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간 필리핀과 호주에서 유학을 해 한국에 친구가 많이 없었고, 독립도 남들보다 빨리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지내는 게 익숙했습니다. 군 생활도 똑같이 “홀로 해야 한다. 나 혼자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입대했습니다.
입영 첫날 밤, 분대장 훈련병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한 공간에서 보낸 적이 없어 이런 환경이 새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동안 이기적으로 생활했기에 발전하고 싶어 번쩍 손을 들었고, 동기들의 응원 덕분에 분대장 훈련병에 뽑혔습니다.
제식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16명이 하나의 사람처럼 보이도록 걷는 게 가장 먼저 닥친 어려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게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사격에 불합격해 재사격을 하러 간 동기들 생각에 쉬는 시간도 불편했고, 본격적인 훈련과 날씨 탓에 몸살감기에 걸리는 동기들도 걱정됐습니다. 저 역시 밤잠을 설치게 되면서 감기에 걸린 동기 머리맡에 젖은 수건을 걸어 두고 따뜻한 물을 사흘 동안 떠 줬습니다.
각개전투 훈련을 하며 포복을 배웠고, 경연대회에도 나갔습니다. 분대뿐만 아니라 소대 대표로도 참가했는데, 많은 동기의 응원과 함성 덕에 우승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동기들과 끌어안으며 소리 지르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소의 추억입니다.
훈련의 꽃으로 불리는 야간 20㎞ 행군 때 앞은 어둡고, 알지 못하는 길을 군장을 메고 다수의 사람 속에 섞여 걷는 게 힘들고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같이 구르고 뛰고 소리 냈던 전우들이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전우의 이마에 맺힌 땀은 빛났고, 그 빛을 끝으로 우리는 행군을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육군훈련소에서 보낸 7주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동안은 ‘나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는 하나’여야 하고 함께여야 완성된다는 믿음을 갖게 해 줬습니다. 책임은 부담이 아니라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혼자가 아닌 전우들과 하나 돼 성장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은 제 청춘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서툴렀지만 진심이었고, 부족했지만 뜨거웠습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걷더라도 전우들과 같이 배우며 채운 모든 것을 잊지 않고 대한민국 육군으로서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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