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쓴 시... 그녀의 정원, 미술관에 들어왔다

입력 2024. 04. 16   16:42
업데이트 2024. 04. 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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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영선: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9월 22일까지

60여 개 프로젝트 아카이브 등 첫 공개

한국 1세대 조경가 50년 활동 총망라
건축가와 호흡 맞춘 ‘오설록 티뮤지엄’
우리 고유의 경관 품은 ‘호암미술관’ 등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담은 종합예술

 

제주 오설록 '이니스프리
제주 오설록 '이니스프리



한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삶과 작업을 되짚어 보는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조경가 정영선이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성실하게 펼쳐 온 조경 활동을 총망라하는 자리다.

정영선은 세계조경가협회가 조경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상인 IFLA 제프리 젤리코상을 국내 최초로 수상한 인물이다. 그에게 조경은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생동하는 모든 것을 재료로 삼는 종합과학예술이다. 아름다운 경관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처럼, 정영선은 50여 년의 조경 인생 동안 우리 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유 자생종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정영선이 진행했던 60여 개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아카이브 대부분이 최초로 공개되며 수채화,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각종 기록 자료 500여 점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원다르마센터' 가을 전경
'원다르마센터' 가을 전경

 

'두내원' 스케치
'두내원' 스케치



전시는 크게 7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 가능한 역사 쓰기’에서는 ‘장소 만들기’의 현장이 된 조경의 사례를 살펴본다. 한국 최초의 근대 공원인 탑골공원 개선 사업과 ‘비움의 미’를 강조한 광화문광장 재정비, 일제강점기 철길 중 유일하게 조선인의 자체 자본으로 건설된 경춘선을 공원화한 경춘선숲길 등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한 방법론으로서의 조경을 살펴본다. 

두 번째 ‘세계화 시대, 한국의 도시 경관’에서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및 아시아공원’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대전엑스포’ 등 대형 국가 주도 프로젝트들을 통해 조경가가 어떻게 발전된 도시 모습의 비전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세 번째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여가생활’에서는 ‘예술의전당’의 조경 구상도와 모형 사진, ‘휘닉스파크’의 식재계획도와 피칭 자료 등이 공개되며 1980~1990년대 당시 디자이너의 소통 방식을 엿보게 한다.

네 번째 ‘정원의 재발견’에서는 우리 고유의 식재와 경관, 공간 구성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정원을 들여다본다. 호암미술관의 ‘희원’으로 시작해 경기도와 중국 광저우 사이의 교류 정원으로 조성된 광동성 월수공원의 ‘해동경기원’,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개인 정원 ‘포항 별서 정원’ 등이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전경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전경

 

'호암미술관 희원' 식재 현황도
'호암미술관 희원' 식재 현황도

 

'선유도 공원' 시간의 정원의 여름
'선유도 공원' 시간의 정원의 여름



다섯 번째 ‘조경과 건축의 대화’는 건축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탄생한 조경 작업을 살펴본다. 제주 오설록의 ‘티뮤지엄’ ‘티테라스’ ‘티스톤’,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 경관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조경가와 건축가의 내밀한 상생 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섯 번째 ‘하천 풍경과 생태의 회복’에서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선유도공원’ ‘파주출판단지’ 등 도심 속 물의 중요성을 환기했던 작업을 다룬다.

마지막 일곱 번째 ‘식물, 삶의 토양’에서는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었던 ‘국립수목원’의 설계 청사진과 남해의 독특한 기후대의 식생을 담은 ‘완도식물원’의 조감도, 미국 뉴욕주 북부의 허드슨강 상류에 자리한 원불교 명상원인 ‘원다르마센터’를 구상한 수채 그림, 대지와 식생 현황도 등이 공개된다. 송시연 기자/사진=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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