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례없는 폭염에 안전 조치 강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 통과
체감온도 33도 넘으면 ‘쉴 권리’ 부여
고위험 사업장 6만 곳 불시에 지도·점검
영세사업장엔 이동식 에어컨 보급 지원
군 장병도 31도 넘으면 옥외 훈련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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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폭염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폭염 속 작업으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한 즉각 조치에 나섰다. 특히 야외 작전과 훈련이 많은 군인도 폭염 민감대상으로 지정, 보호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폭염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일정 시간 이상 휴식을 의무화했다.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규제 심사 결과 체감온도가 33℃ 이상일 경우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규정이 담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른 조치다.
이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 질병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적절한 휴식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규정에 비해 휴식 부여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의무화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규개위 재심사는 그동안의 관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가 기존 규개위 권고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데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으로 근로자의 생명·건강을 보호할 시급성이 대두됨에 따라 규개위가 규칙 개정에 동의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는 “규개위는 규정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과 홍보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시행하고 규정을 시행한 뒤 집행 상황, 현장 반응 등에 대해 실태조사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고용부는 또 시원한 물, 냉방장치, 휴식, 보랭 장구, 유사 시 119 신고 등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폭염안전 5대 규칙’을 각 사업장에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폭염 고위험 사업장 6만 곳을 중심으로 이를 준수하는지를 불시에 지도·점검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이달 말까지 본예산 200억 원과 추가경정예산 150억 원을 투입해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 수요가 많은 이동식 에어컨 등을 보급하고 집행 과정에서 현장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보완 사항을 적극 개선할 예정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폭염은 피할 수 없지만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고 산업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면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은 법상 의무인 만큼 철저히 준수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역시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35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재난특교세는 △독거노인·쪽방촌 거주자 등 취약계층 냉방물품 제공 △생수·냉토시 등 야외근로자를 위한 폭염 예방물품 지원 △그늘막 등 폭염 저감시설 설치 △축산농가 대상 차광막·살수차 지원 등 취약계층·축산농가를 돕는 데 중점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가뭄이 극심한 강원 지역의 추가 용수 활용을 위한 대책비로도 사용된다.
지방자치단체도 폭염 대응에 한창이다. 서울시는 중대재해감시단을 구성, 시내 공공·민간 건설공사장 300여 곳을 대상으로 폭염안전 5대 규칙 준수 여부를 중점 점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공사장 특성을 반영해 다국어 홍보물·현수막도 준비했다. 또 노동자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휴서울 쉼터’(6곳), 간이쉼터(6곳) 등 12곳의 휴게 시설을 운영하고 생수 10만 병을 31개 노동자 시설에 비치했다. 또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소방·의료·구호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강화된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경기도는 ‘2시간 작업, 20분 이상 휴식’ 규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급공사 현장 70여 곳을 대상으로 체감온도 35℃ 이상인 경우 오후 2~5시에는 작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폭염 취약계층 39만 가구에는 5만 원씩 냉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각 지자체도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군 장병들을 ‘사회적 폭염 민감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각 군은 장병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방부는 31℃ 이상 32℃ 미만은 옥외 훈련을 제한·중지하고 32℃ 이상 일때는 경계작전 같은 필수 활동만 실시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혹서기 교육훈련 지침’을 지난 10일 각 군에 시달했다. 각 군도 지휘관을 중심으로 훈련 실시 여부를 판단하며 장병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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