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트럼프 2.0 시대의 중동 안보 ③ 걸프 왕정국가들과의 관계 복원 및 안보 우려 해소 노력
예멘 내전 해법 사우디·UAE와 갈등
아랍연합군에 대한 미 지원 중단 원인
러·우크라전 중립적 태도로 미국 견제
대이란 핵협정 복원 협상 과정도 주목
사우디, 다행히 이란 위협에 유연해져
후티 반군 역내 위협도 핵심 이슈 부상
걸프 왕정국가에 군사 지원 강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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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은 국가안보전략 차원에서 가치외교에 기반한 국제사회 지도력 회복을 천명했다. 하지만 중동 정책에서는 그 한계가 명확했다.
특히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왕정국가인 걸프 산유국들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특히 2018년에 발생한 반정부 언론인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소위 국제사회의 ‘외톨이(pariah)’로 명명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표출됐다. 역내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와의 갈등 고조도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전임 행정부의 총체적 실패를 부각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실용적 외교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트럼프 가문과 사우디 왕실의 사적 친분을 활용하면서 전임 행정부의 가치외교 추진으로 손상된 양국 관계 복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집권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가 사우디였다는 점은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줬다.
특히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살해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진 상황에서 트럼프는 양국의 사업 및 거래 관계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미 의회의 무기 금수와 제재 요구를 거부했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양국 관계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예멘 내전 해법을 둘러싸고 초래된 미국과 걸프 왕정국가 간 갈등 해소도 주요 현안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은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종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유엔 주도 휴전협정 체결,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채널 구축, 그리고 평화 프로세스 가동 등이 주요 내용이다. 후티 반군에 대한 전임 행정부의 테러 조직 지정도 철회했다. 또한, 예멘 정부를 후원해 온 아랍 연합군의 공세적 군사작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이들 역내 우방국의 방어적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아랍 연합군을 주도해 온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반발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양측의 갈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우디와 UAE가 보여준 중립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두 국가는 2022년 2월 25일에 진행된 유엔 안보리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회부에 동참하지 않았다. 반면 3월 2일 진행된 유엔 긴급특별총회의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안에는 두 나라 모두 찬성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 요청에는 거절했다. 대신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체제에서의 대러시아 결속을 확인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를 제안했다.
UAE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법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 의향을 밝혔다. 나아가 두 걸프 왕정국가들은 전쟁의 파급효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미국이 요청한 원유 증산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걸프 왕정국가들과의 관계 복원과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들 국가의 안보 우려 해소가 관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이란 최대 압박 행보는 이란의 역내 팽창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지속적인 제재 필요성을 강조해 온 걸프 왕정국가들의 안보 우려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란과의 충돌 국면 형성에 따른 역내 안보·군사적 긴장 고조를 방지하는 균형적 접근법도 요구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 복원 추진 시 초래될 수 있는 역내 국가들의 안보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핵협정 체결 과정에서 배제됐던 사우디와 UAE는 미 바이든 행정부의 핵협정 복원 노력 과정에서 아랍 걸프국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자신들의 안보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협상 타결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집권 2기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핵협정 복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동시에 역내 국가들의 안보 우려를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주목할 점은 걸프 왕정국가들이 올해 4월부터 재개된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 복원 협상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교전 과정에서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상당 수준 타격을 입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하마스의 경우 지도부가 대거 피살됐으며, 헤즈볼라는 지도자의 사망과 더불어 궤멸적 수준의 타격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시리아의 친이란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란의 영향력이 급락했다. 이는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역내 위협이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5년 핵협정 체결 당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함께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협정 복원 협상 시도에는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이는 사우디 왕정의 국내 권력 기반이 공고해지면서 이란의 이슬람 공화정 체제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양국은 중국의 중재를 통해 2023년 3월부로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평화적 공존 의지를 보여줬다. 나아가 사우디는 올 4월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한 국왕 친서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우디의 입장 전환 역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원만하게 재개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예멘 내전이 국제화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후티 반군의 역내 위협도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이란의 군사 지원으로 공격 능력을 강화한 후티 반군이 아랍 연합군을 주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대상으로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 등 다양한 공격을 지속 감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되자 후티 반군은 하마스와의 연대를 명분으로 홍해 일대에서 미사일 공격을 지속 감행하면서 글로벌 항행 질서에 도전을 초래했다.
트럼프 집권 1기 시기 미국은 대이란 억제력 강화를 명분으로 양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추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정밀 유도탄 판매 추진과 UAE에 대한 F-35 판매 추진이 그것. 후티 반군의 공세에 따라 미사일 방어 능력의 중요성도 커졌다. 2022년 1월 후티 반군이 UAE 수도 아부다비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과정에서 2008년 배치된 사드(THAAD) 체계가 최초로 실전 사용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후티 반군을 테러 단체로 재지정하면서 위협 대응의 의지를 보였다. 집권 1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후티 반군의 역내 공세적 행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걸프 왕정국가들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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