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기획공연 ‘전우’, 무대서 되살아난 호국정신
지평리전투 등 실제 역사 담다
한 부대서 만나게 된 참전용사 후손들
시·공간 초월하며 전우로 거듭나는 이야기
배우들 열연에 중독성 있는 메시지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몰입감 높인 연출
“머릿속 각인” “노고에 경의” 감동 이어져
육군 기획공연 계보를 이을 뮤지컬 ‘전우(Comrades)’가 지난 3일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공연은 6·25전쟁 주요 분기점 중 하나였던 ‘지평리전투’와 일제강점기 광복군의 ‘국내진공작전(Project Eagle)’ 등을 모티브로 했다. 전우애·교육훈련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공연이 장병들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군인정신 확립에 이바지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6·25전쟁 발발 7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관객들이 순국선열과 호국영웅의 위국헌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육군은 기대하고 있다. 글=최한영/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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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리전투·국내진공작전 녹아들어
지난 3일 오후 충남 계룡문화예술의전당 공연장 800여 석이 가득 찼다. 장병과 가족을 가리지 않고 몰려든 관객은 배우들의 열연에 눈을 떼지 못했다. 역동적인 군무, 첨단 미디어아트가 선사하는 입체적 몰입감, 핵심 메시지를 담은 친숙한 대사가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군 생활을 한 사람에게 친숙한 군가와 ‘영원한 청춘의 가인(歌人)’ 김광석의 노래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우’는 6·25전쟁 참전용사 할아버지를 둔 정지연 중사(낸시 분) 분대에 프랑스계 한국인 박다니엘(지일주 분)이 신병으로 전입하면서 시작한다. 정 중사 분대원들은 신뢰·존중을 토대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며 믿고 의지하는 전우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정 중사와 박 이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광복 전후와 6·25전쟁을 체험하며 ‘전우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중요성’ ‘실전 같은 훈련만이 나와 전우, 나라를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박 이병의 외증조할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인이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다른 부대원 조상 중에도 일제강점기, 6·25전쟁 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 있었다는 점은 ‘이 순간에도 조국을 지키는 이들을 향한 경의’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한국인이라면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1951년 2월 지평리전투는 6·25전쟁의 판세를 바꾼 주요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수적 열세와 고립에도 미군·프랑스군 등으로 구성된 1개 연대 규모 유엔군이 중공군 3개 사단의 공세를 막아 냈다. 유엔군이 중공군 개입 후 첫 승리를 거두며 반격의 기틀을 마련한 전기였다. 광복 직전 이범석 한국광복군 2지대장(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 장관 역임)과 미 전략첩보국(OSS)이 한국인 정보요원을 한반도 5개 전략지점(서울, 부산, 평양, 신의주, 청진)에 침투시키려고 했던 국내진공작전 내용도 흥미를 북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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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단계부터 스토리 공모…심혈 기울여
육군은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 스토리 공모를 하는 등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쏟았다. 지평리전투에 미군과 프랑스군 외에 국군도 참가했고, 중공군의 꽹과리를 이용한 심리전에 대응하고자 프랑스군이 이동식 사이렌을 이용해 도리어 적군을 당황케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출연진의 수준 높은 연기가 돋보인다. 걸그룹 모모랜드 출신 배우 낸시는 시원한 가창력으로 관객의 집중도를 극대화한다. 낸시는 “군 복무 경험이 없다 보니 남자 배우의 조언을 받아 ‘전우애’라는 감정을 계속 들여다봤다”며 “실제 있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했기에 6·25전쟁 전사와 광복군 기록도 찾아보며 캐릭터에 빠져들었다”고 언급했다.
영화 ‘너의 여자친구’,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지일주는 “박다니엘이 프랑스군 소속으로 지평리전투에 참전한 외증조할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신념을 생각하면서 연습에 매진했다”며 “과거 나의 군 생활도 떠올리며 공연을 보러 온 장병들이 군인으로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관객들이 광복군과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교훈과 함께 재미 요소도 가미한 만큼 많은 분이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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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중독성 있는 메시지 각인”
첫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도 배우들의 진심이 전해졌다. 상당수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주요 장면을 떠올리며 감흥에 빠져 있었다. 육군2작전사령부 신속기동대대 박서준 일병은 “‘훈련 또 훈련, 훈련이 곧 실전’ 가사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중독성 있는 메시지가 머릿속에 각인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장인 안지혜 씨도 “어디서도 보기 힘든 뮤지컬이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육군과 배우들은 남은 공연에서도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공연에서 한 배우를 광복군 여성 첩보원 후손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 현창용(중령) 육군본부 문화정책계획장교는 “광복군 여성 첩보원이었던 백옥순 여사의 증손녀가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 생활을 하고 있다”며 “생도 가족이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8월까지 계룡·서울·춘천·고양 순회공연
‘전우’ 제작에는 뮤지컬 ‘친정엄마’ ‘라디오스타’ ‘아이다’의 김재성 연출가, ‘루드윅’ ‘프리다’ ‘수호’의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주관·제작은 엠비제트컴퍼니가 맡았다.
공연은 지난 3~5일 충남 계룡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10~1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23~25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 일송아트홀, 8월 7~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하루 두 번(오후 2·7시) 열린다. 제주 특별공연도 추진 중이다. 현 중령은 “기획공연 ‘전우’의 부제인 ‘Comrades’는 ‘어렵고 위험한 순간을 함께한 전우’라는 뜻”이라며 “장병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전우애와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육군은 “정신전력 강화 차원에서 부대별 단체관람을 권한다”며 “공연장 인근 부대원은 책임지역 부대 정훈실로, 개별 희망자는 육군본부로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별 희망자는 신청 마감일 이전 인트라넷 메일(changyong@army.mil)로 첨부 양식에 맞게 신청해야 한다. 현역 장병을 동반하지 않은 군인가족은 모바일 증빙(밀리패스, 국군복지포털) 등으로 별도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자세한 내용은 육군 인트라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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