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미래를 바꾸는 창끝부대 발전을 위한 제언

입력 2025. 08. 29   16:27
업데이트 2025. 08. 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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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하 중장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김규하 중장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1991년 육군소위로 임관한 이후 첫 부대의 기억은 30년이 넘는 군 복무를 이어오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올곧은 부대 기풍과 좋은 시설, 서로를 굳게 신뢰하던 전우들의 눈빛은 군 생활의 가치와 보람으로 남아 있다.

군은 3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무기체계의 발전은 눈부시다. 방위산업의 성장으로 첨단 무기를 갖춘 우리 국군의 군사력은 큰 도약을 했다. 그러나 군사력 성장의 이면에는 아쉬움도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창끝부대의 핵심인 위관장교 및 중·상사의 전역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방위의 사명감, 군인의 자부심과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무기체계가 발전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의욕을 잃으면 최첨단 전력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제 창끝부대 재설계를 위한 일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먼저, 창끝부대는 현재의 낮은 인력 수준으로는 기존의 조직 편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대 수를 과감하게 줄이고, 통합 가능한 부대는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으로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부대 편성과 통합 권한도 가능한 범위에서 장성급 지휘관들에게 위임해 창끝부대의 인력 운용 개선이 체감되도록 톱다운(Top-Down), 보텀업(Bottom-Up) 방식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선 창끝부대 구성원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공간 개선’이 필요하다. 창끝부대는 훈련과 전투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병영시설은 노후된 곳이 많고, 훈련장 예산 투자는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재원을 고려할 때 주둔지 통합 등 단위부대의 주둔지 수를 과감히 줄이는 노력과 함께 부대 활동이 이뤄지는 병영시설, 훈련장, 작전시설 등의 혁신적 공간 개선이 필요하다.

영국의 킹스데일고등학교는 획기적인 공간 개선 이후 연 280여 회에 이르던 정학이 약 10년간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고, 중등 자격시험 합격률도 4배나 높아졌다. 공간 개선이 구성원의 태도와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사례다. 이런 사례를 우리 군에 맞게 적용해 창끝부대의 ‘공간 개선’을 추진한다면 사고를 크게 줄이면서도 전투력은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창끝부대의 ‘공간 개선’을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유의미한 변화를 체험했다. 공간 개선을 위해 부대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모으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속감, 변화된 공간이 주는 성취감·만족감·자긍심은 사고를 줄이고 전투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장병들이 활동하는 공간 개선을 국방혁신과제로 추진한다면 군이 처한 인력 문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창끝부대의 여건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장병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창끝부대의 과감한 구조조정, 공간 개선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큰 단계의 기획과 계획에만 골몰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창끝부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신속하면서도 작은 변화에 깊게 호응하며 미래에 다가올 큰 변화에 희망을 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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