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꾹 참고 커피도 끊고 배달 앱은 지우고…오늘도 0원으로 살아남았다…‘웃프게도’

입력 2025. 07. 14   16:17
업데이트 2025. 07. 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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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 ‘무지출 챌린지’에 빠진 청년들 

‘아껴야 잘산다’서 ‘안 써야 잘산다’로
MZ세대 극단적 생존 전략 유행
집에서 싸 온 도시락에 커피 먹어
‘무료 식빵 쿠폰’ 받으러 40분 줄서기도
과도한 억제로 보상심리 발동
주말 더 큰 지출 유발 부작용도
“욕구 통제보다 균형 잡힌 지출 중요”

최근 유행 중인 ‘현금 챌린지’ 관련 이미지. 사진=SNS
최근 유행 중인 ‘현금 챌린지’ 관련 이미지. 사진=SNS



“오늘은 무지출 챌린지 5일째예요.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외식하던 습관을 꾹 참고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으니 9000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퇴근길에는 카페 유혹이 정말 컸는데, 텀블러에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들었어요. 무지출 챌린지를 하면서 이제 쇼핑 앱 장바구니도 하나씩 비우고 있는데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30대 김모씨)

‘무지출 챌린지’에 동참한 직장인 김씨의 이야기입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 배달비, 소소한 간식비까지 줄이며 하루 0원에 도전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최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지출 챌린지’란 하루 혹은 1주일, 한 달 등 정해진 기간 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한 지출만 하는 생활 습관을 의미합니다. 한때 SNS에서 시작된 이 챌린지는 이제 청년층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든 모습입니다.


참가자들은 직접 도시락을 싸 오거나,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충동구매를 참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자동 결제, 구독 서비스, 배달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액 지출까지 꼼꼼히 점검하며 소비 패턴을 바꾸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이 같은 절약 트렌드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작은 절약이 쌓이면서 통장 잔액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자존감을 함께 채워가고 있는 데다 절약 습관이 생기면서 소비에 대한 자각을 높이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통장 잔액으로 성취감까지 높일 수 있는 셈입니다.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일상 속 다양한 전략을 활용합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만 생활하는 ‘현금 챌린지’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금 챌린지는 일찌감치 미국에서 ‘캐시 스터핑(Cash stuffing)’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월세, 식료품 등 지출 목록에 따라 봉투(바인더)를 마련해 현금을 채워 넣고 정해진 기간에 그 한도 내에서 지출하는데 현금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과소비와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는데요. 직접 현금을 만지고 세어보는 것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의 결제보다 직관적이고 실제로 돈을 쓴 느낌을 줘 소비 욕구를 절제할 수 있습니다.

SNS에는 ‘오늘도 무지출 성공!’ ‘배달앱 대신 집밥’ 등 챌린지 인증 글이 쏟아지는데 한때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거지방’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소비 지출을 억제하고, 절약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절약 꿀팁을 공유하고, 실패담이나 유혹을 이겨낸 경험을 나누며 동기 부여를 얻습니다. 한 참가자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응원해주니 혼자 할 때보다 훨씬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NS를 통한 무지출 인증이 확산하면서 절약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돈을 아껴 쓰는 사람을 ‘짠돌이’라고 칭하며 부정적으로 봤지만 최근 들어 ‘자기관리’ ‘현명한 소비자’ 등 절약에 대한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진 것입니다.



식빵 무료 쿠폰 제공에 3만여 명이 온라인 접속 대기하고 있는 화면. 연합뉴스
식빵 무료 쿠폰 제공에 3만여 명이 온라인 접속 대기하고 있는 화면. 연합뉴스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설계하려는 세대적 특징인 MZ세대의 주류 소비문화로 꼽히기도 합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인생은 오직 한 번뿐(Your Only Live Once)’이라며 청년들이 일제히 ‘욜로(YOLO)’를 외치기도 했는데요. 과거 청년들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행태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것은 하나뿐(You Only Need One)’을 표방하는 ‘YONO족’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따지며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YONO족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 지속에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앱을 이용한 ‘앱테크’에 뛰어든 젊은이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카카오뱅크 내 앱테크 서비스 ‘돈 버는 서베이’ 누적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돈 버는 서베이’는 카카오뱅크 앱 내에서 다양한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현금 보상을 즉시 지급받는 서비스로, 만 14세 이상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 또는 미니(mini) 보유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 완료 시 대표 계좌로 보상이 입금되는 방식입니다.

식빵 무료 쿠폰을 받기 위해 40여 분을 기다리는 고생도 이들에게는 결코 수고스럽지 않습니다. 연초 한 통신사 멤버십 앱에서 제공하는 식빵 무료 쿠폰에는 무려 3만여 명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접속 40분 만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3500원짜리 식빵 무료 쿠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명 맛집에서 유행하는 특별한 디저트 메뉴가 아닌 일반 우유식빵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가 대기한 점을 감안하면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과도한 ‘무지출 챌린지’는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실제 ‘무지출 챌린지’에 참가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챌린지 초반 극단적으로 절약을 하다 보니 보상심리가 작용해 주말에 큰 지출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명하게 지출하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고 절약 방법을 공유해가며 즐거움을 찾는 건 매우 전략적인 행동”이라며 “가계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짚었는데요. 그러면서 “무작정 욕구를 통제하기보다 자신이 만족을 얻는 데에는 돈을 쓰면서 균형 잡힌 지출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청년 취업률이 낮고 경기가 얼어붙어 있어 한동안 절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필자 백지연은 매경AX 기자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같은 증권가 현장 소식과 주식시장 관련한 기사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필자 백지연은 매경AX 기자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같은 증권가 현장 소식과 주식시장 관련한 기사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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