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예산 연 17억 절감 조달 소요기간 단축 야전부대 소요·부담 뚝!

김상윤

입력 2018. 12. 05   17:26
업데이트 2018. 12. 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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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군수사, ‘군용 윤활유 표준화·국산화 시행’ 효과 알아보니…


‘78종⇒49종’으로 통합 ‘민·군 규격 표준화 사업’ 추진
국외 조달 19종 중 6개 품목 국산화 규격 인증도 진행 


5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육군종합보급창 비축유류관리대 유류시험과 중앙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윤활유를 시험 분석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5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육군종합보급창 비축유류관리대 유류시험과 중앙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윤활유를 시험 분석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육군이 군 최초로 군용 윤활유의 표준화, 국산화, 상용 차량 확대 적용 등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마치고 최근 시행에 들어갔다. 기능이 유사한 군용 윤활유는 대표 품목으로 통합해 13개 품목을 축소했고, 사용자 편의를 고려해 복잡하고 어려운 품명을 간단명료하게 개선했다. 또한 수입 윤활유 중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것은 최대한 국산화해 조달하는 한편, 단가는 싸고 기능은 우수한 군용 윤활유 활용을 상용 차량에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는 5일 “윤활유 표준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장 18개월여에 걸쳐 군용 윤활유 표준화, 국산화, 상용 차량 확대 적용 등 군 최초의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연간 약 17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와 함께 조달 소요 기간 단축, 야전 부대 소요 최소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군용 윤활유는 엔진오일, 기어유, 유압작동유, 방청유 등이다. 일반 차량 윤활유와 달리, 군용 윤활유는 무기체계의 특성에 따라 특수한 기능성을 갖춰야 하고, 군수품의 원활한 가동과 수명 연장을 위해 반드시 적합한 규격이 사용돼야 한다.

육군이 활용하는 군용 윤활유는 총 78종에 달한다. 윤활유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제작업체가 개발단계에서 임의로 윤활유를 선정하기 때문에 군이 취급하는 품목 수가 많아졌다. 또한 거의 동일한 기능의 윤활유가 서로 다른 품목처럼 분류·관리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군수사는 지난해 8월부터 윤활유 표준화에 돌입했다. 78종의 윤활유 중 UAV 등 소수 장비에 꼭 필요한 16개 품목을 제외하고, 야전에 보급하고 있는 62종의 군용 윤활유 가운데 13개 품목을 축소해 49종으로 통합·보급하기로 했다. 군수사는 앞으로 육군본부의 시험평가를 거쳐 ‘군용 윤활유 표준화 최종안’이 확정되면, 기술교범 및 주유명령서를 개정하고 국방기술품질원과 ‘민·군 규격 표준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활유 국산화 작업도 병행됐다. 군수사는 국외에서 조달하는 윤활유 19종 가운데 6개 품목에 대한 국산화 규격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산화가 완료되면 연간 8억7000만여 원의 예산 절감과 안정적인 조달원 확보를 통해 조달 소요 기간도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복잡한 윤활유 품명도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름으로 개선한다. ‘윤활유, 기어용, 차동기-SHELL HD AXLE OIL 75W/90(GL-5)’ 품목을 ‘기어오일 차동기용 75W90’으로 단순화하는 방식이다.

군에서 사용하는 상용 차량에 군용 윤활유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윤활유의 효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야전부대의 행정 업무 소요도 덜어줄 수 있기 때문. 그동안 상용 차량에 활용하던 일반 윤활유는 군용 윤활유보다 기능성이 떨어지는데도 조달 단가가 높은 편이었다. 윤활유 구매를 위한 시간·이동 소요와 예산처리 서류 유지도 야전부대 입장에서 큰 부담이었다.

군수사는 44종의 상용 차량 윤활유를 분석해 군용으로 대체 가능한 15개 품목을 선정했다. 군용 윤활유와 규격이 달라 대체가 어려운 12개 품목은 내년부터 시중 경쟁계약으로 직접 조달해 야전에 보급한다. 이런 상용 윤활유 통합조달은 앞으로 매년 8억7000만여 원의 국방예산 절감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조용학 기자
사진=조용학 기자


강 영 태(대령) 급식유류과장
“표준화에만 18개월… 모든 부대 혜택은 엄청나”


“전군의 모든 부대가 윤활유를 사용합니다. 윤활유 개선 사업이 작은 변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전 부대에 혜택이 돌아가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군용 윤활유 표준화, 국산화, 상용 차량 확대 적용 등을 추진한 육군군수사령부 강영태(대령) 급식유류과장은 “17억 원 예산절감은 가시적인 수치일 뿐, 더 큰 효과는 전 야전부대의 각종 소요와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라며 “최근 시험운영 결과 제도를 빨리 적용해달라는 야전의 요청이 쇄도해 예정보다 앞당겨 지난달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윤활유 표준화 작업에는 무려 18개월이 걸렸다. 돌다리도 두드리듯 철저한 확인점검이 필요했고,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사업이었기 때문. 강 과장은 “기동·화력·총포 장비 등 군용 윤활유를 사용하는 165개 장비를 모두 확인하고, 윤활유의 종류와 규격에 대한 조사를 통해 통합 가능 품목을 선정했다”며 “또한 야전부대, 종합군수학교, 국방기술품질원, 한국석유관리원, 해외 생산업체 및 국내 장비 생산업체와 합동토의 등 수많은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윤활유 국산화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외 도입 장비의 경우 해당 국가의 표준 윤활유가 사용되는데, 이는 한반도의 지형·기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으로 오일 점도 증가, 엔진 출력 감소 등의 현상을 발생시켜 왔다. 원활한 조달이 어렵고 단가가 높다는 것도 국외 조달 방식이 가진 한계였다. 강 과장이 밝힌 목표는 현재 6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군용 윤활유 국산화 비율을 77%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육군은 물론, 해·공군 등 전군의 윤활유를 표준화하는 작업이다. 현재는 똑같은 군용 윤활유를 육군은 A, 공군은 B로 부르기도 한다. 강 과장은 “이미 전군이 윤활유 표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육군이 선도적으로 추진한 군용 윤활유 표준화 작업을 전군으로 확산하고, 또 다른 군수 분야에서도 표준화를 통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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