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언박싱
4. 하늘 지키는 ‘잠들지 않는 눈’ 공군방공관제부대
‘공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통 창공을 가르는 전투기 또는 멋진 선글라스를 낀 조종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전투기가 적을 식별하고, 위협을 피해 완벽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바로 방공관제 부대원 얘기다. 이들은 수백km 밖의 물체를 먼저 보고, 이를 알려주는 ‘공군의 눈’이다. 24시간 멈추지 않은 이들의 헌신이 있기에 마치 톱니바퀴처럼 완벽한 영공 방위임무가 가능하다.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히든 히어로’ 방공관제 부대원들의 임무 수행 현장을 언박싱해 본다. 글=임채무/사진=이윤청 기자
"녹색 불빛에 안도하죠"
최상의 레이다 위해 24시간 감시·확인
인천 강화군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8681부대 레이다 시설 안. 이곳에 들어서자 각종 장비가 눈에 띄었다. 항공작전공지통신망을 비롯한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항온항습장비였다. 단순히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설치한 것은 아닐 터. 박주일(준위) 레이다반장에게 물어보니 해양성 기후의 고온다습한 환경 속에서도 장비가 24시간 무중단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대의 핵심 임무는 중거리 항공통제 레이다 FPS-303K를 운용해 24시간 감시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영공을 침범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한 항적 자료를 중앙방공통제소(MCRC)로 전송하고 조종사와 통제사 간 교신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은 이들의 임무가 ‘공중 감시’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들의 임무를 쉽게 얘기하면 레이다가 수집한 정보를 MCRC로 잘 전송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이다. 당연히 레이다가 최상의 상태로 작동하는지를 감시·확인하는 ‘레이다 작동 감시’가 가장 중요한 임무일 수밖에 없다.
레이다 작동감시는 하루 네 번, 정해진 시간마다 심장부인 ‘레이다 전원제어부’ 등 장비를 점검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문예진(중사) 레이다정비사는 “데이터연동부 램프나 장비 상태정보창을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며 “레이다가 MCRC로 정보를 아무런 문제 없이 전송하도록 유지·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박 준위는 “과거와 달리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모든 상태는 수치와 색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시된다”고 거들었다.
실제 상태정보창을 보니 모든 장비 상태가 녹색으로 표시됐다.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 중사는 “문제가 생기면 적색으로 표시된다”며 “혹시라도 적색이 들어오는 순간 즉시 모든 정비사가 소집돼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레이다정비사들이 24시간 교대 근무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음·온도 직접 느껴야"
장비 순찰은 생명…매일 직접 조이며 이상징후 잡아내
매일 아침 정비사들은 일일 정비회의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내일이 ‘정비의 날’인 만큼 안전에 특히 유의해 안테나 부분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도록 하자.” 당부의 말로 회의를 끝낸 박 준위는 곧바로 장비 순찰을 했다. 레이다 작동 감시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장비 순찰이다. 장비 순찰은 쉽게 말해 사전에 장비 고장을 예방하기 위한 ‘유지 보수’ 임무라고 보면 된다. 매일 진행되는 ‘일일 점검’과 1주일에 한 번 장비를 멈춘 뒤 모든 정비사가 투입돼 정밀점검하는 ‘정비의 날’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정비의 날은 MCRC의 승인을 받아야 할 만큼 엄격하게 진행된다.
일일 점검의 첫 번째 임무는 레이다 돔 외부의 스노 로프와 피뢰침 고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박 준위는 “해풍이 강하고 고지대라 강풍에 피뢰침이 넘어지거나 고정된 부분이 느슨해지는 경우가 있어 매일 직접 조이고 확인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스노 로프와 피뢰침 고정을 마친 박 준위가 이번에는 레이다 돔 안에 들어가 항온항습장비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어 박 준위는 어디선가 의료용 청진기를 꺼내왔다. 신기한 모습도 잠시, 박 준위는 진지한 표정으로 청진기를 회전하는 레이다 구동부 근처에 갖다 댔다. 박 준위의 표정을 통해 매우 중요한 절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박 준위는 “청진기로 평소와 다른 미세한 진동이나 소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회전 속도는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지만 소음, 온도는 직접 몸으로 느끼고 확인해야만 미리 고장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시 출동…훈련은 실전처럼
거수자 발생 등 다양한 시나리오 복합 대응 노력
“거수자 발생! 거수자 발생!”
갑작스러운 비상벨이 울리자 기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기 중이던 기동타격조가 신속하게 총기와 탄약을 수령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불시 출동 훈련이었다. 부대는 기지 경계 및 방호를 위해 예고하지 않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훈련하고 있었다. 이날 훈련은 초병을 폭행하고 총기를 탈취해 도주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총기 버려! 엎드려!” 단호한 외침과 함께 거수자를 제압하며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됐다. 훈련을 지휘한 조미선(상사) 군사경찰반장은 “실제 거수자가 나타났을 때 즉각 행동할 수 있도록 이론보다 체포술, 무기사용술 등 실습 위주로 훈련한다”며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적용해 복합적인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부대는 등산로와 인접해 민간인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다. 사람이나 차량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고 방송이 나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위협에 대비해 ‘기지경계용 무인기’를 도입, 산악 지형의 사각지대까지 감시하며 입체적인 방호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창주(소령) 부대장은 “주변 환경으로 악기상일 때가 많다”며 “작전에 어려움이 없도록 전 부대원이 한마음으로 단결해 임무완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밥맛 참 좋다" 병영맛집
체력이 곧 전투력…든든한 밥심으로 방위태세 강화
치열한 임무수행 현장을 돌아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체력이 곧 전투력’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식당에서는 장병들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지는 주정옥 군무주무관의 손길이 분주했다. 이날 메뉴는 닭볶음탕, 깐쇼새우, 양상추샐러드, 오이무침, 깍두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2023년 겨울 부대를 방문한 공군참모총장이 식사 후 “밥맛이 정말 좋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이 부대 식당은 장병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통한다. 비결을 묻자 주 군무주무관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라며 웃었다. 그는 “오이무침 하나를 내더라도 전날 미리 두툼하게 썰어 재워두고, 고기도 양념해 하루를 숙성시킨다”며 “우리 장병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정성 덕분에 장병들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각자의 임무 현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 부대장은 “우리 부대는 소수정예 인원으로 운영되지만 공병, 수송, 군사경찰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마치 하나의 작은 비행단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완벽한 작전대비태세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부대는 24시간 영공 방위 임무를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레이다 장비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정비하고, 철책을 순찰하며 기지를 방호하고, 따뜻한 식사로 장병들의 사기를 책임지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임무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이 부대장이 언급한 ‘작은 비행단’처럼 소수 정예의 인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대한민국의 굳건한 영공방위태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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