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복잡한 셈법 사용과 보상 균형이 답

입력 2025. 09. 14   10:50
업데이트 2025. 09. 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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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트렌드
AI 시대의 저작권 전쟁:할리우드 vs 실리콘밸리 해법은…

앤트로픽, 작가 단체와 2조 원 합의
“책 스캔은 합법·해적 사이트는 불법”
취득 경로·실제 피해를 중시한 판례
콘텐츠 필요한 AI 기업에 ‘기준’ 제시
유튜브 ‘저작권 알림 시스템’ 좋은 예
자동 보상체계·창작자 참여 유도 등
기술 발전 걸맞은 새 프레임워크 절실

 

AI 화면 이미지. 필자 제공
AI 화면 이미지. 필자 제공


인공지능(AI)이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규칙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부수적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산업 중심에 서 있다. 실제로 누가, 어떻게 창작하고 소유하는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다.

올해 미국에서는 한 가지 기준이 아주 분명하게 제시됐다. AI 기업 앤트로픽 작가 단체와 맺은 15억 달러(약 2조 원)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법원은 중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직접 스캔해서 AI에 활용하는 건 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적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쓴다면 불법이라고 경계선을 그었다. 앞으로 모든 AI 기업은 이 기준을 명확히 알고 지켜야 한다. 판례 하나가 업계 전체에 던지는 경고다.


AI 훈련, 면죄부인가 침해인가

연방법원은 2025년 두 차례 판결에서 AI 훈련을 ‘변형적 사용(transformative use)’으로 본다고 판시했다. 즉, AI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창작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면 공정 사용(fair use)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사용 목적, 저작물의 특성, 이용된 범위, 그리고 시장 피해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만큼 복잡하다.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NBC유니버설 등 거대 스튜디오들이 중소 AI 스타트업 미드저니( Midjourney)만을 전략적으로 표적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독 모델을 통해 소비자가 영화 캐릭터 등 저작권 IP를 손쉽게 복제·상업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구조, 이는 명백한 침해로 판정받을 소지가 크다. 그러나 스튜디오들 역시 AI를 효율적인 제작 도구로 쓰고 싶어하기 때문에 철저한 선긋기와 전략적 이중성이 나타난다.


창작자 연합의 저항과 불확실한 법적 해석 

창작자들은 “AI가 내 작품을 썼으면 그 대가를 줘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작가, 음악가, 배우, 노조까지 한목소리다. 하지만 법원은 아직 AI의 새로운 활용 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해 법이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창작자 피해와 AI 기업의 보상 체계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이번 앤트로픽 판례는 AI가 콘텐츠를 어떻게 얻었는지와 그로 인해 시장에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예를 들어 AI가 만든 슈퍼맨 그림이 진짜 슈퍼맨 상품을 대신하게 되면 그건 명백한 침해다. 그러나 단순히 책을 학습시켜 원래 책 판매가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 업계와 법원 모두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해법은 양자택일 아닌 균형

AI와 창작업계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싸움 속에서 해법은 극단적 양자택일이 아니라 균형에 있다. 유튜브의 콘텐츠ID 시스템처럼 AI에도 자동 보상체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집단 협상제도 등 업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하다. 이 장치는 혁신과 창작자의 권리를 같이 지키는 시대적 장치로 봐야 한다.


유튜브의 전례, AI의 미래

이에 대해 버라이어티는 “테크놀로지의 바퀴는 항상 법적 기준보다 앞서간다”며 현 상황의 본질을 짚었다.

사실 유튜브가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혼란이 있었다. 수많은 저작권 분쟁 끝에 유튜브는 ‘저작권 알림 시스템’을 도입해 권리자들과 타협점을 찾았다. 콘텐츠를 올리면 저작권 침해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문제의 동영상은 삭제하거나 수익을 원저작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AI 분야도 이런 식으로 해법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 AI가 어떤 자료로 훈련했는지 투명하게 관리하고, 저작권자가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앞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외 가능한 여러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ID처럼 AI 훈련에 사용되는 콘텐츠에 대한 자동 보상 체계,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옵트인(opt-in) 시스템, 상업적 이용과 연구 목적의 명확한 구분 등이다.


결론은 창작의 미래, 함께 그려야

AI 시대,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직면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 그 이상이다. AI가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면서 인간의 창의성과 법적 권리는 다시 한번 본질적 질문에 직면했다. 판결은 점점 혁신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창작자의 권리와 인간 고유의 창의성은 결코 흘려버릴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기회의 창 앞에 서 있는 순간이다. 업계 전체가 실리콘밸리와 협력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창작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저작권법만으로는 복잡한 현실을 설명할 수 없기에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절실하다. 자동보상 체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집단 협상처럼 산업 전체를 더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제도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창작자, 법과 기술, 모두가 양보와 협력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며 번영하는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업계와 법원이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창작의 가치와 혁신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지혜로운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이 오늘이고, 우리의 선택이 산업과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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