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서 하나가 되는 시간

입력 2026. 04. 15   16:40
업데이트 2026. 04. 15   16:54
0 댓글

약 8년간 필리핀과 호주에서 유학을 해 한국에 친구가 많이 없었고, 독립도 남들보다 빨리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지내는 게 익숙했습니다. 군 생활도 똑같이 “홀로 해야 한다. 나 혼자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입대했습니다.

입영 첫날 밤, 분대장 훈련병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한 공간에서 보낸 적이 없어 이런 환경이 새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동안 이기적으로 생활했기에 발전하고 싶어 번쩍 손을 들었고, 동기들의 응원 덕분에 분대장 훈련병에 뽑혔습니다.

제식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16명이 하나의 사람처럼 보이도록 걷는 게 가장 먼저 닥친 어려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게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사격에 불합격해 재사격을 하러 간 동기들 생각에 쉬는 시간도 불편했고, 본격적인 훈련과 날씨 탓에 몸살감기에 걸리는 동기들도 걱정됐습니다. 저 역시 밤잠을 설치게 되면서 감기에 걸린 동기 머리맡에 젖은 수건을 걸어 두고 따뜻한 물을 사흘 동안 떠 줬습니다.

각개전투 훈련을 하며 포복을 배웠고, 경연대회에도 나갔습니다. 분대뿐만 아니라 소대 대표로도 참가했는데, 많은 동기의 응원과 함성 덕에 우승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동기들과 끌어안으며 소리 지르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소의 추억입니다.

훈련의 꽃으로 불리는 야간 20㎞ 행군 때 앞은 어둡고, 알지 못하는 길을 군장을 메고 다수의 사람 속에 섞여 걷는 게 힘들고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같이 구르고 뛰고 소리 냈던 전우들이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전우의 이마에 맺힌 땀은 빛났고, 그 빛을 끝으로 우리는 행군을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육군훈련소에서 보낸 7주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동안은 ‘나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는 하나’여야 하고 함께여야 완성된다는 믿음을 갖게 해 줬습니다. 책임은 부담이 아니라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혼자가 아닌 전우들과 하나 돼 성장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은 제 청춘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서툴렀지만 진심이었고, 부족했지만 뜨거웠습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걷더라도 전우들과 같이 배우며 채운 모든 것을 잊지 않고 대한민국 육군으로서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겠습니다. 충성!

박선호 이병 육군훈련소 27교육연대
박선호 이병 육군훈련소 27교육연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