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식이 입에 맞나요?” 식당으로 초대한 사람이 묻는다. “예, 맛있는 것 같아요!” 맛이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맛있는 것 같아요”라는 답은 도대체 어떤 기분을 말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맛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이다. 맛있다고 널리 알려진 음식도 개인에 따라 극명한 호불호의 차이를 보인다. 물냉면을 먹어 본 경험이 없는 경상도 사람에게 서울 사람이 애호하는 평양냉면의 맹맹함과 슴슴함은 무미건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아무런 맛이 안 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맹맹하고 슴슴한 평양냉면이 맛없다고 화를 내는 이도 있다.
같은 평양냉면인데도 오랫동안 이 맛에 익숙해진 서울 사람에게는 맹맹함과 슴슴함이 오히려 지극히 귀한 맛으로 대접받는다. 분명히 똑같은 음식인데 맛의 세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맛이 없다고 화를 내건, 맛이 있다고 칭찬을 하건 이는 분명한 자기의사의 표현이다. “무슨 맛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간 것을 “맛이 있는 것 같아요”라는 3인칭 화법을 쓰는 건 너무나 어정쩡한 표현이다. 자신감이 결여된 반응이다. 과거 같으면 “이 음식은 맛있어요”라고 1인칭 화법으로 말할 걸 요즘은 3인칭 화법으로 “맛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표현한다. 바깥에 비가 오기는 오는 것 같은데 나가 직접 비를 맞아 보지 않아 “비가 오는 것 같아요”라고 표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기 입안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맛의 느낌을 왜 마치 남이 경험하는 것처럼 표현할까.
이런 어법은 예전에는 없었다. 얼마 전부터 ‘~인 것 같다’는 표현이 넘쳐 나고 있다. 이 어법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표현법이다. 이 어법에는 1인칭 주체인 ‘자신’이 빠져 있다. 정확한 표현에는 그 표현에 따르는 정확한 책임이 따른다. 이런 어법의 이면엔 판단에 따른 개인의 책임감을 회피하려는 심리마저 엿보인다.
최근 대중이 화랑을 찾는 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가수 RM은 유명한 컬렉터다. 화랑가에는 가수 RM이 나타나길 고대한다. 그가 나타나 그림을 하나 찍으면 갑자기 그 작가가 대중에게도 높이 평가되고 작품도 인기를 끌게 된다. 이는 작품 판매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은 인정해야겠지만, 그림의 감상과 평가에는 개인 각자의 미감과 판단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유명 연예인이 그림을 낙점했다고 개인의 미감이 그쪽으로 쏠리는 건 자신감 결여를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인 것 같다’는 애매모호했던 세계가 유명인의 판단을 좇아 ‘이다’라는 확고한 세계로 바뀌어 버리는 시대가 됐다.
세계적인 수준의 추상화를 보고도 “저건 그림이 아니야”라고 단언하는 구상화가들이 있다. 반대로 훌륭한 구상회화를 보고 “저건 ‘뺑끼쟁이’ 그림이야”라며 폄하하는 추상화가도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자세이긴 해도 애매모호하진 않다. 자기의사가 분명하면 쟁점도, 논지도 분명해져 나중에 훌륭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 슴슴한 물냉면은 싫어. 새콤한 비빔냉면이 좋아”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자신이 느낀 바를 분명하게 밝혀 문제점과 갈등의 밑바닥이 드러나면 그 해결책도 쉽게 나온다. ‘~인 것 같다’처럼 애매모호한 표현은 오해만 증폭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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