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셨고, 이름 없는 영웅들이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영웅의 탄생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압도적인 힘으로 전쟁을 예방해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
그 힘은 첨단 무기체계 도입, 체계적인 전술 개발, 인재 양성 등과 함께 국가·국민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군의 의지와 우리 군을 믿어주는 국민의 마음에서 기인한다. 국방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한 조직이다. 장병들은 국방의 의무 아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의무복무를 하는 장병들은 한창 캠퍼스의 낭만을 누릴 나이에 입대한다. 복무 중 겪는 신체적 피로, 제한된 자유는 ‘희생과 헌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군인의 삶도 쉽지 않다. 잦은 이동,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 일과 후에도 이어지는 비상대기와 각종 교육·훈련 등으로 일상의 리듬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군이라는 조직 특성상 수직적인 문화와 막중한 책임, 예상치 못한 임무 투입 등으로 끊임없는 긴장도 요구된다. 연차가 쌓일수록 진급과 보직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전역 후 사회에서의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힘이 빠질 때도 있다. 언론에 일부의 잘못이나 특수한 사건이 군 조직 전체의 민낯인 양 과장돼 비난이 쏟아질 때 마음이 무너진다. 잘못된 점을 고치라는 목소리라면 당연히 경청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은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담담히 다시 선다.
“人不知而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남이 몰라줘도 성내지 않는 사람, 그것이 군자라는 의미다. 우리도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각자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거창하지 않다. 가족, 이웃이 일상을 담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평범한 하루를 지켜주는 것. 우리는 그들의 평온함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또 버티는 것이다.
이들의 하루가 평범하게 지나가기 위해선 누군가 비범한 하루를 살아야 한다. 어제 우리가 지켜낸 평화 덕분에 오늘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일상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매일 군복을 입어야 한다. 그것이 군인의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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