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스타를 만나다 - 세계적 슈퍼스타들의 K팝 도전기
애플TV+ 경연 프로그램 ‘케이팝드’
메건 디 스탤리언 등 출연 뜨거운 관심
K팝 아이돌과 안무·동작 호흡 맞추며
한국어로 노래하고 엔딩 포즈까지
K팝화되어 가는 과정 흥미로워
|
애플TV+의 오리지널 8부작 경연 프로그램 ‘케이팝드(Kpopped)’.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K팝화’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까. 예고편을 보고 나면 더 놀랍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영미권 대중음악 시장을 수놓았던 슈퍼스타들의 이름이 즐비하다. 1980년대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라이오넬 리치와 오늘날 가장 성공한 래퍼로 자리 잡은 메건 디 스탤리언이 총괄에 이름을 올린 건 애교다. 패티 라벨, 카일리 미노그, 바닐라 아이스, 보이 조지, 보이즈 투 멘, TLC의 이름에 심장이 뛴다. 에이바 맥스, 제스 글린, 케샤의 신진 라인업도 절대 만만하지 않다. 오랜 활동에도 내한 공연을 하지 않은 아티스트도 있다. 이들이 모두 서울에 모였다. 그리고 최초의 빌보드 싱글차트 슈퍼스타 싸이와 메건 디 스탤리언의 자신만만한 소개와 함께 모두가 K팝화된다.
‘케이팝드’에 쏠리는 관심은 시리즈 공개 전부터 뜨거웠다. 내로라하는 대중음악가가 K팝 그룹과 함께 편을 갈라 무대를 꾸민다는 설정, 철저히 K팝스러운 방식으로 48시간이란 촉박한 시간 동안 이뤄져야 한다는 공식이 화제를 모았다. ‘퀸덤’ 시리즈를 담당한 이연규 PD의 손길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마치 ‘슈퍼스타K’부터 ‘프로듀스’ 시리즈와 ‘쇼 미 더 머니’를 보는 듯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속도감 있는 편집과 적당한 경쟁 구도, 그 와중에 놓지 않는 유명인들의 헌사와 감사까지. 이것이 단일 아티스트 섭외를 넘어 글로벌 제작사를 끼고 세계에서 통용되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공개되면서 ‘케이팝드’는 로컬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를 넘어 반드시 입에 오르내리게 될 거대한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슈퍼스타들은 어떻게 K팝화되는가. 당당함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은 48시간 동안의 혹독한 훈련을 겪고 “무슨 부트캠프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2010년대 영국 팝 신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제스 글린도 이를 일종의 시스템으로 받아들인다. 이미 관계자들은 음악가들이 서울에 도착해 한옥을 둘러보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지내기 전 철저히 기획된 음악가 간 연결을 토대로 세계적인 대중음악의 고전을 K팝 스타일로 편곡하고 안무를 완성했다. 에이티즈, 있지, 키스 오브 라이프, 블랙스완, 케플러, 스테이씨, 빌리, JO1.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간곡한 설득과 제안 끝에 멘토 겸 파트너이자 우상과의 만남으로 밤잠 이루지 못하는 후배 역할을 맡았다. 우스갯소리로 자주 말하곤 했던 ‘팝스타 선배님’ 호칭을 정말로 사용하는 그들은 K팝 기획사와 방송사 스태프의 체계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개 팀으로 나눠 빠르게 선배님들을 K팝화한다. 선배님들은 K팝 아이돌의 복잡한 안무 동선과 손끝 하나까지 제어하는 동작, 매 순간 빛나야 한다는 숙명을 받아들인다. 한국어로 ‘카르마 카멜레온(Karma Cameleon)’을 부르는 보이 조지, 엔딩 포즈를 취하는 메건 디 스탤리언이라니. K팝의 무게가 무겁다.
|
|
‘케이팝드’가 흥미로운 이유는 K팝의 종주국인 한국뿐만 아니라 이 쇼를 시청하는 전 세계 음악 팬에게 K팝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어서다. K팝은 음악의 한 장르인가, 아니면 음악을 제작하는 거대한 산업을 통칭하는 방식인가? 아름답게 담아낸 서울의 풍경이 증명하듯 한국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음악인가? 동일한 제작방식으로 해외에서 유사한 쇼를 만들었을 때의 결과물은 지금과 다를까? 대답은 각자의 몫. 하지만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하다 보면 하나로 수렴하는 공감지점이 있다. 바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팝스타들의 한국 여행기 가운데 포함된 K팝 체험행사처럼 느껴진다. 이틀이란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타고난 재능으로 협업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뒤집어 말하면 무대와 음악 그 자체보다 ‘거기에 있었다’는 화제성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도 이 프로그램에 기꺼이 출연한 K팝 아이돌이 어떤 이유로 해당 아티스트와 팀을 이루게 됐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팀 나누기도 마찬가지다. 빌리의 멤버들이 팀을 반으로 갈라 음악가들을 지원사격하는 과정에서 보컬과 댄스 파트를 구분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마땅한 근거나 열의보다는 전략적 의미가 강하다.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콜롬비아 아티스트 제이 발빈과 에이티즈 정도가 어느 정도 이유를 제공하고 있달까. 그 세계적인 제이 발빈도 엄격한 K팝 트레이닝 과정을 목격하고 나선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음악가들은 빠르게 K팝화된다. 무대 위 사납고 거침없던 창작가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K팝 ‘선배님’들의 말을 경청한다. K팝 그룹은 그들의 명성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여 보려 하지만, 섭외된 그룹의 면면은 그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개별 클립을 제공해 끊임없이 노래를 홍보하고 수많은 ‘입덕짤’과 카메라 ‘직캠’을 만드는 음악방송 스타일, 그 특별무대를 위한 편곡에서 개성을 느끼기란 어렵다. 난립하는 연말 시상식에서 들을 법한 적당하게 돌출되고 예쁘게 깎인 소리가 세기의 히트곡의 생명력을 앗아 간다. 20세기를 수놓았던 베테랑 팝스타들의 무대는 더욱 나이 들어 보인다. 에이바 맥스와 제스 글린 같은 상대적으로 젊은 음악가들의 협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 결과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불명확한 대결에서 승자도, 패자도 어색한 웃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이었음을 강조한다. 매끈하고 부드럽다. 그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제야 ‘케이팝드’가 주장하는 K팝의 감이 잡힌다. 프로그램은 K팝 산업과 이를 전시하는 미디어의 작동방식 그 자체다. 쉼 없이 콘텐츠를 쏟아 내고 화제를 만들어야 하는 음악 시장, 그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팔방미인의 재능을 주입받고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대 위에서 단 한 차례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야 마는 음악가들. 대상화라는 비판이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이것이 K팝 그 자체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