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여건 UP GRADE 병영이 바뀐다]
육군종합정비창 궤도생산공장
K9A1 자주포 담당 로봇, 하루 최대 1.5대 소화
반복 정밀도 ±0.05㎜ 수준으로 오차 확 줄여
작업자는 관리자 역할…품질·안전 모두 잡아
국방 5G 인프라 기반 초연결 정비환경 추진
AI·로봇 결합 ‘세계 최고 디지털 정비창’ 목표
인원 20% 관련 자격증 취득…역량 강화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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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부품이 맞물리는 순간, 기계음이 공장을 가득 채웠다.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던 궤도 부품이 로봇 팔 앞에 멈춰 서자, 3D 비전 카메라가 형상을 인식하고 위치를 계산했다. 이어 로봇이 부품을 집어 정밀하게 결합했고, 공정은 곧바로 다음 단계로 이어졌다. 작업자는 장비를 직접 다루지 않고 전체 흐름을 통제하고 있었다. 지난 14일 찾아간 육군종합정비창 궤도생산공장에서는 정비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었다. 글=박상원/사진=조용학 기자
단순 정비 넘어 데이터 기반 지능형 정비체계로
육군종합정비창은 국방 5G와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대전환(DX)을 정비현장에 적용하며 ‘세계 최고 디지털 정비창’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정비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정비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장비 가동률과 전투력 유지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방문한 궤도생산공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작업 방식이었다. AI 궤도조립로봇은 부품 이동과 조립, 검사까지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과거 여러 인원이 분담하던 작업이 하나의 공정으로 통합되면서 작업 효율은 물론 정밀도도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종합정비창 관계자의 설명이다.
작업자는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공정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로 전환됐다. 이는 근무 피로도를 낮추고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작업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3D 비전 카메라 역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부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가공하는 시스템은 작업자의 이동과 수작업을 최소화하며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비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궤도생산공장은 총 6개 공정에서 13대의 로봇을 운용하고 있다. 공정별로는 적재, 접착제 도포, 조립, 검사, 도장 등 대부분의 핵심 작업이 자동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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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K9A1 자주포 궤도 조립 공정에 투입된 로봇은 하루 최대 1.5대 분량의 조립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복 정밀도 역시 ±0.05㎜ 수준으로, 사람의 수작업 대비 오차를 크게 줄였다. 이는 궤도와 같은 핵심 기동부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또한 접착제 도포, 리벳 체결, 도장 공정 등에서도 자동화 장비가 투입되면서 작업 인원은 감소하고, 공정 속도는 향상됐다. 일부 공정에서는 기존 3명이 수행하던 작업을 1명이 관리하는 수준으로 효율이 개선됐다.
김영기(군무서기관) 궤도생산공장장은 “로봇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품질의 균일성’”이라며 “누가 작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기준으로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정비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고장 장비를 수리하는 ‘사후 정비’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생산형 정비’로 전환되고 있다.
부대는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작업 데이터를 향후 국방 5G 기반 시스템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축적·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정별 문제를 사전에 식별하고, 정비 소요시간 단축과 품질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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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의 끝은 시험…K9 자주포 등판 검증
정비창의 변화는 생산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종합기능시험장에서는 창정비를 마친 K9 자주포의 최종 성능 검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주포는 30도에 가까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이는 실제 작전 환경에서 요구되는 기동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등판 시험’ 과정이다. 이 시험을 통해 엔진 출력과 변속기 상태, 궤도 장력, 제동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모든 검증을 통과한 장비만이 부대에 인도된다. 정비 완료가 아니라, 전투 투입 가능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국방 5G 기반 ‘초연결 정비환경’ 구축
정비창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국방 5G 인프라다. 현재 부대 내 무선 네트워크 장비 설치가 완료됐으며, 본격적인 연동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향후에는 창정비 공정 데이터가 자동으로 수집·분석되고, AI CCTV를 통한 작업장 안전관리, 스마트 AI 지게차, 무인운반차(AGV), 자율주행 기반 군수지원 플랫폼 등이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정비창은 개별 공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초연결 정비환경’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는 정비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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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여건 업그레이드…현장 체감 변화
디지털 정비창 구축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작업자의 근무여건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화·무인화 공정이 확대되면서 작업자의 육체적 부담은 줄어들고, 위험 작업에 대한 노출도 감소하고 있다. 반복 작업을 수행하던 인력의 업무가 관리·분석 중심으로 전환되는 등 업무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통해 작업 절차가 표준화되면서, 숙련도에 따른 편차가 줄고 신규 인력의 적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정비 노하우 역시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되고 있다. 숙련자의 경험을 데이터화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했고, 통신단에서는 회로카드 역설계 기술을 통해 노후 장비 유지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힘든 작업’ 중심이던 정비 환경을 ‘관리·분석 중심’으로 바꾸며, 병영 전반의 근무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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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창은 조직 운영 방식도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종이 없는 회의를 정착시키고, 핵심성과지표(KPI)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 전체 인원 2000여 명 중 20% 이상이 데이터 분석 및 AI 활용 자격을 취득하며 인적 역량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비창은 3D 프린팅을 활용한 부품 자체 제작, 자동 도포 장비, 무인 운반체계 확대 등 정비 전반의 자동화·무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종합기능시험장 통제센터도 완공될 예정이다.
강창호(군무이사관) 종합정비창장은 “국방 5G와 AI, 로봇이 결합한 스마트 창정비 체계는 정비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하는 핵심 요소”라며 “디지털 정비창 구축을 통해 육군 전투력 유지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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