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판도 바꾸는 드론·AI
적의 무기로 적을 치다: 에픽 퓨리 작전과 드론 전쟁의 새 방정식
지난달 28일 새벽 이란 상공에 전례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한 합동 선제타격 작전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였다. 이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나란히 하늘을 가른 것은 대당 3만5000달러짜리 소형 자폭 드론이었다. 미군 역사상 장거리 자폭형 드론을 실전에 사용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드론의 이름은 루카스(LUCAS·Low-cost Unmanned Combat Attack System).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체계’라는 직관적인 뜻이다. 놀라운 것은 무기의 출생 비밀이다. 루카스는 이란이 만든 샤헤드-136을 미국이 역설계해 탄생했다. 적의 무기를 뜯어보고, 배우고, 더 나은 버전으로 만들어 도로 적을 타격한 것이다. 미국 중부사령부 관계자는 “우리는 이란의 샤헤드를 입수해 분석했고, 이를 복제했다. 이는 이란에 대한 대본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반응도 흥미롭다. “자칭 초강대국이 이란 드론 앞에 무릎 꿇고 복제하는 것보다 큰 영광은 없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지만 전장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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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Reverse engineering)라는 단어에서 ‘모방’이나 ‘표절’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전쟁의 논리를 오해한 것이다. 전쟁은 ‘독창성 대회’가 아니다. 전쟁은 ‘효율의 경쟁’이다. 샤헤드-136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효과를 증명한 무기체계다. 삼각형 날개에 피스톤 엔진을 달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만 입력하면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가 스스로 표적에 돌진하는 단순한 구조. 그러나 이 단순함이야말로 핵심이었다. 대당 5만~7만 달러에 불과한 가격으로 수만 대를 찍어내 적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전략적 논리’였다. 기존에 미군이 의존해 온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대당 200만 달러, 대형 정찰·공격 무인기인 MQ-9 리퍼는 대당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아무리 정밀하고 강력해도 이 가격으로는 수천 대를 동시에 투입하는 포화 공격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샤헤드가 입증한 ‘저비용·장거리·일회용 공격’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이되 그 위에 자국의 기술적 우위를 얹기로 했다.
루카스 개발에 걸린 시간은 단 18개월. 2024년 말 역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7월 공개, 12월 중동 배치, 그리고 올해 2월 실전 투입까지 파격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운용 인원은 약 24명에 불과한 ‘스콜피온 스트라이크 임무부대’가 담당했다. 전통적으로 장거리 정밀타격은 항공모함 전투단이나 이지스 구축함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이제 특수부대 규모의 소부대가 수십~수백 대의 자폭 드론으로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에픽 퓨리가 보여준 전쟁의 새로운 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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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와 샤헤드는 외형만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다. 삼각형 날개, 원통형 동체, 후방 프로펠러라는 기본 형태는 거의 동일하다. 탄두 무게도 30~50㎏으로 비슷하고 가격마저 루카스 3만5000달러, 샤헤드 5만~7만 달러로 같은 범위다.
그러나 겉모습이 닮았다고 능력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루카스에는 최대 100대가 동시에 통신하며 표적을 나눠 공격하는 ‘다영역 무인체계 통신 네트워크’가 설계 단계부터 내장돼 있다. 함정 갑판, 군용 트럭, 이동식 발사대 등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 지난해 12월에는 미 해군 연안전투함 샌타바버라함에서 해상 발사 시험에도 성공했다.
반면 러시아가 운용하는 샤헤드(게란-2)는 원래 통신 기능조차 없던 드론에 휴대전화용 통신 모뎀, 위성 인터넷 단말기, 인공지능(AI) 컴퓨터를 하나씩 덧붙이며 개조했다. 전장의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으로 능력을 키운 셈이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결국 양측 모두 ‘대량의 저가 드론으로 적 방공망을 포화시킨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전쟁의 논리가 같은 해답을 강요한 것이다.
에픽 퓨리 작전이 보여준 중요한 교훈은 ‘가격의 비대칭’이다. 루카스 한 기는 3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00만 원이다. 이를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요격한다고 가정하면 한 발 가격은 400만 달러, 약 59억 원이다. 비용 비율이 1 대 114에 달한다. 공격하는 쪽이 3만5000달러를 쓰는 동안 방어하는 쪽은 400만 달러를 소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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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 셈법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25년 7월까지 게란-2를 3만 대 이상 생산한 데다 대당 1만 달러짜리 기만용 드론 ‘게르베라’까지 섞어 보내 방공 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당 400~500달러짜리 마이크로폰 1만 개로 음향 탐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AK-74 소총 6정을 하나의 삼각 거치대에 묶어 동시에 발사하는 즉석 대공화기를 만들거나 픽업트럭에 브라우닝 M2 중기관총을 올려 이동식 드론 사냥조를 편성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한 대응 수단을 필사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미국도 이제 이 논리를 수용했다. 루카스는 2027년까지 연간 1만 대 생산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미 육군은 모든 기동부대에 루카스 발사대를 편성할 방침이다. ‘비싸고 적은 무기’에서 ‘싸고 많은 무기’로의 전환. 이것이 에픽 퓨리가 선언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 변화는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드론 기술을 이전받고 있다. 2024년에는 러시아 란셋과 유사한 자폭 드론을 공개했다. 만약 북한이 방사포·미사일과 함께 대량의 자폭 드론을 동시에 쏟아붓는 복합 포화 공격을 감행한다면 현재의 고비용 방공체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에픽 퓨리가 남긴 교훈은 무겁다. 방패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도 상대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는 소모성 드론 전력을 갖춰야 하며 동시에 적의 대량 드론 공격에 대한 저비용 요격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겉모습이 비슷한 드론이라도 그 안에 담긴 기술과 운용 개념은 천차만별이다. 외형이 아니라 능력을 읽는 눈, 그리고 그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 그것이 3만5000달러짜리 드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다음 회에서는 휴대전화가 표적 좌표로 변환될 수 있는 순간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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