안 도시인데도 사막기후 1년 내내 흐리지만
스페인 식민지 시대서 전해진 벽화로 알록달록
국민음식 세비체·현지 음료 치차모라다 ‘별미’
남미서 비교적 안전한 도시, 여행자 불러 모아
세계서 손꼽히는 규모 ‘분수공원’은 꼭 들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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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는 마추픽추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잠시 거쳐 가는 도시로 여겨지지만, 페루의 수도이자 남미문화의 중심임을 잊어선 안 된다. 10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이 대도시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남미의 중요한 거점이었고, 오늘날엔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리마는 단순한 중간 기착지가 아니라 독특한 날씨, 역사적 유산, 예술적 매력, 맛의 천국으로 남미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도시다.
현대적인 세련미와 고대 유산이 공존하는 리마는 남다른 첫인상으로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처음엔 리마가 영 별로였다. 지금은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은 도시이며, 머물수록 떠나기 싫은 도시가 됐다. 이 매력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글을 쓰는 이로서 어깨가 무겁다. 누군가에겐 거쳐 가는 도시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이에겐 목적지였으면 한다. 리마는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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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벽화와 비교적 안전한 치안
리마의 거리는 벽화로 가득하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전해진 벽화문화는 현대 리마에서도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과거 원주민들에게 종교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됐던 벽화는 이제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예술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바랑코와 미라플로레스 지역에선 거리 곳곳에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남미 전역에서 벽화는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예술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리마 역시 예외는 아니다. 또한 남미의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리마는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편. 특히 부촌 미라플로레스는 잘 관리된 공원과 해안 산책로가 있으며, 경찰의 순찰 덕분에 여행자도 비교적 편안하게 도시를 탐방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지를 벗어나면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니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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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로의 야심과 리마의 역사
리마는 1535년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세운 곳으로, 남미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도시였다. 스페인 정복 이후 남미 전역을 통제하는 정치적·종교적 중심지로 설계됐으며, 이를 증명하듯 화려한 성당과 스페인풍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리마 구시가지에 있는 리마대성당은 피사로가 도시를 건설하면서 가장 먼저 만든 건축물 중 하나로, 스페인의 권위와 종교적 상징성을 동시에 보여 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지역에는 리마를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니라 남미의 핵심 도시로 자리 잡게 한 피사로의 야망이 서려 있다. 피사로에게 리마는 단순한 도시가 아닌 스페인 식민지 전략의 중심축이었다. 역사적 상상력을 덧붙이며 리마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잉카와 유럽의 문화가 동시에 다가와 눈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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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분수쇼와 현지인의 일상
리마에서 놓쳐선 안 될 경험 중 하나가 분수공원(Magic Water Circuit)에서의 분수쇼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분수공원 중 하나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음악에 맞춰 물이 춤을 춘다. 입장료는 5솔(약 2000원)로 매우 저렴하며,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긴다. 이게 어떻게 5솔밖에 안 하지? 화려하고 창의적이며 페루의 역사까지 함축한 분수쇼를 보다 보면 저렴한 입장료가 다소 미안해진다.
여행은 낯선 곳을 찾는 여정이지만, 낯선 자신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아이, 친근하게 눈인사를 보내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도 반쯤 페루인이 된 것만 같다. 분수쇼에 흠뻑 빠져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리마가 강렬하고, 따뜻하고, 애틋하게 자리매김한다. 특히 주말 저녁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언제든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굳이 축제를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나 축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는 분수쇼를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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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날씨: 흐림과 건조의 조화
리마는 날씨가 무척이나 독특하다. 해안 도시인데도 사막기후에 속하며 1년 내내 대부분 흐리다. 여름철에도 비는 거의 내리지 않지만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습도가 높다.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꽤 신기하다. 또한 밤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 얇은 겉옷이 필수다. 리마의 날씨는 자연과 도시의 색다른 조합이다. 셔벗(sherbe) 같은 날씨에 느끼한 속이 씻기는 기분이랄까? 리마는 걷기에도 좋고, 아침 달리기에도 딱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도시를 탐험하기에 이보다 매력적인 날씨가 있을까? 해가 거의 나지 않지만, 이 특유의 회색빛 풍경이 리마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날씨에 관한 선입견을 버린다면 리마는 독특한 방식으로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맛의 천국, 세비체 자부심
리마는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요리를 선보인다. 페루 음식은 해안·산악·아마존 지역의 풍부한 재료에 기반하며, 일본과 중국 요리도 가미됐다. 페루의 ‘국민음식’은 단연 세비체다. 세비체는 신선한 생선 혹은 해산물과 레몬즙·향신료로 만든 요리다. 리마 해안에서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들어진다. 페루인은 이웃 나라 칠레가 세비체의 원조를 주장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며, 세비체는 페루의 자존심이자 문화라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도 남미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단연 세비체다.
리마에선 세비체 외에 치차모라다·잉카콜라 등 독특한 음료와 다채로운 현지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여행자에게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리마는 미식의 수도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여행 중 갖가지 맛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리마는 잊을 수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
리마는 단순히 한 번 방문하고 끝나는 도시가 아니다. 여러 역사와 문화적 매력을 가진 리마는 여행자들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특별함을 지녔다. 특히 미라플로레스의 산뜻한 공원, 바랑코의 예술적 분위기, 활기 넘치는 시장은 일상적인 삶의 풍경 속에서도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음식, 예술,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가 어우러져 그 자체로 살고 싶은 도시로 느껴지기도 한다. 태평양의 바람을 맞으며 걷는 해안 길과 거리에서 발견하는 벽화들, 그 안에서 맛보는 미식은 리마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 모든 매력은 여행자에게 단순한 방문 이상을 약속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리마는 남미여행의 시작점이자 끝점으로 언제나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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