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2㎞ 떨어진…‘첨병의 눈’으로 철통 감시

입력 2025. 07. 03   17:09
업데이트 2025. 07. 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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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2사단 안보현장을 가다
서울보다 북한과 더 가까운 곳
수도권 서부 해안 방어 최전방 부대
애기봉 OP 망원경으로 북 주민 또렷
잔잔한 평화로움 속 삼엄함 공존
도발 대비 상시 작전 대비 태세 확립

불과 1.4㎞ 정도 떨어져 있어 흐린 날씨임에도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사진=조아미 기자·국방일보 DB
불과 1.4㎞ 정도 떨어져 있어 흐린 날씨임에도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사진=조아미 기자·국방일보 DB

 

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 조강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선전마을의 모습. 사진=조아미 기자·국방일보 DB
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 조강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선전마을의 모습. 사진=조아미 기자·국방일보 DB


북한 땅을 가까이서 조망하는 일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해병대2사단은 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애기봉 관측소(OP·Observation Post) 방문과 상륙돌격장갑차(KAAV) 탑승 체험 등을 포함한 안보 현장 견학 행사를 연 것. 사단은 경기 김포시·인천시 강화군 등 수도권 서부 해안을 방어하는 서북부 전선 최전방 부대다.

사단 본부를 찾아 부대 역사와 임무 수행, 작전 현황 등을 듣고 애기봉 OP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병대2사단은 김포시와 강화군, 서측 도서 최끝단 말도까지 총 255㎞의 해안선을 책임진다. 적 침투 및 국지도발 대비,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대한 감시 및 통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단은 서울과 30㎞, 북한과 1.2㎞ 떨어진 곳에서 다수의 도서와 수로, 한강하구 중립수역 등 서부전선을 사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애기봉 OP는 김포시 전방의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첨병의 눈’이자 최첨단 경계 작전의 구심점이다. 밤낮 구분 없이 경계 작전과 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 장병들은 ‘이곳이 조국의 최전선이며, 내가 지키고 있는 이곳이 국민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천주훈(중위) 애기봉OP장은 북한지역을 가리키며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산 능선 뒤에는 북한군이 초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쓰레기풍선 부양 당시에는 능선 뒤쪽에서 북한군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OP에서 쌍안경으로 북한의 도고개 능선을 바라봤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대남확성기 구조물 일부가 보였다. 우리 군은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천 OP장은 “북한의 대남방송이 지속됐을 때는 교동도나 강화도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소음피해가 커 갈등도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군과 주민들의 마찰 요소가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밖으로 나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내 조강 전망대로 나갔다. 북한의 민가가 보이는 가운데 장엄한 자연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7월 초순,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100배 줌(Zoom) 망원경’으로 본 북쪽 지역에는 일상을 영위하는 황해도 개풍군 일대 주민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이곳에는 남북한 접경지역의 삼엄함과 잔잔하고 평화로운 강의 낭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었다.

여름 휴가차 부모님을 모시고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찾은 김민형(41·서울 금천구) 씨는 “이렇게 북한을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20년 전 군 생활하며 느꼈던 조국애를 잠시나마 떠올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단은 다양한 양상의 적 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 및 작전 수행체계를 최적화하고 있다. 제대별 전투 요원들의 임무 수행능력을 강화해 적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식으로 도발하더라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상시 작전 대비 태세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조아미 기자 


해병대2사단 상륙돌격장갑차들이 기동시범을 준비하고 있다. 부대 제공
해병대2사단 상륙돌격장갑차들이 기동시범을 준비하고 있다. 부대 제공


인턴기자의 상륙장갑차(KAAV) 탑승기
바다와 육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기동…“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압감 느껴져”
지상 최고 시속 72㎞·해상 13㎞ 속도

국군 유일 해병대만 운용
병력 신속 투입·높은 기동성 재확인
 
구름이 잔뜩 낀 날씨 가운데 산속을 가로지르며 도착한 곳은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 부대는 해병대 핵심 전력인 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KAAV)를 운용한다. KAAV는 해상에서 육상으로 병력을 신속히 투입시키는 장비다. 

부대 정문을 지나자 연병장에 도열한 KAAV들의 거대한 모습이 시야를 압도했다. 병력수송용인 KAAV-P7A1과 지휘용 KAAV-C7A1, 구난·정비용 KAAV-R7A1이 순서대로 서 있었다. 지상과 해상을 넘나들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로, 국군에서 유일하게 해병대만 운용하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이 느껴졌다.

KAAV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행동·기동 시범 뒤, 기자단에도 탑승 기회가 주어졌다.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내부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차내는 좁고 어두웠다. 제한된 시야는 이곳이 운송 공간임을 넘어 작전의 현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기자단이 차례로 착석하자, KAAV는 엔진음을 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동이 바닥에서부터 발바닥을 타고 정수리까지 올라왔다. 방향을 틀 때마다 거대한 차체의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중심을 잡으며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조종수는 전방을 침착하게 살피며 빠르고 정확하게 방향을 전환했다.

이날 운용은 시속 약 20㎞ 속도로 운행됐지만, 차체 내부에서는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지상에서 최고 시속 72㎞, 해상에서는 시속 13㎞ 속도로 운행이 가능한 KAAV가 높은 기동성을 갖춘 전력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짧은 탑승 체험이 끝난 후 다시 바라본 KAAV에서는 바다와 육지를 가로지르며 병력을 실어나르는 책임감과 그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장병들의 결연함이 느껴졌다.

장병들이 해병대로서 그리고 KAAV를 운용하는 승무원으로서 바다와 육지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오늘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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