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배우 박중훈

입력 2025. 11. 05   17:23
업데이트 2025. 11. 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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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연기 인생 담은 자전에세이 출간 
실수도 내 인생의 일부… 결국 나를 단단하게 했다
후회도 많아…감사한 삶, 거칠었던 20대 부끄러워
선물과 같아…글쓰기 통해 스스로 쓰다듬어
마음을 담아… “필력보단 진심으로 썼죠”


배우 박중훈이 4일 서울 정동 1920 아트센터에서 열린 『후회하지마』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배우 박중훈이 4일 서울 정동 1920 아트센터에서 열린 『후회하지마』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배우 박중훈. 스무 살이던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뒤 40년간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를 비롯해 ‘라디오스타’ ‘황산벌’ ‘불후의 명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투캅스’ 등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박중훈(59)이 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내놨다.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후반 태어난 세대)에는 더 없이 친숙하지만 MZ세대에는 다소 낯선 이 배우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제가 20대 때 ‘야, 남자로 태어나서 후회는 없는 거야, 반성만 있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되는 게 너무 많아요. 책 제목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았으나 너무 후회되는 일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4일 서울 정동 1920 아트센터에서 열린 『후회하지마』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중훈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로 욱하는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한 시절과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20대 때는 피가 펄펄 끓어서 아주 거칠었고 욱했다”면서 “시비가 걸려 와도 좀 삭이고, 그러려니 하고 못 본 척도 해야 하는데 한마디도 안 지고, 일일이 다 응징하고 다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나고 생각하니 너무 부끄럽고, 감정의 수위 조절을 잘 못했다는 게 가장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지금 한창 뜨거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20~30대가 귀담아 들어볼 만한 후회다. 배우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어린 시절의 자녀와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도 후회로 남는다고 한다.

박중훈은 “제 아이가 서너 살 때, 촬영하러 나가는데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 오세요’라고 하더라”며 “더군다나 재일교포인 엄마랑만 주로 얘기하다 보니 그때까지 한국어가 서툴러서 일본어로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내의 통역으로 그 말을 들었는데, 바빴을 때였더라도 가족과 조금 더 함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후회하지마』는 지난 7~9월 집필 작업을 거쳐 지난달 29일 출간됐다.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자신의 인생 이야기여서 책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후회하지마 / 사유와공감 펴냄
후회하지마 / 사유와공감 펴냄



그는 “글을 쓰다가 새벽 5~6시까지 밤을 새우는 정도가 아니고, 낮 열두 시까지 쓴 적도 있다”며 “쓰다 보면 ‘내가 이랬구나’ 하면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의 산기슭, 베트남 촬영 현장에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더위에 시달렸던 때 등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라서였다. 박중훈은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며 “책에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정도의 몇 글자로 적었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이라고 떠올렸다.

60대를 앞두고 지나온 삶을 글쓰기를 통해 돌아보는 작업은 스스로를 쓰다듬는 듯한 일이었다고 한다. 박중훈은 “제가 사실 자신감이 없고, 책망과 자책을 많이 하면서 자신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면서 “책을 쓰다 보니 ‘힘들게 노력해온 나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저 자신한테 선물을 준 것 같다”며 “책을 쓰기 전보다 자존감이 좀 올라가고, 밝아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영화 ‘철수와 만수’(1988)와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 스타’(2006) 등 대표작에 모두 함께 출연한 대배우 안성기에 대한 애틋함도 드러냈다.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라며 “얼굴을 뵌 지는 1년이 넘었고, 통화나 문자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안 돼 가족들께 근황을 여쭤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선배이자 스승이고, 친한 친구이면서 아버지 같은 분인데, 굉장히 많이 슬프다”고 털어놨다.

책에는 어린 시절과 배우 초년생 시절, 잘된 영화 이야기와 함께 1994년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된 ‘흑역사’도 담았다.

“좋은 이야기만 쓰면 진정성이 없을 것 같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 그는 “추악한 부분까지 낱낱이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잘했던 일이든 못 했던 일이든 다 제가 한 일이기 때문에 잘 회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 시절의 실수도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이 단단해지려면 자갈과 모래가 섞여야 한다고 하잖나. 그런 실수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무릎을 꿇고 하루에 천 번씩 세상에 절을 해도 시원찮은 감사한 인생이라는 거예요. 필력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정말 진심으로 썼다는 것입니다.” 이주형 기자/사진 제공=사유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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