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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진 문화산책] 눈으로 춤을 추다

기사입력 2018. 10. 04   15:41 입력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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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움직임의 일부, 즉 정제된 움직임이다. 누구나 춤을 출 수는 있지만, 춤을 언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학습을 통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소통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움직임의 근원적 유희성은 만인에게 공통적이라서 춤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도 춤을 추거나 추게 할 수 있다. 좋은 춤은 흥겨움을 훌쩍 뛰어넘는 감동을 준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를 바라보다 그 ‘흥겨움과 감동 사이’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전문분야로서의 춤에 적용되는 규칙들은 추는 사람의 흥겨움 이상의 언어성을 만든다. 춤은 추는 사람의 내적 상태를 반영하거나 동작을 만든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학문과 예술 체계 속에 있다. 이는 문화와 학습을 통해 축적된 경험이 춤의 의미를 구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춤을 출 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있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전달받거나 스토리를 읽어냈다면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면서 몸의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소통이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공연에서 무용수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정해진 동작과 동선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 이야기를 펼친다. 각각의 동작이 지니는 의미는 오랜 시간 축적된 몸의 언어를 기초로 해서 안무가가 세운 뼈대와 덧붙인 해석으로 마련된다. 무용수는 하나의 작품 안에서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스타일을 입혀 관객에게 전달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무대의 조건에 따라 연출자의 선택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무대의 크기와 형태, 조명이나 음향의 기술적 조건, 관객과의 거리 등 많은 조건이 무용수의 동선을 달리하게 한다.

또한 특정 동작이 지속되는 양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속적인 움직임 안에서 의미 있는 동작의 단위들을 구분해내고 각 동작의 피어남과 사그라듦을 읽어내는 것은 춤의 언어를 체화하는 단계에서 필수적이다. 커버댄스를 잘 추는 사람들은 동작의 단위를 움직임에서만 찾지 않고 리듬을 만들어내는 시간 속에서 해석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추는 사람에 따라서 호흡의 흐름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동작의 정점도 다르게 표현된다. 비로소 춤에 개성이 담기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예술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몸과 분리되지 않는다. 춤을 배우는 과정은 눈으로 본 것을 내 몸으로 따라 하면서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가는 일련의 숙련 과정을 요구한다. 훈련에 따라 몸의 움직임이 점점 정교해지면 정신은 다른 시간의 차원을 경험하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던 움직임의 틈새가 점점 벌어지면서 그 사이사이를 더 촘촘하게 메워나가는 동작에 대한 의식이 생겨난다. 이것은 움직임의 분절인 동시에 새로운 연결이다. 끊임없이 나뉘고 다시 이어지는 움직임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시간에 대한 쾌락과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공유될 때 무대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선물처럼 감동이 전해진다. 역시 춤은 정신을 위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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