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한국인들이 추석을 맞는 달이었다. 미군 장병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 추석이 미국 추수감사절과 유사한 명절이라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군종장교로서 추석이 더 와닿았던 건 이 명절이 가진 정신적 요소인 ‘얼’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전통이 그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전통을 이어 나가는 동기부여가 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전통은 필연적으로 우리가 왜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적어도 매년 명절 때나 그보다 더 자주 성찰하게 만든다.
가령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러 가면 언젠가 그곳에 묻히게 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직면하지만,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고향을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히 태어나고 자란 곳을 찾아간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를 길러 주고 지탱하게 해 준 이들을 떠올린다는 의미도 있다. 이런 성찰의 시간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되돌아보고 각자 바라던 삶을 살고 있는지, 현재 곁에 있는 가족 혹은 이미 돌아가신 가족까지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인생을 살아가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미 공군 지침 제90-5001호 80쪽에 명시돼 있듯이 ‘정신적 전력은 임무 수행 시 굴하지 않고, 신념과 원칙 및 가치관에 충실해 승리를 이뤄 내는 능력’을 뜻한다. 요컨대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이겨 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낼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지침에는 종합 전투전력의 다른 3가지 구성요소로 ‘체력’ ‘정신건강’ ‘사회적 전력’도 함께 기술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정신적 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면, 한밤중에 걸리는 비상상황에 대응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아무리 강한 체력을 갖고 있더라도 의미가 없다. 헬스장에서 몇 시간 동안 신체단련을 하더라도 정신적 전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강한 신체를 활용할 동기부여는 사라지게 된다.
미 공군에서 말하는 정신적 전력은 단순히 종교적 실천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많은 이가 매주 교회나 절을 다니지만 그 ‘이유’를 스스로 명확하게 알지 못하거나 활용할 이유가 없다면 이는 부합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종교가 없는 사람 가운데 정신적 전력의 동기부여와 이유를 명확히 알고, 이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도 많다.
대다수 사람에게 종교적 실천은 정신적 단련의 일부이기도 하며, 타인을 사랑하고 섬기도록 하는 신을 향한 믿음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종교 유무를 떠나 오늘 밤이라도 당장 전투태세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신적 전력이 가장 필요하다.
추석이 지닌 전통을 통해 ‘얼’과 그 ‘정신’을 배우고, 이를 각자 삶에 동기부여나 살아가는 이유로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한다.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성묘를 못 간 이도 있었을 터.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가족과 친지들의 안위를 살피고, 돌아가신 분들을 떠올리는 시간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군복에 선조들의 이름을 새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그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그 자부심으로 우리 삶에 분명한 ‘이유’와 ‘동기부여’를 더 굳건히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번역: 김오성 통역관, 주한 미 공군 51전투비행단 군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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