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1980~1990년대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우뢰매’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정 다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편의 영화는 감독, 작가, 촬영감독, 미술감독, 배우, 음악가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만들어낸다. 이처럼 창작자가 여러 명인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는 누구일까.
영상저작물은 ‘연속적인 영상이 수록된 창작물’로 정의된다. 보통 대본, 연출, 촬영, 미술, 음악 등의 개별 창작물들이 결합해 완성되므로 법적으로는 결합저작물, 공동저작물, 2차적 저작물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하고, 각자의 기여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저작물’을 뜻한다. 영상저작물에서 공동저작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창작적 표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단순한 기술적 보조, 자금 투자나 기획 단계에서의 참여만으로는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가, 감독, 프로듀서, 미술감독, 촬영감독, 편집자 등 독립된 영역에서 창작적으로 기여한 전문가들은 공동저작자로 평가될 수 있다.
영상저작물은 동시에 결합저작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는 ‘독립된 각 저작물을 결합한 저작물’로, 대본, 음악, 미술 등 각각 독자적으로 보호받는 창작물들이 하나의 영상에 포함된 형태다. 이 경우 각 저작물의 저작권은 해당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또한 기존 소설, 만화, 게임 등을 원작으로 각색한 영상물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며,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는 제작 및 이용이 불가능하다. 영상저작물이 독립된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원저작물의 이용에는 별도의 허락이 필요하다.
영상저작물은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권리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작권법은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제작과 이용을 위해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영상제작자가 ‘영상저작물에 사용된 저작물 이용 권리를 허락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저작권법 제99조와 ‘영상저작물에 사용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일부가 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하는 제100조다. 이 규정으로 인해 영상제작자는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각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은 양도되지 않으며, 원저작자의 독립적인 권리는 여전히 보호된다. 그렇다면 수익분배 등 저작재산권의 행사는 어떻게 될까.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며, 각자의 지분은 임의로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권리 분배는 각 창작자의 기여도에 따라 산정되며, 기여도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균등하게 나누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무에서는 창작기여도를 사전에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해 분쟁을 방지한다. 영상에 삽입된 음악, 미술과 같이 분리 가능한 저작물, 원작에 대해서도 적정한 수익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영화를 비롯한 영상저작물은 예술 분야에서 다수의 창작자가 협업하는 복합 창작물이다. 그만큼 누가 저작자인지, 공동저작자 각자의 권리 지분은 얼마인지, 원저작물 이용에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등을 사전에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향후 배급, 재편집, 2차 저작물 제작 등의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영상 제작 초기 단계에서 저작자성, 기여도, 권리 귀속에 관한 검토와 그에 따른 꼼꼼한 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오징어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이 연일 성공하며 세계로 도약하고 있는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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