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 해수욕 아니더라도, 강릉으로
피서철 북적거리는 해수욕 지겨웠다면
하슬라아트월드·아르떼뮤지엄 ‘아트욕’
안반데기 밤하늘 별 헤아리며 ‘스타욕’
옥계해변 뒤 소나무숲 ‘산림욕’
온종일 강릉 누리다 보니 어느새
내 안에 ‘욕구 충만’…내 밖에 ‘욕구 충전’
본격적인 피서철이 다가오고 있다.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동쪽 바다로 떠나는 요즘, 강원도 강릉은 성수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강릉에서 해수욕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탁 트인 자연에서 예술을 감상하고, 낭만 가득한 해안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고즈넉한 고랭지 배추밭에서 은하수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북적거리는 해변에서의 해수욕 대신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여행객을 위해 강릉의 이색 명소를 소개한다.
영감이 샘솟는 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
정동진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독특한 외관과 이색적인 조형물로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다. 정동진 해안도로에 있는 이곳은 호텔, 야외 조각공원, 현대미술관, 피노키오박물관, 레스토랑, 카페 등을 갖춘 ‘복합예술공간’이다. 설립자인 조각가 박신정·최옥영 부부가 시설 전체를 기획하고, 여기에 다양한 예술품을 제작·전시하며 독특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야외 조각공원과 현대미술관에는 설립자 부부의 작품을 비롯해 지역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영감으로 가득한 작품이 전시된다. 거대한 작품이 벽에 걸려 있기도, 한 방을 가득 장식하기도 한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채 파이프라인을 지나야 할 때도 있고, 약간의 등산을 해야 할 때도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전시 구성을 자랑한다. 건물 뒤편에는 야외 전시장 겸 산책로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숲속을 거닐며 드넓은 동해를 감상할 수 있는 언덕은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힐링을 경험해 보자.
드라마 속 한 장면, 헌화로 드라이브
강릉여행에 낭만을 더하고 싶다면 자동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 보는 건 어떨까. 정동진 주변 해안도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어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헌화로가 대표적이다. 헌화로는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동해안답지 않게 복잡하게 굽이치는 해안선이 인상적이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드라이브 장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와 현실이 조금 다르긴 하다. 사실 헌화로는 그리 길게 이어지는 도로가 아니다. 드라이브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수준이다. 해안선과 맞닿은 부분은 심곡항부터 옥계해변까지 약 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거센 파도가 들이닥치는 해안도로 옆으로 인도도 마련돼 있다. 단, 바닷물을 맞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이 주변에는 헌화로를 드라이브하거나 거닐어 보는 것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다. 심곡항부터 정동진까지는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라는 해안 탐방로가 이어진다. 금진해변과 옥계해변은 고요하고도 드넓은 해수욕장을 품은 채 피서객을 맞이한다. 옥계해변 뒤로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펼쳐져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별 쏟아지는 밤, 안반데기
이번에는 바다를 벗어나 백두대간의 웅장한 절경을 누릴 차례다. 강릉과 평창 사이에 솟은 백두대간 능선에는 ‘구름도 쉬어 가는 마을’로 불리는 안반데기가 있다. 이곳은 강릉을 대표하는 고랭지 채소단지로, 둥근 언덕을 따라 푸릇한 배추밭이 초록빛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주변에 큰 도시가 없고, 대관령 인근 고지대의 깨끗한 공기와 탁 트인 하늘 덕분이다. 해 질 녘 올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고랭지 배추밭을 감상해 보자. 사방이 어두워지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별을 찾아보면서 감성에 젖는 것도 좋겠다. 망원경은 없어도 된다. 두 눈으로도 충분히 별을 볼 수 있으니까. 운이 좋다면 별똥별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선명해지는 은하수의 물길을 따라 시선을 옮겨 보는 건 어떨까. 어릴 적 많이 배웠던 별자리가 하나씩 눈에 띌 것이다.
백두대간 담은 아르떼뮤지엄 강릉
아르떼뮤지엄은 국내 최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제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남 여수, 부산, 강릉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 어울리는 테마로 몽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백두대간의 핵심 지역임을 살려 웅장한 산악지형을 녹여 낸 ‘밸리(VALLEY)’ 테마로 관람객을 맞는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이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작품은 총 12개다.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가득한 공간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아르떼뮤지엄 작가와 연출진이 갖춘 독보적 기술력과 예술성의 결과물이다. 이곳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이다. 고요한 숲과 8m 높이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해변에 일렁이는 오로라,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 등 자연의 웅장한 모습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표현한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웅장한 음향, 은은한 향기를 더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사방을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로 꽉 채운 ‘빛의 정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활기 넘치는 아침, 주문진항
강릉의 대표 항구인 주문진항은 새벽부터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경매인의 우렁찬 목소리와 어선의 뱃고동·갈매기 소리가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주문진항만의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산물을 사지 않아도 주문진항은 훌륭한 여행지다. 파스텔 색조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아침 일찍 방문하면 주문진항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신선한 바다 내음을 만끽할 수 있다. 방파제를 따라 거닐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거나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방파제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다.
바다 말고 계곡은 어때, 삼산장천계곡
오대산에서 발원해 북동쪽으로 난 골짜기를 따라 흐르다가 소금강산을 지나며 주변의 다른 물줄기와 모이는 연곡천은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상류는 소금강계곡으로, 하류는 삼산장천계곡으로 부르는 이곳에는 여유롭게 휴양을 즐기기에 좋은 시설이 마련돼 있다. 장천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삼산장천계곡은 수심이 낮고 유속이 빠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계곡치고는 규모가 시원시원해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뻥 뚫리기도 한다. 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이 어렵다면 펜션은 어떨까. 마을 주민들이 유럽 콜로니얼 스타일의 외관으로 단장한 펜션을 운영 중이다. 어디든 하룻밤 편안하게 묵을 수 있으니 오대산과 소금강산의 자연을 온종일 누려 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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