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 ‘공중생환훈련’
3학년 생도 205명, 긴장 속 수송기 탑승
전투복 위 산악복·낙하산과 예비 낙하산
착용한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책임감
수많은 반복 훈련 덕에 무사히 실전 마쳐
마침내 상공에 도달한 항공기의 문이 열리고, 생도들은 창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하하는 그들에게서 정예 공군인(人)의 모습이 엿보였다. 27일 공군 청주기지에서는 공군사관학교(공사) 75기(3학년) 생도들의 ‘공중생환훈련’이 열렸다. 훈련은 강하 기술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긴장감을 안고 항공기에 올라탄 생도들은 강하 후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안고 착지했다. 글=송시연/사진=김병문 기자
화창한 날씨의 27일 이른 아침부터 3학년 생도 205명이 공중생환훈련을 받기 위해 주기장에 집결했다. 성무군사훈련의 하나로 진행된 공중생환훈련은 쉽게 말해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훈련이다.
전투복 위에 산악복을, 등에는 주 낙하산, 복부에는 예비낙하산을 착용한 생도들은 한껏 긴장한 표정이었다. 생도들이 착용한 장구 무게는 약 25㎏.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이들이 감당해야 할 ‘용기’와 ‘책임감’보다는 가벼워 보였다.
지난 5일 돌입한 성무군사훈련은 학년별로 나눠 30일까지 계속된다. 3학년 생도들이 수행하는 공중생환훈련은 성무군사훈련의 ‘꽃’으로 불린다. 공군 장교로 임관할 생도들이 공중에서의 환경을 이해하고, 공중생환 능력을 배양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강하는 체력과 정신적·기술적 능력이 종합적으로 요구되고, 순식간에 많은 것을 판단·행동해야 한다. 낙하 과정에서 충격도 크기 때문에 근력과 지구력은 필수다.
준비는 단계적으로 빈틈없이 이뤄졌다. 생도들은 체력단련과 낙하산 구조, 강하 절차, 공중 생리, 바람 계산, 착지 기술 등 강하 이론을 학습했다. 장비 착용법, 생명줄 연결, 동작 절차도 반복 숙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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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모형탑 훈련이다. 높이 10m짜리 구조물 위에서 낙하 동작을 반복하며 공중 감각을 익혔다.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강하 체험으로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면서 위기 대응 능력을 습득했다. 그리고 이날 실제 강하를 위해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생도들을 태운 C-130 수송기가 목표 상공에 도달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생도들이 줄지어 일어섰다. 이어 낙하산과 연결된 생명줄을 케이블에 걸었다. 생도들이 뛰어내리면 케이블에 걸린 생명줄이 낙하산을 잡아당겨 자동으로 펼쳐지는 원리다.
드디어 강하 순간이 다가왔고, 교관 지시에 따라 한 명씩 창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중력에 몸을 맡긴 순간 생명줄은 팽팽히 당겨지고 낙하산이 펴졌다. 생도들은 바람을 타고 하강했다.
착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세다. 착지 직전, 생도들은 다리를 모으고 무릎을 살짝 굽힌 뒤 몸의 측면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했다. 잘못하면 무릎과 허리를 크게 다칠 수 있기에, 사전 훈련 때 몸이 저절로 반응하도록 익히고 또 익혔다.
강하 지점에서는 항공구조사, 의무 요원, 지도 교관들이 상황을 통제하며 생도들의 착지를 유도했다. 안전하게 착지한 생도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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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지휘’ 오정택 중령… “기술을 넘어선 마음을 배운다”
오정택(중령) 공군교육사령부 8216부대장은 공중생환훈련이 ‘공군인’으로 거듭나는 정신적 성장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하산 훈련은 군사훈련 중에서도 고위험, 고강도의 훈련”이라면서 “장교로 임관할 생도들이 공중 환경을 이해하고 정신력, 임무 완수 의지, 작전 투입 능력을 배양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생도들이 받는 공중생환훈련은 교육사 정보교육대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오 대대장은 “대대는 낙하산 강하 교육을 전군 최초로 도입해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면서 “교관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실전적인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준비다. 그는 “단순히 낙하산을 매고 뛰는 것이 아니라 장비를 몸에 맞게 착용하고, 기내에서 강하하기 위한 제반 절차를 수행하며, 착지 후 집결까지의 단계가 있다”며 “이 모든 과정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3주간의 훈련을 받는다”고 말했다.
생도들이 어려워하는 점으로는 고소공포증을 꼽았다. 오 대대장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교육생은 모형탑이나 항공기에서 이탈하는 것 자체가 큰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공군인의 자세”라면서 “모든 교육생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공중생환훈련을 해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오 대대장은 “항공기 도어 앞에 섰을 때 생도들의 눈빛은 혼란스럽지만 뛰어내린 후에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상에 내려왔을 때의 얼굴은 분명히 성장해 있다”며 “훈련을 통해 생도들은 기술이 아닌 ‘군인의 마음’을 배운다. 그것이 공중생환훈련의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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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기, 여운 생도 “끝까지 해낸다, 자신이 생겼다”
공중생환훈련을 마친 여운 생도는 상기된 표정으로 창공에 몸을 던지기 직전의 떨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전날 밤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항공기 문이 열리고, 거센 바람이 밀려왔을 땐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죠. 그런데 동기들이 뛰는 걸 보고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밑으로 펼쳐진 세상을 보며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강하 도중 그는 차분히 자세를 잡고 주변을 살폈다. “상공에서 낙하산이 안전하게 펼쳐진 것을 확인했을 때 공군사관학교가 보였습니다. 지난 3년의 생활이 스쳐 지나가면서 동시에 제가 정말 군인이 돼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동기와 교관들이 큰 힘이 됐다. “어느 훈련보다 강도가 높아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서로를 격려하는 동기애로 버텼습니다. 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가르치려는 교관님들의 열정이 저를 단단하게 잡아줬습니다.”
여 생도는 이번 훈련 경험이 앞으로의 생도 생활을 바꿔 놓을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불가능해 보이는 훈련을 차례차례 이겨내고 강하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이젠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하늘은 두렵지만, 우리는 그것을 극복했습니다. 지금의 열정과 자신감을 유지해 정예 공군 장교로 당당히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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