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대체불가한…빠르고 선명한 ‘병사의 눈’ 만든다

입력 2025. 11. 05   17:03
업데이트 2025. 11. 05   17:16
0 댓글

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③ 산주광학 

무한대 자동초점 쌍안경 제조
안경 착용자도 안정적 시야 확보

과거든 현대든 전장에서 쌍안경은 언제나 ‘병사의 눈’이었다. 드론과 위성, 열영상장비가 발달한 오늘날에도 전투 현장에서는 여전히 쌍안경이 가장 즉각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측 수단으로 쓰인다. 특히 전자전 환경이나 위치정보시스템(GPS)·통신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첨단장비도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다. 국내 유일의 쌍안경 전문 제조업체 산주광학은 30여 년간 이 ‘눈의 기술’을 정밀하게 다듬어 왔다. 자동초점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전투 현장의 시야를 혁신한 회사는 최근 국방기술품질원 DQ마크를 획득하며 품질 경쟁력을 공식 인정받았다. ‘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세 번째 순서로 산주광학의 기술과 철학을 들여다봤다. . 글=송시연/사진=이윤청 기자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서울 ADEX 2025)’에서 DQ마크 인증을 받은 산주광학의 자동초점 군용 쌍안경 SM30, SM28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서울 ADEX 2025)’에서 DQ마크 인증을 받은 산주광학의 자동초점 군용 쌍안경 SM30, SM28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1992년 설립된 산주광학은 오랜 기간 광학제품과 군용 쌍안경 개발에 집중해온 광학 전문 브랜드다. 설립 초기만 해도 국내에 10여 개의 쌍안경 제조업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산주광학이 유일하다. 

회사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자주 만든 기업으로, 광학신기술 품질인증과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개발된 SM30과 2020년 개발된 SM28 모델은 고품질 광학 성능과 내구성을 겸비해 국방부 우수상용품으로도 지정됐다. SM28 모델은 SM30보다 소형화된 버전이다.

이 제품들은 군수용으로 납품될 만큼 높은 신뢰성을 자랑한다. SM30은 2018년, SM28은 2022년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됐고 두 제품 모두 국방부 우수상용품 시범사용 적합제품으로 지정됐다.

특히 산주광학의 자동초점 기술은 최소 20m부터 무한대 초점을 맞추고 사용자가 별도 조작 없이 신속하게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수동초점 방식은 숙련된 병사조차 초점을 맞추는 데 최소 20초 이상 걸렸지만, 자동초점 기술은 이 시간을 단축해 작전 효율을 높인다.

내구성과 방수 성능 역시 강점이다. SM30과 SM28은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사용해 강한 충격에도 견디는 구조를 구현했고 완전방수로 구분되는 IPX7 등급의 방수 기술을 적용했다. 안경 착용자도 안정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기술적 완성도는 광학정렬(광축) 기술, 프리즘 조립 정밀도, 고배율 줌 설계 등 축적된 공정 노하우의 결과다.

 

 

쌍안경 제조 모습. 산주광학 제공
쌍안경 제조 모습. 산주광학 제공

 

산주광학 관계자들이 '제6회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2024)'에서 루마니아 군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산주광학 제공
산주광학 관계자들이 '제6회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2024)'에서 루마니아 군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산주광학 제공



산주광학의 기술력은 해외 군수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 폴란드, 방글라데시 등에 제품을 공급 중이며 폴란드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자동초점 쌍안경의 수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군과 경찰의 야전용 장비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고, 일부 제품은 레저·공연용 고성능 쌍안경 시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산주광학은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인정받은 공인시험기관의 환경시험을 거쳐 성적서를 발급받고, 군 납품 전 검사원이 수시간에 걸쳐 모든 항목을 검수하는 등 엄격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국방기술품질원의 DQ마크 획득도 이런 노력이 바탕이 됐다.

산주광학은 현재 자동초점과 방수, 충격 내구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영상분석과 거리추적 등 차세대 광학 기술 연구도 병행해 나가고 있다.

 

김기철 산주광학 대표가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기철 산주광학 대표가 국방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 김기철 산주광학 대표
“초점 맞추는 몇 초에 생사 오가… 병사 생존 직결되는 장비”

김기철 대표는 1999년부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10곳이 넘는 쌍안경 제조사가 있었지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은 곳은 산주광학이 유일하다. 김 대표는 “우리는 늘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며 국산 쌍안경의 첫 번째 이름을 지켜왔다”고 회상했다.

산주광학이 자동초점 쌍안경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현장에서 비롯됐다. 2015년 군용 쌍안경 납품 과정에서 김 대표는 병사들이 수동초점 쌍안경으로 목표물을 맞추는 데 20초 이상 걸리는 모습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김 대표는 “전투 중 그 몇 초가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면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는 기술 개발을 결심했고, 연구진과 함께 수년간 설계와 정밀 조립 기술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전 군에 자동초점 쌍안경을 납품하며 국내 군수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DQ마크 획득은 산주광학의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품질경영체계를 공인받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김 대표는 “심사위원들도 자동초점 기술의 정밀도에 놀랐다”고 귀띔했다.

DQ마크 획득 이후 산주광학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25)’에서 국내외 군 관계자들이 부스를 찾아 “DQ마크가 있다면 믿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제는 고객이 먼저 인증을 확인하는 시대가 됐다”며 “DQ마크가 곧 품질의 언어가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자동초점 기술을 중심으로 품질 혁신을 계속하고 무엇보다 우리 군이 사용할 소형·경량 분대장용 쌍안경 보급에 힘쓸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10~2014년 M24 소형·경량 미군 쌍안경을 5만 대 납품하면서 우리 군을 위한 소형·경량화 쌍안경의 개발 의지를 갖게 됐고, 결국 SM28을 출시할 수 있었다”며 “쌍안경은 단순한 광학기기가 아니라, 병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장비다. 더 향상된 쌍안경으로 K방산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